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윤리환경/부동산

세입자 울리는 전세금 널뛰기…`깡통전세 다툼` 급증 2020.03.16

천사요정 2020. 3. 18. 08:05

잦은 부동산 대책의 그늘

`전세보증금 돌려달라`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2년새 3배 늘어 1만5천건

경기도 5천건 육박 최다
불황 심한 경남 큰폭 늘어



문재인정부가 종합부동산 대책을 본격 발표한 이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방어 수단인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연평균 5000건대에 머물던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2018년 8995건, 2019년 1만5087건으로 급증했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1만건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깡통 전세`(전세가가 급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가 발생할 때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법원에 신청하는 보호 조치다.


현 정부 종합부동산 대책은 크게 2017년 두 번, 2018년과 2019년 한 번씩 있었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2017년 6·19 대책과 8·2 대책 직후엔 큰 변동이 없었지만 2018년 초부터 늘기 시작해 2018년 9·13 대책 이후엔 월 800건을 훌쩍 넘었다.

 2019년엔 월평균 1000건 넘게 쏟아졌다.

대출 요건과 세금 등 전방위 규제가 이어진 데다 특정 지역 공급 대책까지 쏟아지며 전세 시장에 혼란이 생긴 게 원인으로 꼽힌다. 대법원 등기국 관계자는 "세입자가 이사를 가면 보호받을 권리가 없어지지만 법원에서 등기명령을 받으면 권리를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상태에서 이사를 가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임차권 등기명령을 신청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등기정보광장 통계에 따르면 2017년 6·19 대책과 8·2 대책이 발표된 뒤에도 월평균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300~500건을 유지했다. 그러나 2018년 1월부터 600건 수준으로 늘었고, 같은 해 9·13 대책 이후로는 매월 800건을 넘어섰다. 2019년엔 2월을 제외하면 매월 1000건 이상이었다.


2017년 6·19 대책과 8·2 대책은 강남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 위주였는데, 전세 관련 분쟁 건수에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2018년 9·13 대책으로 다주택자 대출규제 강화와 세금 등 전방위 규제가 이어지자 세입자와 집주인 간 갈등이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대규모 택지 개발 정책으로 일부 지역에 공급이 몰리게 된 점도 전세 시장의 혼란을 부추긴 원인으로 거론된다.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받은 전세금으로 재투자하는 `갭투자` 증가가 분쟁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전세 계약은 2년마다 이뤄지는 주기성을 갖고 있어 정부 정책에 따라 크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17~2018년 서울 아파트값이 급등하며 전세금도 따라 뛰었으나, 전세 물량이 쏟아지며 역전세난에 따른 분쟁도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 대책으로 전세금이 급등락하는 사례가 있고 지방에서도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또 그는 "상시 부동산 공급이 아닌 대규모 택지 개발 위주 정책도 시장 교란을 일으킨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나타났다. 신규 입주 물량이 많았던 경기도는 2019년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4927건에 달했다. 2015년 1238건 대비 4배에 가까운 수치다. 경남은 제조업 경기 악화로 경제 전반이 둔화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이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5년 경남 지역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은 242건에 불과했으나, 2019년엔 1277건으로 크게 뛰었다. 같은 기간 전국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7위에서 경기도·서울에 이은 3위로 올랐다.


홍성일 한국경제연구원 경제정책팀장은 "지역 경기 악화에 따라 제조업체 일거리가 줄어들면 부동산 가격도 전반적으로 타격을 입는데, 이는 경남 지역에서 특히 임차권 등기명령 신청 건수가 늘어난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강남과 수도권 등을 노린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이 나오면 수요 부족에 허덕이는 지방까지 충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 <용어 설명>

▷ 임차권 등기명령 : 계약 만료 시점에서 임차인(세입자)이 임대인(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세입자가 신청하면 법원이 내리는 명령이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면 전셋집 실거주와 확정일자가 필요하다.

만약 임차인이 이사를 가게 되면 확정일자가 있더라도 실거주가 아니어서 우선 변제권이 사라진다. 하지만 임차권 등기명령에 의한 등기가 이뤄지면 세입자가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를 간 이후에라도 보증금을 돌려받을 권리가 유지된다. 효력은 그 결정이 집주인에게 전달될 때 발생한다.


[정희영 기자 / 성승훈 기자]

https://www.mk.co.kr/news/society/view/2020/03/273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