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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희 교수의 ‘유대 창업마피아’

천사요정 2018. 1. 21. 02:47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 피터 틸 - 부에 안주하지 않고 창업 또 창업 


‘창업만이 살 길이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업에서 찾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많은 청년이 창업에 뛰어들고 있다. 정부도 각종 지원책을 마련해 이들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창업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집단은 유대인이다. 이들의 창업 생태계에서 성공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 실리콘밸리의 창업네트워크를 분석한다.




                                         ▎피터 틸. / 사진:중앙포토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은 하나의 신화다. e메일을 이용한 세계 최대 상거래 결제서비스 회사로 성공한 것도 중요하지만, 거액을 받고 회사를 판 뒤 창업 멤버들의 행보가 더욱 눈길을 끌어서다. 그들은 부에 안주하지 않고 모두 다시 험난한 창업의 길로 나섰다. 그들은 비록 흩어져 각자의 길을 걸으면서도 한 형제처럼 서로 도왔다. 끌어주고, 밀어주고, 투자해주고, 정보를 공유했다. 비정기적이나마 일주일에 한 번 꼴로 모여 서로의 아이디어를 놓고 질문과 토론을 거듭했다. 전형적인 유대인 학습방법이다. 이렇게 끈끈한 조직력을 보이자 언론은 이들을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렀다. 이들의 대부가 바로 피터 틸(Peter Thiel)이다.

이들이 세운 창업회사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 가치를 가진 회사는 무려 7개나 된다. 엘런 머스크의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리드 호프먼의 ‘링크트인’,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의 ‘유튜브’, 제러미 스토플먼, 러셀 시먼스의 ‘옐프’, 데이비드오 삭스의 ‘야머’, 그리고 피터 틸의 ‘팰런티어’가 바로 그것이다.



피터 틸, 단결력 가장 중시


1967년생인 틸은 자유분방하면서도 인생의 중요한 터닝 포인트에 강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철학을 수학했으나 그 뒤 진로를 바꿔 대학원에서는 법학을 전공했다. 이 시기 틸은 국가의 법적 규제가 자유로운 사상을 억압한다고 보고 이에 반대해 ‘자유지상주의’를 옹호했다. 이를 위해 뜻있는 친구들을 모아 대학신문 ‘스탠퍼드 리뷰’를 창간해 편집장으로 일했다. 졸업 후 틸은 뉴욕의 한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했으나 적성에 맞지 않았다. 그는 또 진로를 바꾸기로 결심했다. 7개월 만에 변호사 생활을 청산한 후 이번에는 금융계로 눈을 돌렸다. 그는 크레딧스위스(Credit Suisse)에서 파생상품 트레이더로 일했다. 그가 금융 자본주의의 속성을 잘 아는 이유다. 그 뒤 틸은 3년 간 경험을 쌓아 어느 정도 금융계 생리를 터득하자 독립을 결심했다.

그는 1996년 캘리포니아로 이사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100만 달러를 모집해 ‘틸캐피털(Thiel Capital)’이라는 헤지펀드 회사를 차렸다. 1998년 틸은 모교 스탠퍼드 대학에서 여름학기 강의를 했다. ‘화폐시장의 글로벌 개방과 정치적 자유와의 관계’에 대한 강의였다. 신출내기 강사라 수강생은 6명에 불과했다. 이 강의에서 그는 24살의 유대인 맥스 레브친을 만났다.

이들은 상대방 e메일 주소만 알면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최초로 개발했다. 컨피니티의 이념은 중앙집권적 정부 제도를 반대하는 틸의 개인적 이상과도 일치했다.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안전한 온라인 계좌를 제공해 특히 개도국 국민들이 환율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화폐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컨피니티의 송금방식은 혁신적인 모델이었다. 한번만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해 놓으면 언제든 e메일을 이용해 송금할 수 있었다. 간편할 뿐 아니라 개인정보도 유출되지 않았다. 이른바 금융과 IT기술의 결합인 핀테크의 시작이었다. 그 뒤 컨피니티라는 회사 이름을 ‘페이팔’로 바꾸었다.

틸은 투자 받은 돈으로 능력 있는 사람들을 모았다. 기준은 하나였다. 같이 즐겁게 팀을 이루어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야 했다. 그는 단결력을 가장 중시했다. 이를 위해 리드 호프만, 데이드 삭스, 키스 라보아, 로엘로프 보다 등 대학 시절 친구들을 페이팔에 합류시켰다. 그는 지금도 벤처 투자를 할 때 창업자들의 성향을 최우선적으로 본다.

