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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여덟마리의 번식기계들

천사요정 2017. 12. 16. 03:11

애니멀피플]
푸들이 배와 젖 늘어져 있었다..버려지는 '품종견' 늘면 어쩌나

[한겨레]

피부 여기저기의 털이 벗겨져 있어, 한눈에 보기에도 피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지난달 17일 사설 동물보호소 ‘달봉이네 보호소’의 소장님께 연락이 왔다. 근처 재개발지역 한가운데 버려진 푸들들을 그냥 둘 수 없어 데리고 오긴 했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물어오셨다.

푸들 거의 모두가 피부병이 너무 심하다고 했다. 버려진 건 이십여 마리인데 본인이 갔을 때는 반절은 사라지고 여덟 마리밖에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이 아이들을 품자니 카라나 달봉이네나 이미 포화 상태라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버려진 것이 뻔한 개들을 시 보호소에 보내는 것은 열흘 뒤 죽으라는 것과 같았다. 카라 활동가들은 이들을 돕기로 하고, 즉시 달봉이네 보호소를 찾았다.

위험한 중장비가 오가던 길목에서 포획한 푸들은 스무여 마리 중 여덟 마리였다. 다른 푸들들은 어디로 갔을까?
푸들들이 버려진 재개발지역. 드넓은 땅에 폐쇄회로텔레비전 하나 없다.

첫인상은 끔찍했다. 개들은 앞다퉈 온몸을 긁고 있었고,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가장 상태가 심한 녀석은 푸들인지 알아보기도 힘들었다. 푸들의 상징 중 하나인 곱슬거리는 털은 벗겨지거나, 뭉치거나, 각질이 잔뜩 끼어있거나 셋 중 하나였다. 그 자리에서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가위로 뭉친 털을 간신히 잘라주는 것이었다. 사람의 품에 파고들고 싶어 안간힘을 내는 녀석이 있는가 하면, 사람을 피하고 싶어 온몸을 낡은 개집 구석에 욱여넣는 녀석도 있었다.

여덟마리 푸들은 제각각 조금씩 다른 얼굴과 태도를 취하고 있었다. 다만 수컷 한 마리를 제외한 일곱 마리 암컷 개들은 피부가 엉망이면서 배와 젖이 축 늘어졌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게다가 한눈에 보아도 배와 젖이 빵빵하게 불어 있는 푸들이 두 마리였다.

복수가 찬 걸까? 임신한 걸까? 이 개들은 애니멀호더에게서 유기된 걸까? 번식장에서 버려진 걸까? 재개발지역 한복판에 버려졌다던 나머지 개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무엇도 단정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카라는 개들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처음 만난 사람의 품에도 안기고 싶어 안간힘이었던 푸들. 후에 한라라는 이름이 붙었다.
새끼를 잉태한 것과 동시에 배에 복수가 가득 차 있던 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