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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천사요정 2021. 1. 22. 12:32

신문 사설과 칼럼

 

 

2015년 6월 1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작성자: 관리자 조회 수: 2012

2015년 6월 10일 수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사설은 각 신문사의 정치적인 입장을 대변하기 때문에 글의 논거 자체를 찾아서 읽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비판적인 입장에서 상대방 논거의 문제점을 찾아보는 작업도 함께 해 본다면 당신은 한 쟁점에 대해 다각적인 사고를 형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

 

[한국일보 사설-20150610수] 지휘탑 없이 대책기구만 난립, 무능 소리 들을 만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초기대응에 실패한 정부가 후속 관리도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여론의 질타에 부랴부랴 만든 메르스 대책기구가 벌써 5개다. 지난 달 20일 메르스 확진 환자가 확인된 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먼저 설치됐고, 이달 3일에는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가 출범했다. 중앙본부는 문형표 보건복지부장관이, 범정부본부는 박인용 국민안전처장이 본부장을 맡았다. 이름도 유사하지만 기능에 무슨 차이가 있는지 직원들조차 제대로 모른다. 청와대 내에도 정책조정수석이 주재하는 긴급대책반이 설치됐다. 여기에. 민관합동종합대응 TF와 즉각대응팀 TF 등 태스크포스 두 개가 꾸려졌다.

 

 기구가 많다 보니 기능과 역할, 권한이 중복되어 오히려 혼란스럽다. 그렇다고 컨트롤타워가 명확한 것도 아니다. 청와대는 “분야별로 본부가 구성되어있고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컨트롤타워가 돼야 할 최경환 총리 대행이 메르스 확산이 본격화하던 2~6일 사이 해외출장을 간 것은 설명할 길이 없다. 직제상으로는 청와대 긴급대책반이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것 같지만 여기서는 상황파악이 고작이다. 박 대통령은 전문가를 중심으로 만든 즉각대응팀에 병원폐쇄명령권을 포함한 전권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과연 민간인 중심의 TF가 범정부적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청와대나 총리실이 공식 컨트롤타워를 맡는 것을 꺼리기 때문에 이 같은 편법이 등장한 것이다.

 

 당연히 정부부처간 손발이 맞을 리 없는데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사건건 충돌한다. 교육부가 학교 휴교령을 검토하자 보건복지부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능력을 믿지 못하는 일부 지자체는 독자적인 행보를 통해 환자관리에 나서고 있다. 일선 현장에서도 우왕좌왕이다. 메르스 핫라인으로 전화를 하면 “보건소에 신고하라”는 대답이 돌아오고, 지자체 콜센터에서도 “보건소나 메르스 핫라인으로 연락해 상담을 받으라”고 한다. 보건소조차도 지침을 받아야 할 질병관리본부와 연락이 수월하지 않다고 불만이다.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성하려면 하부 조직의 구조와 기능이 명확해야 일이 수월하게 돌아갈 수 있다. 여기에 리더십을 발휘할 유능한 컨트롤타워가 있어야 신속 대응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하부 조직만 우후죽순으로 만들어 놓고 컨트롤타워가 없는 상황이라면 배는 산으로 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위기관리 시스템을 이끌 사령탑을 명확히 해야 한다. 청와대든 총리실이든 복지부든, 권한과 책임을 동시에 주고 종합 지휘를 해야 한다. 이러니 정부가 무능하다는 소리를 듣는 것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50610수] 메르스 감염 추세 꺾였다고 강조할 때 아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병원·지역이 또 늘어났다. 메르스 환자가 거쳐간 서울아산병원 등 의료기관 3곳에서 감염이 일어났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른바 ‘빅5 병원’ 가운데 삼성서울병원에 이어 서울아산병원도 메르스에 뚫린 것이다. 그동안 감염자가 나오지 않았던 강원과 충북 지역에서도 양성 반응자와 확진 환자가 나왔다. 1차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8~9일 이틀째 감염 환자가 나오지 않았고 2차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서 9일 추가로 확인된 환자가 3명에 그쳤다고 해서 섣불리 확산 추세가 꺾인 것으로 안심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에서 감염된 청원경찰은 약 10분간 환자에게 노출됐을 뿐인데도 바이러스에 전염됐다. 더구나 이 환자는 발병한 지 이틀째였다고 한다. 환자와 2m 이내에서 1시간 이상 노출돼야 감염된다거나 발병 5~7일 사이에 전염력이 가장 강하다는 등 메르스 전파에 대한 기존 공식이 모두 깨지고 있다. 새로 확진된 환자들이 여러 의료기관을 거쳤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 환자가 모여 있는 요양병원은 감염에 따른 위험도가 높은 곳이어서 더욱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정부에 주마가편의 주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메르스와 싸우는 현장에는 피로감이 쌓이고 있겠지만 아직은 긴장과 경계심을 더 높여야 할 때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감염병 위기경보상) ‘심각’ 단계 수준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는데, 실제로 위기경보를 ‘심각’ 단계까지는 아니더라도 지금의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할 필요가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8일 국회 긴급현안질문에서 “‘경계’ 단계로 격상하면 국가 이미지에 문제가 있다”고 답한 것은 본말이 전도된 안이한 태도다. 일부 국가에서 한국 여행 자제를 권고하는 등 메르스 대응 실패에 따른 국가 이미지 실추는 이미 현실화했다. 그게 아니더라도 국가 이미지보다 더 중요한 건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다.

 

 조금 과하다 싶더라도 확실한 대응이 실효를 거두고 불안감도 줄인다는 게 이미 입증됐다. 전북 순창군은 양성 반응자가 나오자마자 해당 마을 전체를 격리해 추가 감염을 막았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도 결과적으로 잘했다는 평가가 많다. 지상 목표는 메르스 사태를 조속히 진압하는 것이다.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을 놓지 않고 대응 수위를 끌어올려야 하루빨리 그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50610수] 메르스 위기관리 실패에서 교훈 얻어야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 증가세는 다소 주춤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는 형국으로 연일 확산되고 있다. 그동안 청정 지역으로 알려졌던 강원도와 충북 지역에서도 어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어제까지 확진자 수는 97명이나 된다. 국내 최대 병원인 서울아산병원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어제까지 격리자만 3000명 가까이 된다. 초동 대처를 잘못해 인명적 피해도 늘고 있고, 물질적 피해와 정신적인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정부의 뒤늦은 대책 마련 탓에 방역망은 곳곳에서 뚫리고 있다. 국민들의 공포심도 확산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인한 대내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국무회의에서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인 조치를 지시했다. 정부의 미숙한 메르스 초등 대처로 인한 사회·경제적 파장이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메르스 대응에서 리더십 부재가 화를 키웠다는 주장은 야당은 물론 집권 여당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근혜 정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문제다. 이것이 가장 근본 문제”라며 내각의 위기관리 능력 부재를 질타했다. 그는 “전부 다 대통령만 쳐다보면서 스스로 책임을 지고 일을 하지 않는다. 아무리 여당이라도 지금은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내각이 무능한 것은 박 대통령의 책임도 있다. 그동안 박 대통령의 만기친람식 국정 운영 방식에 길들여진 내각은 대통령의 지시가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타성에 젖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무회의에서 제대로 된 토론도 없이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쓰고 이를 부처에 전달하기 바빴던 국무위원들이 국가적 위기에 대통령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 것은 당연한 귀결일지도 모른다. 박 대통령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일대일 대면 보고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청와대와 복지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문 장관은 확진자 발생 6일 만에야 국무회의 석상에서 보고했다.

 

 총괄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도 불확실하다. 현재 정부의 메르스 관련 기구는 공식적으로 3개다. 질병 관련 대책은 복지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지원 업무는 국민안전처 장관을 본부장으로 8개 부처·청으로 이뤄진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가 한다. 청와대 비서실에는 대통령을 보좌하는 민관합동대책반이 있다. 직제도 복잡할 뿐만 아니라 업무 기능과 권한이 중복된 상황이다. 관계 부처 직원들조차 자신이 속한 조직의 정확한 위상과 기능을 설명하지 못할 정도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사태에 직면해 정부가 보였던 무기력이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대로 반복되면서 국민들의 실망감은 분노로 변해 가고 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지 못한 정부라고 해도 할 말은 없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점에서 교훈을 찾아 범국가적 대응 체제로 메르스 재난 극복에 나서기를 당부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610수] 중구난방 메르스,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없다니 …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이 발병한 지 20일이 지났다. 강력한 컨트롤타워 아래 각 부처, 지방자치단체, 민간, 정치권이 협력해 일사불란하게 대응해야 할 때다. 하지만 아직도 컨트롤타워가 어디인지 몰라 혼선을 빚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9일 “만시지탄이 있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일수록 일을 하는 추진체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며 컨트롤타워 부재(不在)를 우려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메르스 발병 후 처음으로 국무회의를 주재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알맹이’는 보이지 않았다. 지금 대통령에게 요구되는 역할은 원론적인 당부가 아니라 컨트롤타워의 리더를 정하고, 각료들에게 책임을 나눠 일을 시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은 전날 “전문가를 중심으로 즉각대응팀을 만들어 전권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뜻은 좋으나 현 상황에선 혼란만 부추길 뿐이다. 왜냐하면 메르스 발병 후 이미 여러 본부·팀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최초 환자가 발생한 지난달 20일엔 질병관리본부에 중앙메르스대책본부가, 지난 2일엔 청와대 내에 메르스긴급대책반이, 3일엔 국민안전처 산하에 범정부메르스대책지원본부와 민관 합동 종합대응 TF가 설치됐다. 즉각대응팀까지 합치면 비슷한 대응 조직이 5개나 된다. 이런 중구난방식의 조직은 현장 공무원이 어디에 보고해야 하는지 헷갈리게 만들 뿐이다. 이미 격리 대상자를 놓고 지자체는 ‘능동감시’, 보건소는 ‘자가격리’ 판정을 내리는 등 현장 방역 관리는 뒤죽박죽이다. 메르스 휴교령을 둘러싸고 보건복지부와 교육부의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이런 혼란을 막으려면 박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컨트롤타워 구축을 지시해야 한다. 그 책임은 최경환 국무총리 대행에게 맡기는 것이 현재로선 가장 적절하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실질적 컨트롤타워가 청와대라고 밝혔다. 이는 대통령이 수시로 회의를 소집해 보고받고 지시하지 않는 한 별로 효율적인 방안이 아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도 고건 당시 총리가 컨트롤타워를 지휘했었다. 내각을 총괄하는 총리 중심으로 보고·지시를 일원화해야 각 부처, 지자체가 방역에 행정력을 효율적으로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 메르스 사태와 대통령의 방미 일정

 

[한겨레신문 사설-20150610수] 대통령 방미 일정 재검토해보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면서 오는 14일부터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일정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방미 일정 변경은 득실을 세심히 따져봐야 할 문제다. 방미를 통해 한국이 얻어낼 외교적 성과는 무엇인지,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와 예상되는 결과는 무엇인지, 방미 취소가 외교적 결례는 아닌지 등 외교적 문제와 함께 메르스 사태의 추이와 국민 여론 등을 복합적으로 살펴봐야 할 사안이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에 비춰볼 때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날수록 좋다는 데 이견을 달 사람은 없다. 그러나 면밀히 따져보면 현시점에서 두 나라 정상 간에 긴급히 다뤄야 할 의제는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최대 관심사인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묘안이 정상회담에서 도출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 미국 쪽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 체계) 배치 문제가 논의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압박 강도를 높여온 최근의 흐름을 고려하면 박 대통령의 방미 기간 동안 압박의 고삐를 더 죌 수도 있다.