그 뒤 빠르게 경쟁사들이 나타났다. 이베이는 ‘빌포인트’를 내놓았고 그 외에도 여러 서비스가 나왔다. 그 가운데 하나가 엘론 머스크의 ‘X.com’이었는데 송금방식이 컨피니티와 똑같았다. 틸은 ‘독점에 대한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는 독점을 위해서는 두 회사가 합쳐야 된다고 판단했다. 2000년 3월 ‘페이팔’과 엘론 머스크의 ‘X.com’은 50:50의 합병을 단행했다.

페이팔은 출시 후 사용자 늘리기를 최우선 목표로 정했다. 페이팔 회원이 비회원에게 e메일로 송금하면 송금자와 수신자 모두에게 10달러를 주는 바이럴 캠페인을 실시했다. 그러자 가입자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났고 회사는 빠르게 성장했다. 페이팔은 서비스 규모를 빠르게 키우고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해 매출을 불려 나갔다. 그 뒤 벤처거품 붕괴로 주식시장이 무너졌음에도 2002년 2월 페이팔은 나스닥 상장에 성공해 7000만 달러를 확보했다. 당시 이베이를 이끌고 있던 맥 휘트먼은 결단을 내렸다. 그녀 또한 유대인답게 경쟁하기보다는 인수를 택해 페이팔을 15억 달러에 사들였다이를 통해 틸은 약 5500만 달러의 재산을 갖게 됐다.

페이팔 마피아 관련 기업 가치 30조원 넘어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틸은 페이팔 매각 후 1000만 달러를 투자해 헤지펀드 ‘클래리움캐피털’을 세웠다. 이어 2004년에는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팰런티어 테크놀로지스’를 설립했다. 사기 방지와 범죄 예방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였다. 세계의 정보를 분석하고, 시각화하고, 통합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실제 팰런티어는 아프가니스탄 반군의 폭탄설치 지점을 찾아내고 아동 포르노 단체를 색출해 냈다. 미국 정부가 빈 라덴을 추적하는데 활용했다는 소문도 있다. 그 뒤 FBI와 CIA는 팰런티어를 적극 활용했고, 기업가치는 약 93억 달러(약 10조원)로 불어났다.

또한 2004년 8월에 틸은 리드 호프만, 마크 핀커스와 함께 페이스북의 첫 엔젤 투자자가 된다. 당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주커버그는 실리콘밸리로 막 이사해 자기를 지도해 줄 멘토를 찾던 중이었다. 틸은 페이스북에 50만 달러를 투자해 10.2%의 지분을 받고 이사회에 합류한다. 그는 벤처사업에 문외한이었던 주커버그를 도와 페이스북의 체계를 잡았고 골드먼삭스 등 ‘큰손’들로부터의 투자를 이끌어냈다. 이후 페이스북이 상장되고 난 뒤 그는 지분 일부를 팔아 약 10억 달러를 벌었다. 현재도 2억 달러 상당의 지분을 갖고 있는 페이스북 이사이다.

그는 이외에도 2005년 ‘파운더스 펀드’라는 벤처캐피털을 설립해 이를 통해 엘프·슬라이드·링크드인 등에 투자했다. 또한 2012년에는 기술기반 기업을 위한 투자회사 ‘미스릴캐피털매니지먼트’를 세웠다. 틸은 여러 형태 투자회사들과 개인 투자를 통해 실리콘밸리의 창업생태계를 키웠다. 페이팔 마피아로부터 파생된 모든 기업의 가치를 합산하면 30조원이 넘는다.

틸은 자유 증진을 위해 ‘틸 재단’을 설립해 다방면에서 후원과 기부를 하고 있다. 더불어 ‘틸 펠로우십’에서는 현재 ‘20 under 20’이라는 장학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매년 대학을 중퇴하고 회사를 창업하는 20명에게 각 10만 달러를 투자하는 프로그램이다. 세상을 바꿀 인재들에게 일찍부터 기회를 준다는 취지다. 틸에게는 꿈이 있다. 바다에 인공 섬을 만들어 규제 없는 자유주의 국가를 만든다는 꿈이다. 첫 프로젝트가 이미 시작돼 인공 섬을 건설 중이다. 틸은 이런 섬을 계속 이어 붙여 베네치아처럼 큰 섬을 만들 계획이다.



홍익희 - 배재대 교수. KOTRA 근무 32년 가운데 18년을 뉴욕·밀라노·마드리드 등 해외에서 보내며 유대인들을 눈여겨보았다. 유대인들의 경제사적 궤적을 추적한 <유대인 이야기> 등을 썼으며 최근에 <달러 이야기>, <환율전쟁 이야기>, <월가 이야기>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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