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환경은

[영상] 죽음을 슬퍼하는 ‘페커리’

천사요정 2017. 12. 31. 02:00

[애니멀피플] 연구자 마리아나 알트리히터 교수 인터뷰
“영장류, 돌고래, 코끼리 등에 이어
죽음에 반응하는 명료한 사례
인간만의 유일한 특성 아니다”


죽은 동료가 죽으면 동물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애도'로 보이는 동물행동에 대해서 과학자들은 꾸준히 연구해왔다. 대상은 주로 우리가 ‘지능이 높다고 여겨지는 동물들', 침팬지, 코끼리, 돌고래 같은 동물이었다.


최근에 ‘페커리'에게서 애도로 보이는 행동이 학계에 보고됐다. 페커리는 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멧돼지와 먼 친척뻘인 사회성 동물이다.

시작은 우연이었다. 지난 1월 미국 애리조나주 프레스콧 변두리의 야산. 한 소년이 페커리 사체 주변에 페커리들이 있는 걸 발견했고, 이 사실이 주변의 동물학자인 마리아나 알트리히터에게 알려짐으로써 논문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관련 기사 ‘멧돼지도 죽은 동료 슬퍼할까?’)


‘애니멀피플’은 페커리의 ‘애도 행동'에 대해 학술지 ‘동물행동학’에 실은 마리아나 알트리히터 프레스콧대 교수에게 페커리의 애도 장면을 입수해 공개한다. 알트리히터 교수는 29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번 관찰결과는 페커리가 사체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죽음에 반응하는 명료한 사례”라며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동물이 애도하고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에 대해 더 많은 탐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사체에 관심을 보이는 동물은 또 어떤 게 있나?

“바바라 킹 윌리엄 앤 메리 대학교 교수가 어떻게 동물이 죽음에 반응하는지 연구해 책을 썼다. ‘동물들은 어떻게 슬퍼하나'(시카고대 출판부)에서 그녀는 지구 상의 다양한 종이 사랑하는 개체를 잃었으 때 아픔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애도는 우리가 알고 있던 동물(코끼리, 돌고래, 영장류)보다 훨씬 많은 종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말, 고양이, 개, 토끼, 새들까지 애도한다고 한다.”


지난 1월 미국 애리노나주에서 목도리페커리 한 마리가 숨져 있다. 여러 마리의 페커리들이 주변에 머물렀다.  단테 드 코르트, 마리아나 알트리히터 등 제공
지난 1월 미국 애리노나주에서 목도리페커리 한 마리가 숨져 있다. 여러 마리의 페커리들이 주변에 머물렀다. 단테 드 코르트, 마리아나 알트리히터 등 제공


-침팬지의 경우 제인 구달의 이야기가 유명하다.

“침팬지의 경우 무리 중 구성원이 죽었을 경우 고통스러워 하는 게 여러 번 관찰됐다. 예를 들면, 무리 중 한 마리가 죽으면, 다른 구성원들은 며칠 동안 먹지 않기도 한다. 무리가 조용해진다. 죽은 동물의 몸을 바라보고 깨우려고 하는 모습도 관찰된다.”


-죽은 페커리 사체 앞에서 동료 페커리들이 보이는 행동을 서거나 걷기, 만지기, 밀기, 자기 등으로 분류했다. 이런 행동이 일상적인 행동과 비슷한 건가? 이를테면, 그루밍 같은? (침팬지가 서로 친근하기 위한 방법으로 몸을 매만진다.)


“어떤 것은 그루밍처럼 보인다. 페커리는 매우 사회적인 동물이다. 신체 접촉을 통해 상호작용도 잦아서, 서로 만지고, 비비고, 같이 자는 장면을 볼 수 있다. 물론 이번 경우는 다르다. 몸을 밀어서 일으키려고 했다. 이것은 일상적인 행동은 아니다. 가만히 바라보거나 그저 옆에 머무는 것도 마찬가지다.”


페커리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페커리는 아메리카 지역에서 서식하는 사회적인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지금까지 우리는 애도 행동이 ‘지능이 높다고 생각하는 동물들'(침팬지, 돌고래, 코끼리 등)만의 전유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페커리는 아니다. 그렇다면 사회적인 동물은 애도 행동을 한다고 봐야 할까? 앞으로 페커리뿐만 아니라 더 많은 동물에게서 애도 행동이 발견될 거라 생각하나?


“바바라 킹 책을 보면, 많은 종이 애도를 한다. 덩치가 크고 사회적인 동물일수록 관찰이 쉬울 뿐이다. 야생 코끼리는 슬퍼하고 죽은 개체에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이 관찰됐다. 심지어 자신의 가족이 아닌 경우에도 그런 행동을 보인다. 애도 행동이 모든 사회적 동물의 공통적 특성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아직 거기까지 연구가 안 됐다. 애도 행동에 대해 과학적으로 아주 세밀한 연구를 하기 쉽지 않다.


한 개체가 죽은 그 장소와 시간에 연구원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야생과 동물원 그리고 가정에서 많은 관찰 사례가 수집되어야 할 것이다.”


스리랑카의 아시아코끼리. 코끼리는 동물 중에서 죽음과 관련한 행동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스리랑카의 아시아코끼리. 코끼리는 동물 중에서 죽음과 관련한 행동이 가장 많이 발견됐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왜 우리는 동물도 슬퍼한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과거에는 인간이 유일하게 사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동물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의 고유한 특성이

아니라는 보고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페커리에 대한 관찰결과는 죽음에 대한 명료한 반응이다. 또한 동료 사체에 관해 관심을 가진 게 분명하다. 동물도 감정이 있고 기쁨과 슬픔을 느낀다.


이 사실을 받아들이는 게 동물을 이용하는 사회에게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간과 동물 사이에는 그렇게 큰 차이가 없다. 동물이 애도하고 느끼고 감정을 표현하는 행동에 대해 더 많은 탐구가 이뤄져야 한다.”


영상 박선하 피디 slaud@hani.co.kr, 글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animalpeople/wild_animal/825665.html?_fr=mt3#csidx34232b8155f438fa4344871bdae052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