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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 수도권 집값 영향력…최근 5년 새 급격히 커졌다

천사요정 2020. 4. 29. 04:10

수도권 아파트값, 주식시장서 많이 쓰는 MST로 상관관계 분석해 보니


강남의 수도권 집값 영향력…최근 5년 새 급격히 커졌다


최근 5년간 서울 강남권 집값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 흐름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버블세븐(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안양 평촌신도시, 용인시) 지역과 경기 구리·남양주 등 신도시 지역이 집값을 견인했지만 2013년 이후에는 강남권 영향력이 눈에 띄게 커졌다. 주택을 자산으로 인식하는 성향이 더욱 굳어지면서 강남권 집값이 최고점에 이르고 ‘초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28일 경향신문이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에게 의뢰해 분석한 ‘2013년 1월~2018년 1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MST’를 보면, 네트워크 중앙에 강남·서초·송파·양천이 위치했다. 동작·영등포 역시 중앙에 자리 잡았다.


MST(Minimal Spanning Tree·최소걸침나무)는 주식시장에서 많이 활용되는 분석기법이다. 개별 주식 수익률을 산출해 각각의 상관관계를 따지는데, 시장 영향력이 큰 주식일수록 다른 주식들과의 연결고리가 많고 네트워크 중앙에 위치한다. 특정 종목이 오르내릴 때 다른 어떤 종목이 오르내리는지를 판별할 수 있다. 정 교수는 이 모델에 59개 수도권 시·군·구 아파트 매매시장의 가격변동률을 적용했다.


■ 버블세븐서 분화해 핵이 된 강남


MST 분석에서 네트워크 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은 다른 지역과 상관관계가 높다는 의미다. 이 지역의 집값이 오르면 다른 지역 집값을 끌어올릴 확률도 높다. 특히 서초에서 과천·광진·강동으로 뻗어나간 연결고리는 각각 성남 분당, 성동·종로, 하남으로 이어지고 또 각각 마포·용산, 수원 장안·김포 등으로 연결된다. 이 같은 하위그룹은 지리적 인접성이나 기능 및 경제적 규모 등에 따라 비슷한 시장끼리 묶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강남권 집값이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급등한 직후 서울에서는 마포·용산이, 경기도에서는 과천·분당 등 개발호재가 있는 지역의 집값이 들썩였다.


이번 네트워크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강남권의 위치 변동이다. 정 교수는 2014년 발표한 논문 <주택시장의 네트워크 구조 분석: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의 사례>에서 같은 방식으로 ‘2003년 7월~2014년 3월 수도권 아파트 매매시장 MST’를 분석했다.


당시 네트워크 중앙에는 한창 신도시가 개발되던 구리·남양주가 위치했다. 구리와 남양주에서 시작한 네트워크는 각각 수원·파주·서울 관악, 서울 금천·성북·은평으로 뻗어나갔다.


반면 강남3구를 비롯한 버블세븐 지역은 네트워크 외곽에 위치해 하나의 군집을 형성했다. 이때 집값 진앙지는 성남으로, 2003년 말부터 2011년까지 조성된 판교신도시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성남에서 시작한 네트워크는 송파·강남·서초·용인으로 뻗어가고, 강남에서 다시 양천·강동으로 이어졌다. 정 교수는 당시 논문에서 “강남3구와 그 인접지역이 국지적인 시장권역을 형성하고 있으며 지역 특수적인 요인이 시장 자체의 변동성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또 “버블세븐 지역에서 가격 상승세가 출발해 중심부를 거쳐 선형적인 확산 과정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당시만 해도 강남권은 일반적 시장이 아니라 특화된 시장이었던 것이다.


■ 버블 붕괴 직전 징후다?


하지만 최근 5년간 MST 네트워크를 보면 강남권은 버블세븐에서 분화해 중앙을 차지했다. 분당은 하위그룹으로 묶였으며, 용인·평촌(안양 동안)은 고양·인천 등과 함께 외곽에 머물러 있다. 중앙에 있던 구리·남양주는 외곽으로 자리를 옮겼다. 더 이상 거래가 많지 않고 시장 영향력도 크지 않다는 뜻이다.


대신 강남권은 시장의 핵으로 성장해 지배력이 상당히 커졌다. 다만 시장 안팎에서는 강남권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리스크가 커진다고 우려하고 있다.


MST 네트워크 구조는 주식시장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삼성전자 같은 대형 우량주는 1주당 가격(270만원가량)이 비싸 매수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다. 건전한 시장인 경우 이런 종목은 네트워크 외곽에 있고, 투자자들이 비교적 쉽게 사고팔 수 있는 중소형주들이 네트워크 중심에 나열돼 있다. 그러나 현재 부동산 시장은 삼성전자와 같은 가장 큰 상품이 시장의 정중앙에 놓여 있는 모양새다. 만약 삼성전자에 리스크가 터지면 코스피 시장 전체가 출렁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특정 종목이 네트워크 중앙에 몰려 있는 것을 주식시장에서는 버블이 꺼지기 직전 징후로 해석한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MST 네트워크에서 중심에 있다는 것은 수익률이 좋거나 나빠 관심이 높을 때로, 대개 수익률이 정점인 경우”라며 “반대로 말하면 앞으로 수익률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부동산 전문가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을 “초집중화, 초양극화”라고 정의했다. 그는 “실물자산인 부동산이 준금융자산으로 널리 인식되면서 주식처럼 가격이 요동치는 것”이라며 “시장을 건전하게 만들기 위해 강남권에 쏠린 투기세력과 이득에 대한 제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_id=201803010600015#csidx65ab29e16bbb9d98ba07f5084d5d0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