 

 국내 비상 상황 때문에 미국 방문을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는 미국도 양해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13년 7월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사태 때문에 애초 예정됐던 아시아 방문을 연기한 적이 있다.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가 8일 한국에 대해 여행주의보를 발령한 것도 눈여겨볼 사안이다. 자칫 한국의 방미 수행원들이 미국 공항에서 까다로운 입국심사와 방역조처를 받는 난처한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물론 중국과 일본이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는 등 새로운 흐름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에서 모처럼 잡은 한-미 정상회담 일정을 바꾸는 것은 좋지 않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4월 미국을 방문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번 가을에 미국을 방문할 예정으로 돼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지금이 박 대통령 방미의 적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지금의 메르스 사태의 엄중성과 그동안 정부가 보여온 무능·무책임한 태도를 돌아볼 때 박 대통령의 방미는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인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위협받는 중대 사태 속에서 국정 최고책임자가 외국으로 나가는 것에 대한 국민의 시선도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대통령이 국민과 함께 위기 극복을 진두지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앞으로의 순탄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훨씬 낫지 않을까. 물론 최종 판단은 청와대의 몫이다.

 

 

[경향신문 사설-20150610수]‘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와 대통령의 방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컨트롤타워 부재 문제가 심각하다. 정부가 우후죽순식으로 대책기구를 쏟아내고 있지만 총괄 지휘할 책임자가 불분명해 혼선이 일고 있다. 국정의 구심점이 돼야 할 박근혜 대통령마저 지휘체계를 흐트러뜨릴 수 있는 기구 신설을 지시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 부족과 리더십 부재가 우려스럽다.

 

 정부가 그간 가동해 온 메르스 대응 기구는 5개다. 부처 기구로는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은 ‘중앙 메르스 관리대책본부’와 문 장관이 팀장인 ‘민관합동대응 태스크포스’, 박인용 국민안전처 장관이 이끄는 ‘범정부 메르스 대책지원본부’가 있다. 여기에 청와대 긴급대책반과 중앙안전관리위원회도 있다. 이름만으로는 어느 기구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디가 컨트롤타워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정부는 어제 전문가 중심의 ‘즉각 대응팀’을 신설했다. “전문가들이 전권을 부여받고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 즉각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하겠다”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조직이다. ‘옥상옥’ 기구를 연상케 한다. 또 기존 정부 기구들과의 역할 분담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헷갈린다. 컨트롤타워에 대해 정부 부서별로 말이 다른 것도 혼란스럽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최경환 총리 대행이라고 하지만, 현정택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박 대통령이 실질적인 국정 최고책임자로서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최 총리 대행이 “메르스 대응 창구를 복지부로 일원화한다”고 밝힌 뒤 박 대통령은 박인용 장관이 본부장인 ‘범정부 대책지원본부’를 방문하는 엇박자 행보를 연출하기도 했다. 최 총리 대행이 어제 제1차 범정부 메르스 일일점검회의를 주재해 컨트롤타워 구색을 갖췄지만 언제 또 상황이 바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컨트롤타워 논란의 발원지는 대통령과 청와대다. 국정 최고책임자가 뒤로 물러서서 책임은 정부에 떠넘긴 채 “중앙과 지방정부 협력이 절실하다”는 등의 말만 되뇌는 한 혼란과 논란은 종식되지 않을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어 또다시 대통령의 지도력이 여론의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국민의 신뢰를 되찾고 메르스를 다스리는 방법은 하나다. 청와대에 안주하지만 말고 전면에 나서서 내각을 지휘하고 논의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방미를 둘러싼 논란도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리더십을 발휘해 컨트롤타워 논란이 사그라지면 방미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미국에 가느냐 안 가느냐의 문제보다 국민 불신을 씻어내느냐가 관건인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박근혜 대통령 방미와 메르스는 별개 문제로 봐야

 

 14~19일로 예정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놓고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예정된 만큼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측이 있는가 하면 메르스 사태로 국민 건강이 위태로운 비상 상황에 굳이 지금 미국으로 떠나야 하냐며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쪽도 있다. 시간을 갖고 사태 추이를 좀 더 지켜본 후 방미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존재한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현 국제정세는 미국과의 정상회담을 미룰 정도로 만만치 않다. 북한이 지난달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에 성공하는 등 도발수위를 높이면서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한반도 배치 요구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해 우리 정부에 세 번씩이나 우려를 표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는 최고 우방과 최대 무역상대국 사이에서 줄타기를 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여기에 일본의 위안부 문제, 자위대 해외파견, 세계문화유산 등재 문제까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정이다. 우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문제와 같이 경제환경을 완전히 뒤바꿔놓을지 모를 현안도 걸려 있다.

 

 게다가 갑작스러운 방미 연기는 외교 신뢰를 훼손할 수 있는데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메르스 사태에 대한 불안한 시선을 더욱 조장할 우려가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러지 않아도 동북아에서 외교 고립이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조차 대통령의 방미와 관련해 "최고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는 정말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이라면 전염병에 총력을 기울여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교 현안을 해결하는 것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메르스와 방미는 별개의 문제다.

 

 

■ 메르스 공포와 한국경제

 

[한겨레신문 사설-20150610수] 잇따른 경제부진 신호에 타개책 서둘러야

 

 내수가 뚜렷한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수출은 계속 부진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에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영향까지 겹쳐 우리 경제의 어려움이 더 커졌다. 이러다 올해 성장률이 3%를 밑돌 수도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의 전망이 현실이 되지 않을까 싶어 걱정스럽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앞장서 타개책을 마련해야 한다.

 

 지금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하는 메르스 사태의 파장이 간단치 않아 보인다. 특히 지난 1일 첫 사망자가 발생한 뒤로는 관광·음식·숙박업과 백화점 등의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중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수학여행을 취소·보류하는 학교가 한둘이 아니다. 야구장·극장 등에도 관람객이 많이 줄었다. 메르스의 확산을 이른 시간 안에 차단하지 않으면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못지않은 악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활기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내수에 다시 큰 타격을 가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수출은 이미 5개월째 감소세다. 지난달 10.9% 줄어든 것을 비롯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한달 평균 5.6% 하락했다. 일본 엔화 약세가 우리 수출 경쟁력을 잠식하는데다 세계 교역의 회복세가 더딘 탓이 크다. 그 여파는 해당 업체는 물론 경제 전반에 미치고 있다. 정부에서는 하반기에 수출이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여건이 그다지 녹록지는 않다.

 

 경제가 부진하면 아무래도 중산층과 서민층이 더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고용 불안이 커지고 급여가 오를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청년층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 4월 실업률이 10.2%로, 4월치로만 따지면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의 구실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메르스가 번지는 것을 막는 데 힘을 쏟는 것과는 별개로 이번 사태에 따른 사회·경제적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내수와 수출에 도움이 될 정책조합을 서둘러 준비해야 할 때다. 정부는 재정 확대를 포함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를 고민해야 한다. 11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그런 면에서 주목된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래 돈풀기 정책인 양적완화를 밀어붙이고 중국은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인하 등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주는 이웃 나라의 이런 움직임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서울신문 사설-20150610수] 메르스 직격탄 맞은 경제 비상대책 필요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메르스 직격탄이 날아들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입국 취소가 잇따르고 내국인들도 외출과 여행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숙박업소에는 손님의 발길이 뚝 끊겼고 음식점도 한산하기만 하다. 극장 관객은 70%나 줄었고 대형마트 매출도 30% 감소했다고 한다. 내수와 수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설상가상이다. 이대로 가다간 겨우 3%대에 턱걸이할 올해 경제성장률이 2%로 떨어질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전염병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 사례를 봐도 실로 크다. 2003년에 9개월 동안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겪었던 홍콩은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해 숙박· 음식점업의 매출이 전년보다 35.1%나 감소했다. 제조업(-14.0%), 도매업 및 소매업(-10.4%), 운송업 및 보관업(-9.9%), 건설업(-6.7%) 등도 타격을 받았다. 우리도 홍콩의 전철을 밟지나 않을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실낱같이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소비 심리가 다시 꺾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도 크다.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다. 금 모으기 운동을 펼치며 외환위기도 극복한 우리 국민 아니던가. 무엇보다 정부와 국민 전체가 힘을 모아 메르스를 하루빨리 퇴치해야 한다. 정부는 환자와 격리 대상자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고 국민은 각자 위생 수칙을 지키며 메르스에 감염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나친 과민 반응이나 공포감은 버려야 한다. 메르스는 공기를 통해 쉽게 감염되지 않는다. 나들이나 쇼핑 활동을 해도 별 탈이 없다고 한다. 메르스에 조심하면서도 내가 경제를 살린다는 심정으로 각자가 전과 다름없이 일상생활을 해야 한다.

