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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권 공략법5: 토지에 유치권이 신고되어 있다면

천사요정 2020. 10. 29. 07:42

사례:
 
 A건설은 경기도 소재 모 토지의 주인으로부터 토공사 및 흙막이 공사(이하'이 사건 하도급공사'라 한다)를 도급받았다. 토지를 지표면으로부터 지하 4층 규모인 14m깊이까지 굴착한 다음 흙막이 벽체를 설치하고 굴착된 부분의 벽면 부위를 지탱하기 위한 철골구조물을 설치하였는데 공사의 진행정도에 따라 대금을 나눠지급하기로 한 토지주가 제때 대금 지급을 하지 않아 공사를 중단했다.
 이후 해당 토지는 경매에 나왔고 A건설은 토지주로부터 받지 못한 공사대금채권이 있다며 유치권을 신고했다. A건설에게 유치권이 인정될까?
 
 
 
 해설:
 
 일단 유치권의 성립요건인 점유는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살펴보자. 오늘은 토지 위에 건물 신축을 위해 터파기와 흙막이 공사를 하고 철골 구조물을 심어 놓은 경우 토지에 대해 유치권이 인정되는지 여부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법원은 먼저, 토지 위에 건물을 건축하다가 공사가 중단되었고 토지가 경매에 나온 경우에, 건물의 신축공사를 도급받는 수급인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라고 볼 수 없는 정착물을 토지에 설치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경우에 그 정착물은 토지의 부합물에 불과하여 이러한 정착물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는 것이고, 또한 공사중단시까지 발생한 공사대금 채권은 토지에 관하여 생긴 것이 아니므로 그 공사대금 채권에 기하여 토지에 대하여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없다 (대법원 2008.5.30.자 2007마98 결정 등)고 보고 있다.
 
 토지와 건물은 우리 법상 별개의 부동산으로 취급되고 있다. 그런데 건물이 어디까지 건축되어야 별개의 부동산으로 인정받을까? 대법원은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있어야 토지와는 별개의 독립한 부동산이라 보고 있다(대법원 2001. 1. 16. 선고 2000다51872). 앞 단락의 판례와 종합해서 보면, 예를 들어 토지에 철근콘크리트를 타설해놓았는데 기둥과 지붕, 주벽까지 공사가 된 상태가 아니라면 철근콘크리트 등은 토지에 부합되서 이 물건 자체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도 없고, (원래 지으려던) 건물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이니 토지에 관해 생긴 채권도 아니어서 토지에 대해 유치권도 행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질문의 사안은 대법원의 판례를 각색한 것인데, 법원은 다음과 같은 사정을 들어 유치권의 존재를 부정했다.
 
 이 사건 공사는 지하층을 건설하는 건물 신축공사에 통상적으로 따르는 정지공사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 사건 각 토지를 건물 신축에 적합한 용도로 유지하기 위한 공사라고는 보이지 아니하고, 이와 같은 공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각 토지가 건물 신축공사에 적합하지 아니한 상태였다고 볼 수도 없으며,...오피스텔 신축을 위한 초기공사로 보아야 할 것이지, 그것이 이 사건 각 토지에 대한 공사의 성질을 지닌다고 볼 수는 없다. (대법원 2013. 5. 9 선고 2013다2474 판결)
 
 파란색 표시 부분에 주목해보자. 해당 부분을 뒤집어서 음미해보면, 토지 자체가 건물 신축에 적합하지 않은 상태여서 해당 토지를 건물 신축에 적합한 용도로 유지하기 위한 공사라면 토지에 대한 공사로서 유치권이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이러한 대법원의 입장은 다음 판례에서도 확인된다.
 1. 문제가 된 각 토지가 공부상 지목이 과수원, 전, 하천으로 구성된 일단의 토지여서 그 지목이 잡다하고, 장차 지목을 대지로 변경하더라도 지반침하 등으로 인한 건물붕괴를 막기 위한 지반보강공사 없이는 아파트 등 건물을 건축하기에 부적합했음
 
 2. 건설업체와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는데, 그 공사내용은 아파트 3개동이 들어설 단지로 조성하되, 장차 지반침하로 인한 건물 붕괴를 막기 위하여 그 자리에 콘크리트 기초파일을 시공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음
 
 3. 현재 이 사건 토지에는 아파트 3개동이 들어설 부지 조성을 위해 그 지하에 약 1,283개의 콘크리트 기초파일이 항타하여 삽입되어 있었음
 
 위와 같은 사실관계 하에서는 토목공사를 토지에 관한 공사로 볼 수 있어서 그 공사대금채권은 위 각 토지에 관하여 발생한 채권으로서 유치권이 인정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60530 판결).
 
 어찌보면, 결론이 다르게 난 두 판례에 있어서 지하에 터파기와 지반침하를 막기 위해 콘크리트 기초파일이나 철골구조물이 타설되어 있는 상태는 육안으로 보기에 크게 차이가 없는 상태일 것이다. 따라서 그 경우에는 토지의 지목이나 형질 자체가 건물 신축에 적합한 상태였는지, 그래서 현재까지 진행된 공사가 건물신축에 부적합한 토지를 적합한 상태로 만들기 위한 공사였는지 여부에 따라 좌우된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오늘의 결론 :
 
 토지에 건물신축 공사가 진행되다가 기둥, 지붕, 주벽이 완성되기 전에 중단된 경우, 유치권이 인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꽤 높다. 보다 정확하게는, 유치권자가 공사대금채권을 주장하는 공사가 터파기와 콘크리트 파일 등 타설공사라면 해당 토지가 원래 건물 신축에 적합한 토지인지, 지반침하가 예상되는 토지인지,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한 구조물 타설이 건설 공법 때문인지 토지 자체가 건물 신축에 부적합해서 인지 확인해보자. 후자라면 토지에 유치권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
 확인이 쉽지 않겠지만 인근의 건축사 사무소나 공사를 행한 유치권자, 채무자인 소유자 등으로부터 가능한한 최대한 정보를 수집해보자.
 
 
 
 
 
 
 김현희 변호사 /법률사무소 다감
 
 특수물건연구소 소장   블로그: https://blog.naver.com/tufr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