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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봉수의 참!]삼성은 언론과 국민을 바보로 만드나

천사요정 2020. 1. 15. 05:20

정치권력보다 경제권력이 센 나라가 한국이다.

세계에 유례없는 재벌 문제는 요약하면 삼성 문제다.

정권은 시한부지만 삼성권력은 영원하다.

삼성은 비판적인 관료와 기자를 ‘인사조처’하거나 정부정책까지 바꾸는 힘이 있다.

대통령은 숱하게 감옥에 들어가도 삼성 총수는 제대로 처벌받은 적이 없다.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를 통해 우리 국민 일상에도 정부보다 더 깊숙이 개입하는 게 삼성이다.



[이봉수의 참!]삼성은 언론과 국민을 바보로 만드나


내 인생의 변곡점도 삼성이 만들었다.

한겨레 경제부 기자 때 삼성의 상용차(트럭) 진출에 반대했고, 차장 때 승용차 진출에 반대했다.

5개사가 과당경쟁을 벌이던 자동차산업에 삼성이 진출하면 한국 경제에 위기가 닥칠 거라 걱정했다.

상공자원부 장관과 기계공업국장도 반대했는데, 삼성은 자동차에 진출했고 그들은 전출됐다. 1997년 외환위기는 그렇게 다가오고 있었다. 경제부장 때는 삼성의 기아 인수까지 반대했으니 나 역시 찍힐 만했다.

이재용 승계작업 핵심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도 물고 늘어지자 광고탄압이 들어왔다. 결국 ‘대표필진’에서 축출되더니 경제부장직도 쫓겨났다. 

사표를 내고 영국으로 늦깎이 유학을 떠나 ‘미디어와 경제위기’를 주제로 논문을 쓴 데는 그런 분노가 서려 있었다. 자본에 포획돼 경제권력을 견제하지 못하는 한국 경제저널리즘은 경제를 망치는 ‘주범’이다. 

지난 9일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간담회에는 취재기자만도 백명 넘게 몰렸다.

그러나 삼성의 의도를 바로 짚은 언론은 광고탄압을 받고 있는 한겨레, 그리고 경향신문 YTN 등 극소수였다. 그 대신 ‘독립성 보장’ ‘투명경영 계기’ ‘성역은 없다’ 등 삼성의 프로파간다가 대거 제목으로 뽑혔다.

준법감시위원회는 이재용 부회장의 형량을 낮추려는 ‘분식위원회’다. 그렇게 단언할 수 있는 것은 40년 가까이 삼성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삼성은 1994년 상용차에 진출하면서 ‘승용차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썼지만 휴지쪽이 됐다.

삼성은 ‘안기부 X파일 사건’으로 여론이 들끓자 2006년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삼지모’(삼성을 지켜보는 모임)를 발족했는데 아무런 구실도 못 했다.

2008년 4조5000억원 차명계좌 사건 때도, 2017년 이 부회장 구속 때도 쇄신안을 내놓았으나 모두 흐지부지됐다. 오히려 전경련을 통해 극우단체들을 지원하는가 하면 국정농단에 개입한 게 이때였다. 



김지형 준법감시위원장이 진보성향이어서 기대하는 이도 많은데, 그는 삼성 문제를 키운 장본인이다.

이 부회장은 1995년 현금 61억원을 증여받아 증여세 16억원을 내고 삼성에스원과 삼성엔지니어링 주식을 산다.

두 회사는 바로 상장돼 562억원을 벌었고 그 돈으로 에버랜드 전환사채를 헐값에 배정받아 주식으로 전환한 뒤 제일모직으로 갈아탄다.

제일모직은 이재용 지분이 많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조작을 통해 기업가치를 불린 뒤 삼성물산과 합병한다.

삼성물산을 통해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지배함으로써 시가총액 500조원의 삼성그룹 지배가 완결된다. 61억원이 이런 요술을 부리는 데 크게 기여한 것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배정인데, 1·2심 유죄였던 사건에 무죄 의견을 낸 이가 김지형 대법관이다. 


시민단체나 진보언론의 전·현직 고위간부들이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한 건 안타깝다. 앞서 언급한 한겨레 한 사장도 퇴직 후 ‘삼지모’에 참여했는데 그는 이건희 차명계좌 재판에 나가 이 회장을 두둔했다.

박원순 현 서울시장과 신영복 교수는 당시 ‘삼지모’ 참여를 거절했다. 일선기자와 데스크는 삼성과 싸우는데 언론사 전직 고위간부들은 삼성 들러리를 서고 있는 것이다.

  

헌법조차 무시하는 ‘무노조 경영’ 집착은 삼성 문제 핵심이다.

노조원의 일상적 경영감시는 사외이사 이상으로 기업을 건전하게 만든다.

삼성이 진정 국민에게 사랑받으려면 상속증여세 제대로 내고 0.9%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선단식 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준법감시위보다는 진정한 감시인인 내부고발자 사찰과 언론 탄압을 멈추는 게 우선이다. 한 번 속으면 속이는 자가 나쁘지만 두 번 속으면 속는 자가 바보다. 삼성은 언론과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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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1142038025&code=990100&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3&C#csidxdb167e32bf0bfc5ab655c6e78983cd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