 

 사태가 확대되기 전에 초기에 메르스를 진압하지 못한 점은 두고두고 후회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치료와 방역에 총력을 기울인다면 언젠가 완전히 몰아낼 수 있다. 시간문제라는 말인데 관건은 심리다. 한번 위축된 심리를 되살리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정부는 위축된 소비 심리와 나빠진 한국의 이미지를 되살리기 위해 가능한 방안을 모두 동원해야 한다. 정부는 오늘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메르스 피해 업종에 대한 지원책을 포함한 대응책을 논의한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을 통해 돈을 미리 풀어야 하고 피해를 본 업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도 내놓아야 한다. 한국은행은 금리 인하를 적극 검토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사고 때 한은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있다. 다시 과오를 되풀이하지 말기 바란다.

 

 

■ 메르스 관련 그 밖의 사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너도나도 메르스법 발의 혼란만 부추긴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병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원입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최근 발의된 감염병 관리법 개정안은 감염자를 진료한 의료기관이나 이동경로를 공개하는 것부터 의심자에 대해서도 생활보호를 지원해야 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대부분 정부의 방역조치를 강화하고 전면적인 국가보상 체제를 도입해야 한다며 엇비슷한 해법을 내놓고 있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문병원이나 지원기구를 설립하고 의료기관의 유무형 피해까지 무조건 보상해줘야 한다는 식이다.

 

 이들 법안은 감염병 대책이 미흡하다는 공감대에서 나온 것이라지만 막대한 재정부담과 관련기관의 역할분담이 불분명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제대로 실효성을 갖출지 의문스럽다.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일이라면 정확한 비용 추계와 효율성부터 따져보는 게 선후가 맞는 일이다.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개하고 병원을 강제 폐쇄한다면서 문제가 생기면 뒤늦게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된다는 발상도 무책임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국회는 메르스 발생 초기에는 국회법 타령으로 허송세월하다가 18일 만에 '메르스특위'라는 것만 달랑 만들어놓고 강 건너 불 보듯 해왔다. 이런 국회가 뒤늦게야 사회적인 이슈에 편승해 설익은 법안이나 양산하고 있으니 힘겨운 국민들의 눈에는 곱게 보일 리 없다.

 

 지금 같은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일단의 마구잡이식 입법활동은 오히려 국민 혼란만 부추기고 체계적 대응을 어렵게 할 수 있다. 국가방역체계는 법안 문구 한두 군데를 고쳐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이 아니다. 국회는 졸속입법의 유혹에서 벗어나 차분히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국민의 입장에서 가장 효과적인 방역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회는 이달 임시국회에서 감염법 방지대책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정치권은 메르스특위가 또다시 무용론에 휩싸이지 않도록 의료 전문가를 포함한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보고 국민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610수] 응급실 전파 막아야 메르스 잡는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증가세가 일단 주춤해졌다. 이제 남은 일은 감염자 확산을 차단해 사태를 진정 국면으로 전환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일은 계속 문제가 되고 있는 병원 내 감염을 잡는 일이다. 지금까지 발생한 메르스 환자의 상당수는 병원 내 감염이 원인이었다. 그중에서도 응급실 전파가 주류를 이뤘다. 특히 30명이 넘는 확진 환자가 나온 삼성서울병원은 응급실이 14번 환자에게 사흘간 무방비로 노출되면서 사태를 키웠다. 감염병 환자를 막는 최전선인 응급실에 일반 환자와 가족이 메르스 환자와 한데 섞이는 바람에 메르스 확산의 진원지가 되는 일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환자분류체계(트리아지·triage, 환자 우선 진료를 위한 분류)에 따라 메르스 환자를 예진할 선별진료실(임시격리실) 설치를 확산하는 일이다. 고열·기침·오한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는 환자를 예진을 통해 파악한 뒤 신속히 격리해 일반 환자와 접촉하는 일을 원천적으로 막는 방법이다. 본지가 전국 43개 대학병원을 조사한 결과 이제는 대부분 메르스 의심 환자를 분류할 별도의 선별진료실 설치를 마쳤다. 이제 선별진료실 설치를 대학병원 이하의 병원 응급실로 확산해야 한다. 선별진료실이 제대로 설치돼야 일반인들이 안심하고 병원을 찾을 수 있지 않겠나.

 

 기존 응급실을 고열을 동반한 메르스 의심 환자용과 일반 환자용의 2개로 나누고 출입문까지 별도 설치해 이중 관리하는 것도 좋은 방법으로 권할 수 있다. 메르스 의심 환자용 응급실에는 허가된 의사와 간호사 외에는 가족까지도 출입을 전면 통제해 일반 환자에게 메르스가 전파되는 일을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관련 의학단체가 병원 내 감염을 막을 구체적인 시설·행동 규정을 신속하게 마련하고 이를 전국 각급 병원에 일괄적으로 내려주는 일이다. 문제는 국내 의료법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등에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다는 점이다. 당장 규정이 없다면 질병관리본부가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와 2010년에 마련한 ‘응급실에서의 감염관리 표준지침’을 당장에라도 의무적으로 적용하도록 정부가 적절한 방법으로 지시를 내리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호흡기를 통한 감염으로부터 직원·환자·보호자를 보호하도록 응급실에 분류 구역을 만들고 적절히 환기해야 한다’는 캐나다의 규정이나 ‘격리가 필요한 환자를 진료하는 별도 치료실과 대기시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한 미국의 규정도 적극 참조해야 한다. 병원 내 감염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가동하는 것은 제2의 삼성서울병원 사태를 막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 메르스 관련 칼럼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김양중(의료전문기자)-20150610수] 메르스가 남겨야 할 것들

 

 이제는 거의 잊힌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 있다. 14세기 중반 크게 유행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이 흑사병으로 숨졌다. 페스트균을 가진 쥐나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옮기는 이 전염병은 원래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페스트균은 19세기 후반에나 그 존재를 인간이 알게 되며, 흑사병이 크게 유행한 당시에는 이 질병의 원인을 전혀 몰랐다. 당시는 종교적인 믿음이 강했던 때라 신의 저주라 믿고 교황과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흘 동안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는데, 유대인 때문에 흑사병이 생겼다며 이들을 박해하기도 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을 중단했다.

 

 흑사병 유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이 유행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맞았다. 우선 흑사병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못했던 종교에 대한 도전이 생겼다. 말과 글을 알아야 대처한다며 종교인이나 왕실, 귀족 등 상위층만 쓰는 라틴어보다는 각 민족이 쓰던 언어가 더 발달했다. 유럽 인구가 크게 줄다 보니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전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생겼다. 이후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 산업혁명의 시초도 흑사병에서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영향은 컸다. 비록 흑사병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 뒤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냈다.

 

 이미 3년 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유행했던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예상치 않던 우리나라에도 번져 9일 오전 기준 95명의 환자가 생겼다. 이 가운데 7명이 메르스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숨졌다. 국내 환자 수는 벌써 메르스 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주변국보다 환자 수가 많아진 것이다.

 

 3년 전부터 알려진 감염병을 대처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방역체계에 이렇게 큰 구멍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명이나 되는 합동 평가단을 구성해 우리나라와 공동으로 이처럼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양상과 원인에 대해 조사한다.

 

 현재까지의 전파 양상과 치사율 등을 볼 때 메르스는 흑사병과는 비교조차 안 되며 몇해 전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널리 퍼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메르스 전파 양상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우선 병원에 가면 오히려 병원에 퍼져 있는 감염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또 메르스 감염자 95명 가운데 10여명이 환자 가족일 정도로,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을 가족이 병원에 가서 대신 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문제도 있다. 아울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한 메르스 환자는 37명을 감염시켰다. 응급실이 얼마나 좁았으면 또는 얼마나 환자나 보호자들로 북적였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가 됐을까? 이는 또 지방의 종합병원 등을 믿지 못해 응급실을 통해서라도 서울의 대형병원에 입원해야 살 수 있다는 환자들의 절박함도 드러냈다. 이밖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에 걸린 환자인데도 병원들 사이에 얼마나 정보 교환이 없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메르스 환자는 몇몇 병원에서 몇몇 환자가 더 나타날 수 있지만 유행은 곧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지난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병폐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깨달음 없는 희생을 되풀이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610수] 메르스 vs 중동감기

 

 공자는 “내게 정치를 맡기면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부터 하겠다”고 했다. 실제에 부합하는 이름을 찾는 게 정명(正名)이다. 권력자들은 불의(不義)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을 정의(正義)로 이름 붙이곤 한다. 잘못된 이름과 용어는 개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독감으로 2375명이 사망했고, 2009년 신종플루로 263명이 사망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난리일까.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낯설고 두려운 그 이름 때문이다. 메르스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MERS-CoV)에 의한 호흡기질환이다. 일명 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메르스는 본질적으로 감기, 독감과 비슷하다. 감염력은 독감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오히려 낮다.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한 병원 내 감염과 가족간 감염 외에 공기 감염은 없다.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간다. 예방법도 감기와 같다. 중동감기나 중동독감이라면 좀 나았을 텐데, 겁나는 용어를 쓰니 두려움이 더 커진다.

 

 공포심은 아무런 정보가 없거나 정보가 왜곡될 때 배가된다. 메르스의 병원 밖 감염 사례가 세계적으로 전무한데도 옥외 감염을 걱정해 휴업령까지 내렸다. 쇼핑몰에 발길이 끊기고 서민 경제가 죽을 쑤고 있다. 국제대회 취소 등 전 국민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외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만 안방에서 마스크 쓰고 다닌다. 앞으로는 ‘~독감’이나 ‘신종변형감기’ 등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볼 일이다.

 

 잘못된 용어 때문에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요금인상인데 현실화니 조정이니 이상한 말로 덧칠을 한다. 관료들의 행정용어만 그런 게 아니다. 경제 문제에 ‘사회적’이란 용어를 붙이면 금세 개인이 아니라 정부나 사회 책임, 비정상적인 정책 개입으로 변형된다. 그동안에도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로,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평등추구로, 일감몰아주기는 내부거래로 용어를 바꾸자는 제안이 많았다.

