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차관급)에 조은석 전 법무연수원장을 임명 제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에 소환되던 날, 당시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함께 웃고 있던 사진 속 인물(오른쪽)이다./굿모닝충청 정문영 기자〉
[굿모닝충청=서울 정문영 기자] 최재형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차관급)에 조은석 전 법무연수원장을 임명 제청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대검찰청 임은정 대검찰청 감찰정책연구관은 이를 결코 원치 않는 ‘비보(悲報)’로 받아들였다.
임 연구관은 16일 페이스북에서 “어제 오전, 서울고검 감찰부의 무리한 수사를 지휘했던 조 전 고검장이 감사위원이 되었다는 비보에 슬퍼하다가 오후, 최모 검사가 항소심에서 누명을 모두 벗었다는 낭보에 위로를 받는다”고 운을 뗐다.
조 전 고검장은 2009년 4월 30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검에 소환되던 날, 홍만표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과 함께 웃고 있던 사진 속 주인공으로 당시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촛불정신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물이,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의 감사위원 임명을 비토하며 9개월이나 비웠던 자리에 “냉철한 상황 판단과 강직한 성품이 강점이고, 풍부한 수사 경험과 법률적 식견을 가진 적임자”라는 평가와 함께 이번에 최 감사원장이 신임 감사위원으로 엄선해 제청한 당사자다.
임 연구관은 이날 그러나 조 전 원장이 2018년 서울고검 감찰부 수사를 지휘할 당시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사건 처리에 매진하던 현직 검사에게 누명을 씌워 형사처벌까지 받게 했던 장본인이었던 과거 악몽을 떠올렸다.
“여상을 나와 어렵게 일해 모은 돈으로 대학에 진학하여 나이 차 많이 나는 동생들과 같이 대학과 사법연수원을 다니고,힘겹게 검사가 된 사람이 있다. 따뜻하고 착한 사람이라 동료들과 아랫사람들에게 사랑 받았고, 책임감과 성실함을 갖추었으니 간부들의 칭찬도 자자했다. 2015년 남부지검 성폭력 사태 때, 김형렬 부장이 사표나마 제출한 것은 최모 검사의 항의 덕으로 들었다. 故 김홍영 검사의 첫 지도검사이기도 했던 최모 검사는 왁자했던 성폭력 사건이 그리 덮이고, 김홍영 검사가 그리 황망히 떠나자, 마음을 많이 다쳤다.”
그는 “검찰의 부조리를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그저 묵묵히 주어진 사건 처리에 매진하던 조용한 삶이 2018년 서울고검 감찰부의 수사로 산산조각이 났다”며 “검찰은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뿐, 아래에서 위로 거슬러 올라가지는 않는데, 뇌물 받은 수사관의 범죄에 검사가 가담하는 구조는 검찰조직에서 너무 어색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누구? 최OO? 다단계 뇌물 김광준 검사, 별장 성접대 김학의 차관 때는 풍문을 접한 검사들이 아 역시~ 그랬었는데, 최OO~~이란 말에 에이~~ 설마~~ 라 모두들 고개를 저었다. 재소자들을 동원하는 금조부 수사관행은 비판받아 마땅하고, 징계가 불가피한 지휘책임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서울고검 감찰부의 무리한 수사로 무고한 사람이 누명을 써 형사처벌까지 받는 것을 내버려 둘 수가 없어 구속영장이 청구되었을 때 탄원서를 제출하였다.”
그리고는 자신이 제출한 탄원서 일부를 소개했다. 탄원서 내용을 보면, 신화 속 악당 ‘프로크루스테스’가 누구인지를 알 수 있고, 그런 악마적 존재가 감사위원에 새로 임명 제청된 조 전 원장임을 감지할 수 있다.
미리 정한 결론에 사실관계를 끼워 맞추는 무리한 수사들을 보면, 저는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 신화’를 떠올리곤 했다. 사람을 침대 길이에 맞추어 다리를 잡아당겨 늘리거나 잘랐던 프로크루스테스가 우리 검찰인 듯싶어 얼마나 슬프던지, 지금 너무도 착하고 성실한 동료가 그 침대에 눕혀져 다리가 잘려 죽어가고 있다.
공익의 대변자이고 정의의 수호천사여야 할 검사가 악당 프로크루스테스를 응징하는 영웅 테세우스가 아니라, 응징 받아야 할 악당이 된 현실은 사법 피해자에게도, 가해자인 검사에게도 비극이지만, 대한민국에도 더할 나위 없는 비극이다. 그래서, 저는 슬프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라고 한 윤동주 시인의 《팔복》 시와는 달리 우리의 슬픔이 영원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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