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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200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천사요정 2020. 2. 18. 01:40


운명



* 운명
저 자 : 임레케르테스
역 자 : 박종대,모명숙
출판사 : 다른우리(도)
출판년월 : 2002년 12월 05일
정 가 :13,000원



줄거리
1944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나기 1년 전. 헝가리는 1944년 독일군에 의해 점령된 상태였다. 이로써 헝가리에 살고 있는 수많은 유태인들의 운명도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부다페스트에서 아버지와 계모와 함께 살던 15세 소년 쾨베시 죄르지도 유대인 공동체와 같은 운명에 처하게 된다.

아버지가 근로봉사에 징집 명령을 받고 죄르지도 소년 근로봉사에 동원된다.

그는 학교를 떠나 이제부터 공장에서 일을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몇 개월 후 죄르지는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버스에 실려 도시의 반대편 끝자락에 있는 한 벽돌공장으로 보내진다.

그는 전쟁에 필요한 중요한 일을 하게 된다는 확신 속에 기꺼이 근로봉사 소집에 응하고, 잠시 후 수많은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기차에 올라탄다.

이로써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로 향하는 길이 시작된다.


강제수용소에 도착한 죄르지는 그곳에서 받은 인상을 상세하게 기술하면서 거기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수용소에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집단학살 체제의 만행을 중심에 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일들과 일상을 새롭게 극복해나 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언젠가 다시 집으로 돌아가리라는 희망을 접지 않고서.


1945년 4월, 연합군에 의해 부헨발트가 해방되면서 죄르지는 지친 심신을 이끌고 부다페스트로 돌아간다.

그러나 부다페스트에 도착한 그는 아버지도 계모도 만나지 못하고, 예전에 이웃에 살았던 사람들만 만난다.


죄르지는 그들에게서 부다페스트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들이 이 전쟁을 어떻게 겪어냈는지를 듣는다. 그

러나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 모든 게 마치 자신들과는 전혀 무관하게 일어난 일인 것처럼, 지금까지 일어난 일들이 자신들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인 것처럼 이야기한다.

그러나 죄르지는 그 모든 사건들이 그냥 ‘온’ 것만이 아니라, 그들 역시 그 사건들이 ‘오는’ 데 기여했음을 직감한다.


그와 함께 자신이 수용소에서 겪었던 일상과 찰나의 행복을 설명하지만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살기 위해선 끔찍했던 과거를 잊어야만 한다고 충고한다.


그러나 삶은 잊을 수도, 단절할 수도 없는 법이다.

시대의 학살을 방관자로 경험한 이웃뿐 아니라 죄르지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만행을 함께 고발하고자 제안한 신문기자에게도 죄르지는 낯선 이질감만 느낄 뿐이다.

이러한 참담한 심정으로 죄르지는 이웃집을 나와 ‘도저히 이어질 것 같지 않는 삶을 다시 살아내기 위한 발걸음을 뗀다.


아우슈비츠의 화장막 굴뚝 사이로 언뜻언뜻 피어올랐던 행복에 대한 아득한 기억을 안고서.




행복이란 무엇인가? 가족?, 돈?, 매년 세 번씩 휴가를 떠나는 것? 멋진 자동차를 갖는 것? 혹은 복권에 당첨되는 것? 우리가 사전에서 찾을 수 있는 행복의 개념은 다음의 두 가지로 나타난다.


행복(Glück):

①인간이 추구하는 모든 노력과 갈망의 목표.

②이러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한 과정에서 그 목표의 내용을 채워주는 우연이나 운.


이 두 가지 개념을 통해 죄르지가 생각하는 행복의 의미가 조금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어떤 사람이 하루 종일 힘겨운 노동을 끝내고,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은 점호를 끝내고 드디어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된다면, 또 하루종일 굶은 사람이 이제 따뜻한 수프 냄새를 맡으며 음식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면, 그것 역시 행복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심한 부상을 입게 되어 하루종일 채석장에서 힘겨운 노동에 시달릴 필요없이 병원에서 간호를 받게 되었다면, 그것 역시 행복이 아닐까?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모든 사람들의 유일한 목표가 된 상황에서는 삶에 대한 의지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좋은 결말에 대한 희망을 결코 포기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어린 죄르지도 강제수용소에서의 이런 행복감을 통해 이 시간들을 극복할 수 있었고, 다른 수많은 사람들 역시 오로지 이런 희망을 통해서만 강제수용소의 끔찍한 시간들을 견뎌낼 수 있었을 것이다.

이 소설이 다른 작품들과 다른 점


『운명』의 독특한 관점은 이전에 나온 홀로코스트를 다룬 다른 모든 작품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이 작품은 강제수용소에서 자행된 끔찍한 일들을 분노의 감정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서서히 이끌어가는 방법을 통해 충격을 던진다.


작가는 여기서 많은 것에 대해 침묵하면서도 모든 것을 말해주는 언어를 발견했다.

임레 케르테스는 극한적인 상황에 대해 어떤 의미를 부여하거나 가치평가를 내리지 않으면서, 자신에게 부과된 현실에 가능하면 충실하게 적응해 나가고자 하는 순진한 소년의 시선을 충실하게 따르고 있다.


주변 상황에 적응하려는 마음가짐과 강제수용소의 논리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소년의 노력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따라서 독자를 매우 불쾌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이 동시에 독자를 흥미롭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일반적인 책임회피에 대해 분명히 거리를 두면서 개개인의 책임에 대해 묻고 있다.

작품소개


임레 케르테스의 『운명』은 다른 수많은 유태인들과 함께 고향을 떠나 아우슈비츠와 부헨발트 강제수용소로 보내지는 15세 소년 죄르지의 이야기를 묘사하고 있다.


죄르지는 가축 운반용 화물열차에 실려 가게 되는 이 길을 마치 보이스카웃의 모험처럼 체험한다.


수용소에 도착한 죄르지는 쓸만한 일꾼으로 분류되어 다시 부헨발트로 보내진다.

“곧 나도 부헨발트를 좋아하게 되었다”, 부다페스트에서 온 죄르지는 어린 소년다운 순진한 태도로 이렇게 말하면서 다시 말을 잇는다.

“이 아름다운 강제수용소에 좀더 살았으면 좋겠다.”


죄르지는 계속해서 단계적으로 강제수용소에서의 일상생활을 체험한다.

짜이츠 강제노동수용소에서 몇 개월을 보낸 죄르지는 병에 걸려서 다시 부헨발트로 보내지고 이곳에서 죽음을 기다린다.

그러나 연합군의 입성으로 수용소가 해방되면서 1년 간의 강렬한 순간들을 체험한 죄르지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다.


마지막으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만일 운명이 존재한다면 자유란 불가능하다. 그러나 만일 자유가 존재한다면 운명은 없는 것이다. 이 말은 나 자신이 곧 운명”이라는 뜻이다.


케르테스는 자신이 보고 경험한 내용들을 간결하고 담담하게 묘사했다.

그는 주인공 소년을 순진하게, 즉 어린아이처럼 행동하게 했고 그런 인상을 주게 했다.


임레 케르테스는 이 기간에 겪은 자신의 체험에 대한 종합적인 관찰을 그저 간단하게 독자들에게 풀어놓지는 않는다.

그는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방식을 통해 강제수용소에 갇힌 사람의 삶의 부조리를 묘사했다.


『운명』에서 강제수용소의 삶과 관련해서 드러나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은, 이처럼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을 정상적인 일상으로 수용하는 것을 배우게 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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