 

 이참에 메르스뿐만 아니라 정치색 짙은 용어들도 바로잡아 보자. 공자는 물론이고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등 서양 철학자들도 언어가 사고를 좌우하고 개념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610수] 전염병 차르

 

 에볼라의 공포가 미국 사회를 강타한 지난해 10월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두 명의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방역 총 책임자 격인 '에볼라 차르'에 임명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방역 경험이 풍부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두고도 옥상옥 형태의 에볼라 차르를 임명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다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전문가 아닌 행정가에게 이 일을 맡긴 것 자체에 대해서 반대파들은 '오바마의 실수'라는 혹평까지 퍼부었다.

 

 당시는 미국 최초 에볼라 감염자인 라이베리아 출신 에릭 던컨이 첫 확진을 받은 후(9월30일) 불과 열흘도 안 돼 사망했으며 그를 간호했던 간호사 두 명이 2차 감염 판정을 받아 미국 사회에 이른바 '피어볼라(에볼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특히 감염 간호사 중 한 명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이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에볼라 차르 임명을 전후로 미 행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당장 감염자들을 전담 병원인 에모리대 병원과 국립보건원(NIH)등 두곳으로 옮겨 격리 치료했다. 클레인은 전문가 집단이지만 중구난방 대책을 내놓던 CDC와 NIH가 연방정부 차원의 일관된 대책이 나오도록 조정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주례 연설을 통해 에볼라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덕분에 미국 내 에볼라는 43일 만에 종료됐으며 던컨을 포함한 두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9명은 회복돼서 병원문을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즉각 대응팀에 전권을 줘 신속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신문이 6월6일자 기사와 사설을 통해 '메르스 차르'의 필요성을 주창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미국 사례를 수평 비교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역병(疫病)'에 대처하는 기본자세는 병에 대한 무지와 혼선에서 오는 공포부터 잡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 아베 총리의 망언과 역사관

 

[한국일보 사설-20150610수] 일본 시민들까지 나서는 아베 역사관 성토

 

 일본 사이타마현 주민 등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이라는 시민단체가 ‘아베 담화’에 대항하는 민중담화를 준비 중이라고 한다. 이들은 8일 기자회견에서 “우리들은 중일전쟁을 시작으로 아시아와 태평양전쟁에 이르는 역사적 사실을 외면할 수 없다”며 “비참한 살육에 이른 일본의 침략, 식민지 지배라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히 반성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은 역사적 사실을 솔직히 인정하고 침략에 대한 깊은 반성과 피해자에 대한 성실하고 진지한 사죄를 하는 것”이라고 촉구했다.

 

 일본 정부의 과거사 인식으로는 8월15일 발표될 아베 담화에서 올바른 역사관이 담기기 힘들다고 판단, 양심적 시민들의 역사인식을 담겠다는 것이다. 민중담화는 중일전쟁의 발단인 1937년 노구교(盧溝橋)사건 발생일인 7월7일 국내외에 발표될 예정이다. 같은 날 일본 참의원 회관에서는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등 일본 지식인 280여명이 “위안소의 설치, 운영은 일본군이 주체가 돼 이뤄졌다는 것이 명확하다”며 정부의 역사왜곡 중단을 촉구하는 집단성명을 발표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역사 왜곡 폭주를 보다 못한 학계와 시민단체들이 맹성을 촉구하는 성명을 내는 것은 이제 새롭지 않을 정도로 시민사회의 양심적 목소리는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지난달 말에는 일본의 대표적인 4개 역사학회를 포함한 16개 단체 회원 6,900여명이 한국 중국 인도네시아 등에서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이 확인됐다는 성명을 냈고, 그보다 3주 전에는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교수, 브루스 커밍스 시카고대 교수 등 세계적 역사학자 187명이 “수많은 여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붙잡혀 끔찍한 야만행위의 제물이 됐다는 증거는 분명하다”는 공개서한을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2월 초에는 미국 역사협회(AHA) 소속 역사학자 19명이 미국 역사교과서의 위안부 관련 기술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규탄했다.

 

 역사와 진실을 지키려는 이러한 도도한 물결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여전히 ‘인신매매’라는 애매한 표현으로 일본군의 책임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그대로 담화에 담을 기세다. 집권 자민당이 추진하는 안보법제가 위헌이라는 최근 여야 헌법학자들의 일치된 견해에 대해서도 “헌법 해석의 논리를 전혀 벗어나지 않았다”고 반박할 만큼 모험적 극우적 시각을 고집하고 있다.

 

 22일은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이고, 두 달여 후면 종전 70주년이다. 아베 총리는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으려면 진실 앞에 겸허해야 한다. 그것이 대다수 일본 국민과 국제사회가 전하는 메시지다.

 

 

[경향신문 사설-20150610수] 아베 총리, 무라야마·고노의 충고 새겨들어야

 

 무라야마 도미이치 전 일본 총리와 고노 요헤이 전 일본 관방장관은 어제 아베 신조 총리의 ‘전후 70년 담화(아베 담화)’ 발표 때 역대 정권의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이날 일본 도쿄 일본기자클럽에서 처음으로 고노 전 관방장관과 함께한 대담에서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 담화 등 역대 정권의 담화를 확실하게 계승하겠다는 뜻을 밝힘으로써 국제사회가 제기하고 있는 의문을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전 장관도 일본군 위안부 모집 과정에서 명백하게 강제연행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고노 담화 발표 당시 목덜미를 잡고 끌고 간 사례 등을 보여주는 문서를 발견한 것은 아니라서 ‘대체로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행해졌다’고 기술했으나 강제성을 부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위안부를 모으고 나서 매우 강제적으로 일을 시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군이 이동하면 군이 준비한 차에 타고 이동했다. 완전히 군의 관리에 의한 것이고 이를 보면 명확하게 강제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한 분명한 사죄를 표명한 무라야마 담화와 일본군 위안부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계승할지 오락가락하던 아베 총리는 결국 계승한다는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러나 담화의 핵심인 침략에 대한 사죄를 계승한다고 분명히 말한 적은 없다. 그는 스스로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한번도 없다. 오히려 “침략이라는 정의는 학계에서도 국제적으로도 정해지지 않았다” “국가 간의 관계에서는 어느 쪽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부정하는 태도를 보이기까지 했다. 위안부 문제를 성매매 문제인 듯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무라야마·고노 두 사람의 대담이 세계적 흐름을 반영하는 것은 물론 일본 시민들의 양심을 대변한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일본 지식인 281명은 지난 8일 성명을 통해 아베 담화에 반성과 사죄의 뜻을 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이타마현 주민으로 구성된 ‘전후 70년, 민중담화의 모임’도 같은 날 민중담화 초안을 작성해 발표했다. 이들은 “역대 내각의 평화의 지침을 한 걸음도 후퇴시켜서는 안된다”면서 “일본에 의한 침략·식민지 지배라고 하는 가해의 대죄를 통절하게 반성하고 싶다”고 했다. 아베 총리가 가슴 깊이 새기기를 바란다.

 

 

■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한국일보 사설-20150610수] 이런 부실 청문회로 총리되기 부끄럽지 않나

 

 이틀 간 진행된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한마디로 실망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꼭 고위 제기된 의혹을 해명하고 방어하는 부담스러운 관문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궁금해 하는 의혹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고, 잘못된 점은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함으로써 오히려 국민들의 마음을 살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 후보자는 의원들의 의혹 추궁에 변명으로 일관하거나 자료제출 거부 등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함으로서 그런 기회를 날려버렸다.

 

 이틀째 청문회의 파행원인이 된 대형 법률회사 변호사 재직시의 수임사건 공개문제만 해도 그렇다. 황 후보자는 119건 수임사건 중 ‘자문 사건’19건의 내역을 ‘황교안법’이라고 불리는 변호사법 규정을 들어 제출하지 않았다. 급기야 여야 위원들이 비공개 열람을 의결했는데도 법조윤리협의회가 거부한다는 이유로 끝내 협조하지 않았다. 법조윤리협의회 위원 9명 중 5명이 황 후보자와 이런저런 인연으로 얽혀 있다고 한다. 자료제출 거부 결정 배경이 석연치 않다는 의구심은 당연하다.

 

 황 후보자가 떳떳하다면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이른바 ‘19금(禁)’수임 내역 공개에 협조했어야 했다. 관련 변호사법 규정 부칙에는 ‘본인이 동의하거나 공익 목적을 위해 필요할 경우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기도 하다. 황 후보자가 관련 규정을 핑계로 공개를 미적거릴수록 뭐가 걸려서 그러나 하는 의혹을 키울 뿐이다. 수임한 사건 가운데는 대법원의 주심 대법관이 고교 동기 절친인 경우도 있어 전관예우나 특수관계를 활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불러 일으킨다.

