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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농장> 20세기 최고의 정치풍자소설

천사요정 2018. 1. 21. 03:26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열 두 개의 화난 목소리들이 서로 맞고함 질을 치고 있었고, 그 목소리들은 서로 똑같았다. 그래, 맞아, 돼지들의 얼굴에 무슨 변화가 일어났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창밖의 동물들은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인간에게서 돼지로, 다시 돼지에게서 인간으로 번갈아 시선을 옮겼다. 그러나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이미 분간할 수 없었다.’메이너 농장주인 존즈를 내쫓고 동물농장을 만든 동물들의 이야기 『동물농장,著者 조지오웰』의 통렬한 풍자소설이다.




인간에게 착취당하던 동물들이 인간을 내쫓고 동물농장을 세운다는 큰 줄거리 아래 독재자와 사회주의 사회의 문제를 실랄하게 비판하고 풍자한 장편소설이었다. 우화로서의 '동물농장'은 소비에트 체제라는, 한 시대의 권력 형식만을 재현 대상으로 하는 역사적 정치 풍자를 넘어 `독재 일반`에 대한 우의적 정치 풍자를 담고 있었다.

1960년대와 70년대 아프리카 독립운동을 이끌던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같은 지도자들은 전 세계 많은 활동가가 칭송해 마지않던 인물이었다. ‘무가베’처럼 한때 인민 해방의 선구자로 여겨지던 인물이 역사상 최악의 독재자가 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반대로 아파르트헤이트가 철폐된 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첫 대통령이 된 넬슨 만델라 같은 인물은 예외이다. 선거에서 승리해 권력의 정점에 오른 뒤 ‘아웅산 수지’ 여사는 자신의 최측근들이 하는 말만 듣는단다. 

독재자들의 특징이 비슷하다. 이미 정부에 대한 비판을 제한하는 법을 어긴 혐의로 수십 명이 기소됐다. 군부 독재 아래서 정권에 반대하는 이를 옥에 가둔 것을 떠올리게 하는 행보다. 이토록 “다른 나라 지도자를 신격화하거나 악마 화하거나 둘 중 하나로 귀결되는 일이 자꾸 반복되고 있어요. 정치를 둘러싼 심리적 기제를 살펴보면 곳곳에서 확증 편향이 발견돼요. 사람들은 대개 어떤 결과나 정치인, 다른 집단에 대해 좋거나 싫다는 결론을 이미 내려놓고 있습니다.” 지도자의 행동이 외교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고 있는 콜게이트大 다니엘 럽튼敎授의 말이다. 이들 독재 지도자들은 미리 정해놓은 결론과 자신의 믿음에 부합하는 이야기만 들으려 하고, 반대되는 이야기에는 귀를 닫아버리니 편견은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단다. 확증 편향(偏向)이란 것이 너무나 강력해서 기존의 믿음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철저히 걸러지는데, 정작 왜곡된 정보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최근 사임한 짐바브웨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의 부인인 그레이스 여사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매년 자신이 직접 디자인한 컬러풀한 의상 차림으로 국회를 드나들고 국영 항공사로부터 보잉 767기를 징발해 두바이로 쇼핑여행을 떠났던 실권자로부터 이제는 주민들이 가장 혐오하는 기피 인물로 전락한 것이다. 모든 정치지도자는 결국 그가 속한 정치 제도의 수준을 반영한다고 한다. 지도자가 말하는 모든 바른말, 좋은 말과 훌륭한 의지는 항상 해당 정치 제도가 허용하는 범주 안에 있다. 독재 권력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심는다. 감시에 대한 두려움, 공권력에 대한 두려움, 체포에 대한 두려움보복에 대한 두려움이다. 

[독재자를 무너뜨리는 법,著者스르자 포포비치,메슈밀러]에서 세르비아에서는 매일 머리에 조화造花를 꽂는 ‘밀로셰비치’의 아내를 풍자하기 위해 수십 마리 ‘칠면조의 머리에 하얀 꽃’을 꽂아 거리에 풀어놓았다. 러시아에서는 푸틴을 반대하는 집회를 당국의 불허하자 반反푸틴 구호를 든 '장난감 인형'이 시위를 주도하고, 시리아에서는 '이제 그만'과 '자유(自由)'등이 적힌 탁구공 수천 개가 도시 골목과 거리로 쏟아져 나왔으며, 반反정부 가요가 담긴 USB스피커를 더러운 쓰레기통에 넣어 도시 곳곳에서 하루 종일 노래가 흐르도록 했다.

지난 9월북한 김정은 독재 체제를 풍자한 드라마 미니시리즈가 유럽에서 방송되기 시작했다. 독제 체제를 풍자한 텔레비젼 미니시리즈 '킴콩'이다. 언제나 역사적 심판의 정답은 강력한 독재자일수록 한순간에 체재붕괴로 나락(奈落)에 떨어졌다는 역사적 기록이다. “이 세상에서 내가 인정하는 유일한 독재자는 내 안의 작은 목소리뿐이다.”<간디>


정균화 명예회장 교수  tobe428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