 

 황 후보자는 본인과 장남의 병역 특혜 의혹에 대해서도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 본인의 병역면제 사유인 담마진(두드러기)은 매우 드문 케이스인 데다, 병역면제 판정이 병 진단에 앞선 것이 의혹인데도 병무행정처리 미숙 탓으로 돌릴 뿐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했다. 장남의 군복무 생활과 관련한 자료, 아들과 딸에 대한 증여와 관련된 금융자료도 제출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는 그 동안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야당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절해왔다. 그러나 막상 청문회 석상에서도 명쾌한 해명은 없었다. 역대 가장 부실 청문회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이런 식으로 청문회 관문을 통과한 총리가 제대로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한 야당 의원 지적대로 국민들은 “침묵과 자료제출 거부로 지연작전을 쓰는 노련한 검사”를 총리감으로 생각할 리 없다. 황 후보자는 오늘 청문회를 마치기에 앞서 과연 자신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총리직을 수행할 역량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경향신문 사설-20150610수] 황교안 후보자 “청문회에서 모든 것 밝히겠다”더니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갖가지 의혹에 대해 무엇 하나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는 맹탕 청문회로 진행되고 있다. 어제 이틀째 청문회도 황 후보자가 검증에 필요한 기본 자료를 내놓지 않거나 늑장 제출함에 따라 ‘깜깜이 청문회’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황 후보자가 “부끄러움이 없다”는 등의 의례적 답변으로 의혹을 회피해도, 이를 검증할 자료 자체가 없으니 온전한 청문회가 이뤄질 리 만무하다. 황 후보자는 병역 기피, 전관예우, 증여세 탈루 등 심각한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청문회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해명 책임을 미뤄왔다. 그러나 정작 청문회에서도 핵심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 의혹을 반박할 증빙 자료나 근거를 하나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황 후보자는 2013년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도 자료 제출을 미루다가 당일 내놓는 방식으로 정밀 검증을 피했다. 이번 부실 자료 역시 자신의 해명을 재반박할 추가적 검증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한 술책으로 볼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것이 지금까지 법조인 출신들이 자발적으로 제출했던 수임 자료 문제다. 황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수임한 ‘19건’의 자료가 청문회 첫날인 8일에야 국회에 제출됐으나, 공개 요건을 놓고 대립하다 어제 제한된 열람이 이뤄졌다. 인사청문 위원들이 자료에 대해 치밀하게 따져볼 시간을 빼앗은 꼴이다. 19건의 자문이 편법 ‘전화 변론’이 아니고, 전관예우 문제에서 떳떳하다면 왜 이렇게까지 자료 공개를 꺼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병역 의혹도 마찬가지다. 황 후보자는 지난 10년간 단 4명이 병역 면제를 받은 ‘만성 담마진’이란 희귀병으로 면제를 받았고, 병적기록부에는 질병 판정을 받기도 전에 병역 면제 처분을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황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17년간 담마진을 앓았고 배경이 없는 집안을 내세워 병역 특혜가 없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치료 내역을 포함해 어떤 근거 자료도 내놓지 못했다.

 

 ‘황교안 청문회’를 이렇게 대충 넘길 순 없다. ‘메르스 사태’에 국민 관심이 쏠린 틈을 타서 부실한 답변과 자료 제출로 어물쩍 청문회를 넘기려 든다면 오산이다. 황 후보자는 지금이라도 제기된 의혹들에 한 치의 거짓 없이 소명해야 한다. 내각을 통할하는 국무총리로서 자격에 치명적인 병역 기피나 전관예우 의혹들에 대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해명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국회 인준 통과는 꿈꾸지 말아야 한다.

 

 

■ 그 밖의 주요 신문사설

 

[서울신문 사설-20150610수] 악덕 성형 브로커 놔둬서는 의료한류 물 건너간다

 

 중국 관광객들에게 성형수술을 알선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불법 브로커 100여명이 또 무더기로 붙잡혔다. 어떤 브로커는 수술비를 10배 넘게 부풀렸다. 이들이 챙긴 수수료는 지금까지 확인된 액수만 24억원이 넘었다. 부풀린 수수료를 등쳐 먹는 브로커와 조직적으로 연계한 ‘사무장 병원’도 있었다. 의사 명의를 빌려 서울 강남에 성형외과를 개업한 전직 조폭은 고용 의사까지 두고 브로커에게 소개받은 고객을 시술해 왔다.

 

 2009년 의료법이 개정되면서 당국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외국인 환자를 유치할 수가 있다. 이후 외국인 환자 수는 해마다 늘어 지난해에는 25만명이 다녀갔다. 그중 미용성형 시술을 받은 중국인은 5만 6000여명이나 된다. 우리의 의료 수준이 뛰어나다는 인식과 한류 붐이 맞물려 중국인들을 집중적으로 움직인 결과다. 문제는 우후죽순 번지는 불법 브로커들이다. 미등록 브로커들이 서울의 성형외과 밀집 지역에서 판을 친다. 여행 가이드, 대학 조교수, 중국인 유학생 등 멀쩡한 직업의 브로커들한테 현지인들이 ‘봉’이 되고 있다. 의료 관광객이 늘면 성형외과들이 돈을 벌어야 하는데 사정은 딴판이다. 브로커들이 최고 90%의 수수료를 먹는 관행이 번지자 성형외과들이 오히려 당국에 불법 브로커 단속을 호소한다.

 

 브로커 성형의 폐단은 꾸준히 터지고 있다. 올 초에는 강남의 성형외과에서 중국인 여성이 브로커를 통해 한꺼번에 여러 부위의 미용 수술을 받다 뇌사에 빠졌다. 지난달 보건복지부는 외국인들이 브로커들에게 주머니를 털리지 않도록 국내 미용성형의 적정 수술비를 공개해 가이드라인으로 삼게 했다. 오죽했으면 그랬을까마는 한국이 바가지 의료비 천국임을 스스로 천명한 꼴이다.

 

 이래서야 의료 한류는 얼마 못 가 사망 선고를 받을 게 뻔하다. 턱없는 바가지 의료 실태를 실시간 뉴스로 지켜보는 중국인들이 언제까지나 ‘호갱’이 돼 줄 리가 없다. 메르스 사태로 가뜩이나 의료 선진국의 이미지가 먹칠된 상황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는 성형수술비 부가세 환급을 하나의 방책으로 제안하기도 한다. 세금을 돌려받기 위해 수술비를 신고하면 의료비를 뻥튀기한 불법 알선 행태가 상당 부분 드러날 수 있다. 강남의 성형외과 골목이 당장은 파리를 날리더라도 불법 브로커들을 철저히 뿌리뽑아야 한다. 그래야 의료 한류가 계속 살 수 있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지금 韓美 정상 간에는 해결해야 할 중대 현안이 많다

 

 정상회담 연기론 꺼내는 자들은 대체 이 무슨 호들갑인가

 ‘중동감기’를 이유로 대통령의 미국 방문까지 무작정 연기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의 판단이 유행독감 수준일 뿐인 사안을 핑계로 중차대한 한·미 정상회담을 미루라는, 유치원생 같은 발언이다. 여당에서조차 일부 동조하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지 않아도 과도한 공포감을 스스로 키워가는 말초적 히스테리가 걱정이던 참이었다. 정치권이 일부의 호들갑을 진정시키기는커녕 기름을 부어대는 꼴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이번 방미(14~18일)는 ‘아시아 재균형 정책’을 모색하는 미국 측 초청에 따른 것이다. ‘중동감기’ 때문에 연기한다고 우리 일정대로 다음주나 다음달에 다시 개최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의 경영을 잊은 채 온통 독감으로 떠들고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국정을 뒤죽박죽으로 만들라는 주장이 말이 된다는 것인가.

 

 독감 문제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한·미 간에 현안이 산적해 있다는 사실이다. 거듭된 북한의 무모한 핵도발이 잠수함발사(SLBM) 수준으로까지 진전된 상황에서 양국의 공조 등 한·미 동맹의 점검은 너무도 시급한 주제다. 더구나 김정은 체제가 어디로 튈지, 북에 어떤 사태가 전개될지도 예측불가다. 국제적인 ‘환율전쟁’에서 원화만 고립되고 있다는 문제는 더욱 그렇다. 지금 환율 문제는 경제현안 중의 현안이다. 원화의 고환율은 말 그대로 한국과 일본 간 외교전에서 한국이 완패한 결과다.

 

 이 와중에 지난주 미 국무부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한국의 입장을 밝히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광복절을 앞두고 일본과의 문제에서도 미국과 의견교환이 필요한 대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또 국제적인 기후변화논의 대응, 에너지와 사이버 공간의 협력 등 공조 의제는 무척이나 다양하다. 외교·안보와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국가의 장래가 걸린 현안이 많다. 없는 정상회담도 만들어내야 할 형편이다. 메르스는 관계 장관이 전문가들과 냉철하게 과학적으로 대응하면 된다. 허구의 선동 보도에 덩달아 뛰는, 소위 ‘방미 연기론’에 흔들려선 안 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은가

 

 가계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빠르다. 한국은행은 시중은행과 농협은행 등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이 4월 말 현재 765조원으로 전달보다 10조1000억원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3월에도 5조원 가까이 늘었는데, 4월 증가폭은 두 배를 넘는다.

 

 주목할 것은 신규 주택담보대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올 들어 1월엔 1조5400억원 증가로 주춤해지는 듯하더니 2월 3조9000억원, 3월 4조원에 이어 4월 증가액은 무려 8조7000억원이나 된다. 올 들어 대출액이 16조원 넘게 급증한 것이다. 한은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치로 떨어진 상황에서 DTI, LTV 등 대출규제가 풀리고, 전셋값 급등 부담에 따른 주택매입 수요가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가계부채가 금융시스템 전반의 리스크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안심전환대출 도입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구조를 장기 고정금리 위주로 바꾸는 등 구조조정을 통해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고 강조한다. IMF나, S&P 등 세계 신용평가회사들도 한국의 가계수지가 위태로운 수준은 아니라는 데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가계 금융자산은 금융부채의 두 배를 넘고, 가계부채는 대부분 소득이 높은 계층에 집중돼 있다.

 

 그렇더라도 가계부채가 빠르게 급증하는 것은 심상치 않다. 더구나 한국은행과 민간 경제연구소 등은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대출금리는 연 3%도 안 된다. 신규 주택대출 평균금리는 3월 연 2.97%에서 4월엔 2.81%로 더 떨어졌다. 사후 구조조정은 신규대출 급증을 막지 못한다. 구조조정 부담만 커져 가계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대출금리 체계를 조정하는 등 사전에 수요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기준금리가 연 1.75%인 한국이 제로금리인 미국보다 가계대출금리가 훨씬 낮다는 것은 도무지 설명이 안 된다. 장기 저리의 정책금융이 은행 대출금리를 압박하며 왜곡시키는 측면이 있다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캐나다 총리도 변명…G7의 다락같은 탄소감축 목표

 

 주요 7개국(G7) 정상들이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를 2010년 대비 40~70%나 감축하기로 결의했다. 21세기 중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겠다는 ‘탈(脫)탄소경제’ 목표도 제시했다. G7 정상들은 그제 독일에서 폐막한 정상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G7 정상의 이번 합의는 오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당사국 총회에서 전향적인 이행협약이 나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가이드라인이다. 파리총회는 교토의정서가 끝나는 2020년 이후 새로운 기후변화협약 채택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6개 당사국은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총회 이전에 제출해야 한다.

 

 미국 독일 등 G7 정상의 합의는 그 자체로 강력한 국제적 압력이다. 대부분 나라의 기간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글로벌 규제로 작동하게 된다. 그런 만큼 우리 정부도 파리총회에 이산화탄소 감축목표를 제출할 때는 명분보다는 실리에 입각한 판단을 해야 할 것이다. 정부는 최근 들어 온실가스 감축목표치를 소폭 낮추기로 했지만 그동안에는 이명박 정부 당시 공표했던 감축목표를 고수했다. 기업들의 피해가 컸고 나라 경제도 그만큼 손해를 봤다.

 

 특히 파리총회에서 새로운 협약이 쉽게 합의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G7의 이번 합의도 에너지 수출국인 캐나다의 반대가 심했다고 한다. 스티븐 하퍼 총리는 산업 피해를 우려하는 자국 언론의 질문에 “희망을 피력한 수준으로, 기술발전이 있어야 달성 가능한 목표일 뿐”이라고 변명하기도 했다. 탄소감축이 글로벌 경기침체를 부를 것이란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할 요인이다. 210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80% 줄이게 되면 기후변화에 따른 1조1000억달러의 손실을 피할 수 있다지만, 매년 세계적으로 40조달러씩 경제성장이 줄어들게 된다는 연구(리처드 톨 영국 서섹스대 교수)도 있다.

 

 G7 정상의 이번 선언으로 새로운 탄소감축 글로벌 협상이 시작됐다. 정부는 ‘지킬 수 있는’ 약속만 내놔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사설-20150610수] 금융위기 이래 최저로 떨어진 상장사 고용창출 능력

 

 상장사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갔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상장사 1,749곳의 국내 부문 종업원 수는 151만4,029명으로 전년의 148만3,779명보다 2.0% 늘었다. 이는 금융위기 때인 2008년의 1.4%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체 새 취업자 가운데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율도 뚝 떨어져 2010년 35.6%에 달하던 것이 지난해 5.7%까지 주저앉았다. 상장사 중에서도 대기업인 종업원 수 상위 20개 기업의 직원 수는 지난해 고작 1.5% 늘어 훨씬 심각했다.

 

 매출액·영업이익 등이 일정 수준에 올라야 상장사가 되는 점을 고려하면 상장사 일자리가 전체 기업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더 좋은 일자리라고 볼 수 있다. 상장사의 일자리 창출 능력이 약화하는 것은 그만큼 질 좋은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뜻이어서 한층 더 우울한 소식이다. 문제는 상장사들의 일자리 증가가 답보 상태인 것을 놓고 상장사 탓만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종업원이 많은 회사는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기아차·LG디스플레이 순으로 모두 제조업체다. 어차피 공장 자동화 등에 힘쓰는 제조업체가 고용을 크게 늘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수요 확대에 따른 공장 증설 등 대규모 설비투자나 새로운 투자에 나서지 않는 한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이끌어내려면 경제환경부터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더불어 실질적으로 일자리를 늘릴 대책은 서비스업 활성화다. 내수 위주의 서비스업은 제조업에 비해 글로벌 경기 변동에 대한 내성이 강하며 성장 가능성도 높다. 정부도 이 점을 인식해 지난해 7대 유망 서비스업을 키워 15조원의 투자와 66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기 위한 서비스업발전기본법 등 관련법들은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정치권은 내수 진작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20150610수] 하이닉스의 ‘임금 공유제’, 비정규직 문제의 해법

 

 SK하이닉스가 임금 인상액의 일부를 협력사와 나누는 ‘임금 인상 공유제’를 실시하기로 했다. 국내 최초의 상생 모델인 데다 그간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고리였던 정규직과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노조와 회사가 각각 임금 인상분의 10%를 떼 협력업체 직원 4000여 명의 임금 인상과 복리후생에 쓰기로 합의했다. 그간 특별한 성과가 있을 때 협력업체와 과실을 나누는 ‘성과공유제’는 있었지만 대기업 노사가 자기 몫을 떼서 협력사 직원에게 직접 나눠주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월급쟁이가 자기 몫을 남에게 나눠준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SK하이닉스 노조의 ‘통 큰 결단’은 박수받을 만하다.

 

 SK하이닉스 이천·청주 공장 노조는 “우리도 어려웠지만 협력사 직원들은 더 어려웠다”며 임금 공유에 대해 82%의 찬성률로 지지했다. 사내 게시판에는 ‘자랑스러운 결정’ ‘같이 일하는 협력사 분들에게 나눠준다면 이해할 수 있다’는 댓글이 많았다고 한다. SK 측은 이번 임금 공유가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도록 앞으로도 올해 규모(약 60억원)만큼은 매년 협력사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임단협을 통해 정년 연장과 함께 임금피크제에도 이미 합의했다. 상당수 대기업 노조가 ‘철밥통’ 고수를 위해 사측과 대립하는 우리 노동 현실에서 이 또한 노사 간 상생 모델의 본보기라 할 만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 근로자 임금은 대기업의 56% 수준이었다. 중소기업 근로자 중 비정규직 임금은 대기업 정규직의 40%밖에 안 된다. 게다가 정규직·비정규직 간 격차는 좁혀지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 노조의 기득권 지키기가 워낙 강경하기 때문이다. 대기업 정규직이 양보하지 않으면 노동 시장의 양극화 해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SK하이닉스 노사의 이번 결정은 대·중소기업 상생과 정규·비정규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제2, 제3의 SK하이닉스가 속속 나오기를 기대한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 메르스

 

[한겨레신문 칼럼-한겨레 프리즘/김양중(의료전문기자)-20150610수] 메르스가 남겨야 할 것들

 

 이제는 거의 잊힌 흑사병이라는 전염병이 있다. 14세기 중반 크게 유행해 유럽 인구의 3분의 1이 이 흑사병으로 숨졌다. 페스트균을 가진 쥐나 벼룩이 사람을 물 때 옮기는 이 전염병은 원래 아시아 지역에서 유럽으로 전파됐다고 한다. 페스트균은 19세기 후반에나 그 존재를 인간이 알게 되며, 흑사병이 크게 유행한 당시에는 이 질병의 원인을 전혀 몰랐다. 당시는 종교적인 믿음이 강했던 때라 신의 저주라 믿고 교황과 수천명의 사람들이 사흘 동안 무리를 지어 다니면서 신에게 용서를 구했다. 무고한 사람들에게 죄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는데, 유대인 때문에 흑사병이 생겼다며 이들을 박해하기도 했다. 전염병에 대한 공포로 영국과 프랑스는 전쟁을 중단했다.

 

 흑사병 유행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지만, 이 유행이 어느 정도 정리된 뒤 유럽 사회는 큰 변화를 맞았다. 우선 흑사병에 대해 아무런 해결책을 주지 못했던 종교에 대한 도전이 생겼다. 말과 글을 알아야 대처한다며 종교인이나 왕실, 귀족 등 상위층만 쓰는 라틴어보다는 각 민족이 쓰던 언어가 더 발달했다. 유럽 인구가 크게 줄다 보니 노동력 확보 차원에서라도 이전보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생겼다. 이후 이른바 르네상스 시대가 열리면서 과학이 빠른 속도로 발달했다. 산업혁명의 시초도 흑사병에서 찾는 이들도 있을 정도로 사회적인 영향은 컸다. 비록 흑사병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 뒤 사람들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냈다.

 

 이미 3년 전부터 중동 지역에서 유행했던 감염병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예상치 않던 우리나라에도 번져 9일 오전 기준 95명의 환자가 생겼다. 이 가운데 7명이 메르스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숨졌다. 국내 환자 수는 벌써 메르스 환자 수가 가장 많았던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어 두번째로 많다. 우리나라가 사우디아라비아 주변국보다 환자 수가 많아진 것이다.

 

 3년 전부터 알려진 감염병을 대처하는 우리나라 정부의 방역체계에 이렇게 큰 구멍이 있을 것이라고 상상조차 못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8명이나 되는 합동 평가단을 구성해 우리나라와 공동으로 이처럼 환자 수가 크게 늘어난 양상과 원인에 대해 조사한다.

 

 현재까지의 전파 양상과 치사율 등을 볼 때 메르스는 흑사병과는 비교조차 안 되며 몇해 전 유행했던 신종 인플루엔자처럼 널리 퍼지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메르스 전파 양상은 우리나라 의료체계의 민낯을 보여줬다. 우선 병원에 가면 오히려 병원에 퍼져 있는 감염병에 걸린다는 것이다. 또 메르스 감염자 95명 가운데 10여명이 환자 가족일 정도로, 의료인이 해야 할 일을 가족이 병원에 가서 대신 하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문제도 있다. 아울러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한 메르스 환자는 37명을 감염시켰다. 응급실이 얼마나 좁았으면 또는 얼마나 환자나 보호자들로 북적였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가 됐을까? 이는 또 지방의 종합병원 등을 믿지 못해 응급실을 통해서라도 서울의 대형병원에 입원해야 살 수 있다는 환자들의 절박함도 드러냈다. 이밖에 다른 사람에게 전염을 일으킬 수 있는 질병에 걸린 환자인데도 병원들 사이에 얼마나 정보 교환이 없는지도 여실히 드러났다.

 

 메르스 환자는 몇몇 병원에서 몇몇 환자가 더 나타날 수 있지만 유행은 곧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메르스가 지난 뒤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우리나라 의료의 고질적인 병폐를 그냥 내버려둔다면, 우리는 깨달음 없는 희생을 되풀이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칼럼-천자칼럼/고두현(논설위원)-20150610수] 메르스 vs 중동감기

 

 공자는 “내게 정치를 맡기면 반드시 이름을 바로잡는 일(正名)부터 하겠다”고 했다. 실제에 부합하는 이름을 찾는 게 정명(正名)이다. 권력자들은 불의(不義)를 저지르면서도 그것을 정의(正義)로 이름 붙이곤 한다. 잘못된 이름과 용어는 개인의 판단력을 흐리게 할 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를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MERS)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독감으로 2375명이 사망했고, 2009년 신종플루로 263명이 사망했을 때도 아무렇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난리일까. 여러 원인 중 하나가 낯설고 두려운 그 이름 때문이다. 메르스는 공식적으로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Middle East Respiratory Syndrome Coronavirus:MERS-CoV)에 의한 호흡기질환이다. 일명 중동호흡기증후군이다.

 

 메르스는 본질적으로 감기, 독감과 비슷하다. 감염력은 독감 등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보다 오히려 낮다.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을 통한 병원 내 감염과 가족간 감염 외에 공기 감염은 없다. 정상적인 면역력을 가진 사람에게는 감기처럼 지나간다. 예방법도 감기와 같다. 중동감기나 중동독감이라면 좀 나았을 텐데, 겁나는 용어를 쓰니 두려움이 더 커진다.

 

 공포심은 아무런 정보가 없거나 정보가 왜곡될 때 배가된다. 메르스의 병원 밖 감염 사례가 세계적으로 전무한데도 옥외 감염을 걱정해 휴업령까지 내렸다. 쇼핑몰에 발길이 끊기고 서민 경제가 죽을 쑤고 있다. 국제대회 취소 등 전 국민이 과민반응을 보이고 있다. 어제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세계과학기자대회에 마스크를 쓰고 참석한 외국인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우리만 안방에서 마스크 쓰고 다닌다. 앞으로는 ‘~독감’이나 ‘신종변형감기’ 등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방법을 찾아볼 일이다.

 

 잘못된 용어 때문에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는 한둘이 아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요금인상인데 현실화니 조정이니 이상한 말로 덧칠을 한다. 관료들의 행정용어만 그런 게 아니다. 경제 문제에 ‘사회적’이란 용어를 붙이면 금세 개인이 아니라 정부나 사회 책임, 비정상적인 정책 개입으로 변형된다. 그동안에도 자본주의는 시장경제로, 경제민주화는 경제적 평등추구로, 일감몰아주기는 내부거래로 용어를 바꾸자는 제안이 많았다.

 

 이참에 메르스뿐만 아니라 정치색 짙은 용어들도 바로잡아 보자. 공자는 물론이고 하이데거, 비트겐슈타인 등 서양 철학자들도 언어가 사고를 좌우하고 개념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하지 않았는가.

 

 

[서울경제신문 칼럼-만파식적/온종훈(논설위원)-20150610수] 전염병 차르

 

 에볼라의 공포가 미국 사회를 강타한 지난해 10월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두 명의 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론 클레인을 방역 총 책임자 격인 '에볼라 차르'에 임명했다. 전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기술과 방역 경험이 풍부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두고도 옥상옥 형태의 에볼라 차르를 임명한 것은 그만큼 사태가 다급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전문가 아닌 행정가에게 이 일을 맡긴 것 자체에 대해서 반대파들은 '오바마의 실수'라는 혹평까지 퍼부었다.

 

 당시는 미국 최초 에볼라 감염자인 라이베리아 출신 에릭 던컨이 첫 확진을 받은 후(9월30일) 불과 열흘도 안 돼 사망했으며 그를 간호했던 간호사 두 명이 2차 감염 판정을 받아 미국 사회에 이른바 '피어볼라(에볼라 공포)'가 극에 달하고 있었다. 특히 감염 간호사 중 한 명은 비행기를 타고 다른 주로 이동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 사회는 패닉 상태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나 에볼라 차르 임명을 전후로 미 행정부는 기민하게 움직였다. 당장 감염자들을 전담 병원인 에모리대 병원과 국립보건원(NIH)등 두곳으로 옮겨 격리 치료했다. 클레인은 전문가 집단이지만 중구난방 대책을 내놓던 CDC와 NIH가 연방정부 차원의 일관된 대책이 나오도록 조정했으며 오바마 대통령은 주례 연설을 통해 에볼라 확산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켰다. 덕분에 미국 내 에볼라는 43일 만에 종료됐으며 던컨을 포함한 두 명이 목숨을 잃었지만 9명은 회복돼서 병원문을 나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8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즉각 대응팀에 전권을 줘 신속 대응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경제신문이 6월6일자 기사와 사설을 통해 '메르스 차르'의 필요성을 주창한 것과 같은 흐름이다. 미국 사례를 수평 비교하기에는 문제가 있지만 '역병(疫病)'에 대처하는 기본자세는 병에 대한 무지와 혼선에서 오는 공포부터 잡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

 

 

■ 국회법 개정

 

[중앙일보 칼럼-논쟁-20150610수] ‘국회법 개정안’ 위헌 소지 있나

 

 논쟁의 초점   지난달 29일 통과된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개정안 중 정부 시행령의 국회 수정권을 강화하는 내용을 둘러싸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논란이 확산됐으며, 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히 문제를 제기하면서 청와대와 국회 간 대립 양상으로 치달았다. 국회법 개정안의 위헌성 여부에 대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국회 행정입법권 침해는 안 돼

 

 지난달 29일 국회가 의결한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에 의하면 국회 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를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이 위헌인지 여부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우선 위 법률안의 내용상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되어 국회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행정입법의 수정·변경을 요구한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반드시 이에 따라야 하는가를 검토해야 한다. 국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가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에 대해 구속력이 있는가에 대해 논란이 있는데, 법률안 제안 과정에 나타난 것처럼 이번 국회법 개정안은 국회의 행정입법 통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해 개정안을 발의한 것으로 종전에 있던 내용을 강화한 것이다. 따라서 개정 취지를 볼 때 구속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문구의 해석상 수정·변경 요구를 받은 사항을 처리하도록 되어 있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구속력이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에 따르지 않아도 이를 제재할 강제수단이 없으므로 구속력이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및 행정각부의 장이 법률을 위반해도 된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국회의 행정입법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는 구속력이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이것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할 것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회는 헌법 제40조에 근거해 입법권을 가지고 있고, 정부는 헌법 제75조와 제95조에 근거해 행정입법권을 가지고 있다. 정부가 행정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은 헌법에 근거해 행사하는 것이다. 다만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은 규범의 서열에 따라 상위법인 법률을 위반할 수 없는 것이다. 시행령·총리령·부령 등이 법률을 위반할 수 없다고 해서 행정입법권이 국회의 입법권으로부터 나온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시행령이나 총리령 또는 부령보다는 법률이 상위의 효력을 가지는 규범이기 때문에 시행령 등이 법률에 위반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둘째, 국회법이 기존에는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고 되어 있으나 개정안에는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내용을 통보’하는 것은 법률의 취지와 맞지 않는 이유나 내용 또는 법률의 내용과 합치하지 않는 이유나 내용을 통보하는 것인데,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은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과 맞지 않으니 어떤 내용으로 바꾸라는 것까지도 포함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기존에는 법률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통보하는 데 그쳤지만 개정안은 어떤 식으로 고치라는 적극적인 행정입법의 방향과 내용까지 국회가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그렇다면 이는 국회가 행정입법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권력분립에 위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통제를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행정입법에 대한 통제가 과도하게 행사되어 행정입법권을 행사하는 결과가 된다면 이는 헌법상 행정부에 주어진 행정입법권을 국회가 행사하게 된다.

 

 셋째, 행정입법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최종적인 심사는 법원이나 헌법재판소가 담당하는 것이다. 이를 국회가 최종적으로 심사해 행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국회가 행정입법에 대해 최종적인 유권해석을 해서 심사도 하겠다는 것으로 우리 헌법에 근거가 없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오히려 법치주의 회복하는 길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다. 오히려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따르지 않은 시행령, 즉 행정명령이야말로 위헌이고 위법하다.

 

 첫째,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의 행정명령 제정권을 침해하지 않는다. 행정명령 제정권은 국회의 입법권과 대등하게 볼 수 있는 행정부의 고유권한이 아니다. 우리 헌법 제75조는 대통령령과 같은 행정명령이 ‘법률에서 구체적으로 범위를 정하여 위임받은 사항’에 대해 제정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행정부의 행정명령 제정권은 국회가 법률에 의해 위임할 때 위임해 준 범위 내에서만 성립하는 ‘파생적 권한’에 불과하게 된다. 만약 행정명령이 법에 어긋난다면, 그 자체로 위법이고 헌법 제75조에 위반해 위헌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국회가 자신이 만든 법의 위임 취지에 맞게 행정명령이 만들어졌는지를 얼마든지 살필 수 있는 것이고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어긋나는 행정명령이 발견되었을 때 이에 대해 수정·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오히려 당연한 일이다.

 

 둘째, 국회의 시행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는 삼권분립 원칙에도 위반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국회법 제98조의2 제3항 개정안은 현행 국회법의 같은 규정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행법에 의하더라도 국회 상임위원회는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이 모법인 법률의 취지나 내용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소속 행정기관의 장에게 ‘통보’하고 소속 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상임위원회에 ‘보고’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비해 이번의 개정안은 ‘통보’를 ‘수정·변경 요구’로 바꾸고 ‘처리 계획과 그 결과 보고’를 ‘처리’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바꾸어 표현만 강화했을 뿐이다. 이제껏 이에 대해 침묵하던 행정부가 갑자기 이번 개정안에 대해서만 위헌 주장을 들고나온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오히려 선진 외국들도 예외 없이 행정명령에 대한 의회의 통제장치들을 두고 있으며 통제의 정도가 우리보다 더 강력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행정명령에 대해 의회의 동의나 결의가 있어야 행정명령이 효력을 가질 수 있다. 우리와 같이 대통령제 정부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삼권분립원칙의 모국인 미국에서도 의회의 행정명령에 대한 통제는 끊임없이 이어져 왔고, 1996년 연방행정절차법 개정에서부터는 ‘행정입법 의회심사제도’를 도입해 시행해 오고 있다. 이 제도에 의하면, 연방정부는 행정입법이 발효하기 60일 전에 연방의회와 연방의회 산하 회계감사원에 행정입법안을 제출하고 회계감사원이 연방의회에 검토보고서를 제출한 후, 상·하 양원의 의결로 행정입법에 대한 합동불승인 결의를 할 수 있으며 이를 대통령에게 송부해 서명까지 받도록 하고 있다. 즉 양원의 행정입법에 대한 합동불승인 결의로 행정입법에 대한 강제력 있는 강력한 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강력한 행정명령 통제권도 삼권분립원칙의 모국인 미국에서 위헌시비에 전혀 휩싸이지 않고 있다면, 이번 국회법 개정안에 규정된 국회의 행정입법 수정·변경 요구는 더더욱 삼권분립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셋째, 법원의 행정명령에 대한 사법심사권도 침해되지 않는다. 국회의 행정명령에 대한 수정·변경 요구 자체가 행정명령의 효력을 정지시키거나 상실시키지 않는다. 따라서 법원의 행정명령에 대한 위헌심사권이나 헌법재판소의 명령에 대한 헌법소원심판권은 개정안 시행 이후에도 그대로 존재한다. 따라서 국회법 개정안이 사법부의 사법심사권을 침해해 삼권분립에 위반된다는 주장도 근거가 없다.

 

 과거에 행정부가 법률에 근거가 없는 행정명령을 만들어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무력화시킨 예가 없지 않았다. 따라서 이번의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이 아니라 오히려 ‘행정명령에 의한 지배’에서 ‘법에 의한 지배’를 회복시키는 ‘법치주의의 회복’에 다름 아니라고 믿는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헌법학

 

 

■ 그 밖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이영희(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50610수] 기억하세요. ‘다음’이 있다는 걸

 

 2015년은 유난히 빨리 지나가는 느낌이다. 벌써 한 해의 절반 가까이 흘렀다는 사실만도 충격인데, 메르스 여파로 세상은 뒤숭숭. 주말엔 살짝 감기 기운이 있어 자택 격리를 자처하며 뭔가 힘이 날 만한 게 없을까 열심히 인터넷을 서핑했다. 그러다 보게 된 두 배우의 졸업식 축사.

 

 먼저 크게 화제가 된 로버트 드니로의 뉴욕대 티시 예술대학 졸업식 축사다. 대배우답게 충격적인 도입부로 마음을 훅 빼앗는다. “졸업생 여러분은 해냈습니다. 그리고 망했습니다(Graduates, you made it. And, you’re fucked).” 의대나 경영대 졸업생은 쉽게 직업을 구할지 모르나 예술을 전공한 당신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겹겹이 닫힌 ‘거절’이라는 문일 가능성이 높다. 자신 역시 여전히 거절을 당하고 있다는 고백. “마틴 루서 킹 목사를 다룬 ‘셀마’ 시나리오를 읽고 나를 (주인공으로) 염두에 두고 썼다는 확신이 들어 감독에게 이야기했죠. 그런데 감독의 생각은 다르더군요.”

 

 하지만 선택받지 못했다고 해서 스스로를 탓하거나 한없이 좌절해 있지 말라는 것, 열릴 때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문을 두드려야 한다는 것. 험한 길을 선택한 후배들에게 건네는 선배의 따뜻하고 유쾌한 조언이다.

 

 영화 ‘레옹’의 소녀 내털리 포트먼의 하버드대 졸업식 축사도 감동적이었다. ‘스타워즈 에피소드1’에 출연한 직후인 1999년 하버드에 입학한 그는 유명세로 합격증을 손에 넣었을 뿐 자신에겐 하버드에 올 만한 지적인 능력이 없다는 불안에 시달렸다고 고백한다. ‘멍청한 여배우’가 아니라는 걸 자신과 주변에 증명하기 위해 신경생물학과 고급 히브리 문학 같은 어려운 수업을 골라 들으며 끙끙댔다. 하지만 그 시간을 거친 뒤 “스스로를 지나치게 의심하지 말자”고 다짐하게 됐다.

 

 “‘블랙스완’을 찍기 전 전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발레 동작을 소화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았다면 절대 주인공을 맡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해낼 수 있는 일들이 있더라고요.” 그는 이 영화로 2011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는다.

 

 두 사람 모두 스스로를 믿고 벽을 넘어서라고 조언한다. 나를 주저앉게 만드는 세상의 벽,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불안이라는 벽 모두…. 사방이 벽으로 막힌 것 같은 6월이다. 이 문을 지나면 조금쯤 밝은 소식이 기다리고 있기를. 로버트 드니로님의 조언에 기대볼밖에. “항상 기억하세요. ‘다음(Next)’이란 말을.”

 

 

[경향신문 칼럼-여적/김민아(논설위원)-20150610수] 코피노

 

 오페라 <나비부인>과 이를 모티브로 한 뮤지컬 <미스 사이공>의 구조는 유사하다. 아시아 국가(일본·베트남)에 파병 나온 미군(핑커튼·크리스)이 현지 여성(초초·킴)과 결혼한다. 하지만 남자는 홀로 미국으로 떠나고, 여자는 아이를 낳아 기르며 남자를 기다린다. 고향에서 다른 여성과 새로 결혼한 남자는 몇 년 후 옛 사랑과 재회한다. 꿈에도 기다리던 남자에게 이미 아내가 있음을 알게 된 여자는 절망에 빠진다. 결국 아이를 남자에게 맡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두 작품 사이엔 차이도 있다. 핑커튼은 ‘나쁜 남자’의 전형이다. 초초를 사랑한 게 아니라 한때 동거하는 ‘현지처’로 여길 뿐이다. 크리스는 다르다. 킴을 진심으로 사랑한 그는 사이공 탈출 때 연인을 놓치고 만 데 깊은 죄책감을 느끼며 살아간다.

 

 현실에도 핑커튼 못지않게 나쁜 남자들이 있다. 관광이나 사업차 필리핀에 갔다가 현지 여성과의 사이에 아이를 두고도 나몰라라 하는 한국 남자 같은 유형이다. 한국인(코리안) 아버지와 필리핀인(필리피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코피노’는 최대 3만명으로 추산된다. 아버지로부터 버림받고 가난과 소외 속에서 자라는 코피노가 증가하면서 필리핀의 사회 문제가 될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 5월 월스트리트저널은 “코피노가 한국과 필리핀 정부 양쪽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비슷한 문제를 먼저 겪은 일본은 ‘자피노’가 아버지를 찾을 수 있도록 법률적 지원을 하고, 원하는 아이들에겐 국적 취득과 교육·취업 기회도 제공해왔다고 한다. 한국 사회의 민낯이 부끄럽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법원에서 문제 해결의 전기가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가정법원은 최근 필리핀 여성 ㄱ씨가 한국인 남성 ㄴ씨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ㄱ씨의 아이가 ㄴ씨의 친생자임을 확인하고 ㄴ씨에게 “아이가 성년이 될 때까지 양육비로 매달 30만원씩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달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도 필리핀 여성과 동거하며 두 아들을 낳은 한국 남성에게 양육비 지급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몰염치한 남성들에 대한 징벌 치고는 가벼워 보이지만, 비뚤어진 성의식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서울신문 칼럼-씨줄날줄/구본영(논설고문)-20150610수] 에너지 수급 딜레마

 

 개인이든 국가든 두 갈래 가치 사이에서 어느 쪽도 결정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질 때가 있다. ‘사랑을 따르자니 부모님이 울고, 부모를 따르자니 사랑이 운다’는 신파극 대사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는 뜻의 진퇴유곡(進退維谷)이란 4자성어가 괜히 나왔겠나. 우리의 에너지 수급 대책이 화력발전과 원자력발전 사이에서 그런 딜레마에 직면한 느낌이다.

 

 그제 정부는 ‘제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세우려던 계획을 철회하는 대신 원전 2기를 새로 짓겠다는 게 골자다. 현 시점에서 산업적 측면에서만 보면 불가피한 선택처럼 보인다. 원전이 그나마 경제성이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화석연료를 쓰는 화전을 줄인 만큼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된다. 하지만 원전 증설이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일본 후쿠시마 사태에서 보듯 유사시 원전의 가공할 위험성을 간과하기 어렵다. 나아가 원전이 장기적으로도 값싼 에너지원인지도 의문이다. 인근 주민 불만 해소나 사용후연료 처리 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쾌도난마처럼 에너지난을 풀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전 제로’ 주장이 거룩해 보이긴 한다. 하지만 실현성 있는 대안이 없다는 게 문제다. 전기를 끊고 촛불을 켜고 지낼 순 없지 않은가. 더군다나 이번 7차 기본계획은 2029년까지 1억 3600만㎾의 전력 공급 능력을 확보하는 걸 전제로 하고 있다. 지금보다 우리의 경제 규모를 줄인다면 몰라도 당장엔 원전도 줄이고 탄소 배출 절감을 통해 지구온난화도 막을 뾰족한 방법은 없다는 얘기다.

 

 신재생에너지가 대안일까. 며칠 전 전남 진도군의 가사도가 ‘에너지 자립섬’이 됐다는 보도를 접했다. 168가구 286명의 섬 주민들이 쓰는 전력의 80%를 태양광과 풍력으로 조달하고 있다니 반갑다. 작은 섬이니까 가능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지자체들도 화전이나 원전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얼마나 좋겠나. 그러기엔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진보가 더딘 게 한계다. 태양광 전지와 패널, 그리고 풍력발전 기자재 등을 생산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만 소요될 뿐 경제성이 낮다면 이 또한 딜레마가 아니겠는가. 특히 현 수준의 조력발전 기술로는 해양 오염을 막긴커녕 외려 갯벌 생태계를 파괴한다니….

 

 이런 에너지 수급상의 진퇴양난에서 벗어날 솔로몬의 해법은 뭘까. 합리적 에너지 믹스(배합) 정책을 짜는 일이 정답은 아닐지라도 모범 답안은 될 듯싶다. 즉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혁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원전과 화력발전 의존도를 점차적으로 줄여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번 7차 전력수급 계획에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0.1% 포인트 늘린 것은 그래서 반길 만하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비용 증가 요인을 전기요금에 반영해 소비자의 절약을 유도하는 것도 고육지책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뉴욕 타임스, "박근혜 정부, 메르스 정보 공개 안해 국민 위험에 처하게 했다" 2015.6.5 https://news.v.daum.net/v/20150605160850299

 

뉴욕 타임스, "박근혜 정부, 메르스 정보 공개 안해 국민 위험에 처하게 했다"

뉴욕 타임스(NYT)는 지난 4일 “한국에 메르스 공포가 번지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는 질병과 관련된 정보를 대중에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국민을 위험에 처하게 했고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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