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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에서 北에 반드시 얻어내야 할 두가지

천사요정 2018. 1. 31. 18:36

[한반도 브리핑] 평창에서 美 중간선거까지 북미 간 다리 놓아야



평창은 평화의 신이 준 선물이다. 올림픽 휴전으로 상승하던 한반도의 위기가 잠시 중단되었다. 그러나 평창의 시간이 지나가면, 무엇이 우리를 기다릴지 알 수 없다. 우리는 평창에서 평창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이제 곧 평창의 열기가 타오를 것이다. 그러나 위기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으면, 위기의 안개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성화의 불이 꺼지기 전에, 위기의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북한과 미국의 다리를 잇는 2+2

위기의 시간은 길었고, 꼬인 매듭이 복잡하기 때문에, 금방 해결국면으로 전환하기는 어렵다. 지금 우리는 해법이 아니라, 해결의 문에 도달할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야 한다. 해결의 문만 열 수 있다면, 해법은 적지 않다. 평창에서 우리는 어떤 다리를 놓아야 할까? 가장 중요한 다리는 물론 북한과 미국을 잇는 다리다.  

두 가지를 북한에 요구하고 얻어내야 한다. 첫째는 출구의 확인이다. 2016년 7월 6일 정부 대변인 성명으로 발표했던,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유훈"이며, "김정은의 의지"라는 입장이 유효한지를 물어봐야 한다. 이 입장은 상황이 변했고, 북한의 핵능력이 달라졌지만, 북한체제의 특성상 그렇게 쉽게 부정하기는 어렵다. 북한이 조건을 달고 상응조치를 요구하겠지만, 비핵화라는 최종목표를 다시 확인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미국이 협상을 거부할 수 없는 근거이고, 다시 협상을 시작할 수 있는 동력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협상이 이루어지는 동안에 북한은 상황악화 조치를 취하지 말아야 한다. 일단 북한은 핵무장의 완성을 선언했기 때문에,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시험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북한 핵무기의 기술적 완성도에 대해서는 여러 평가가 있을 수 있으나, 현재 수준의 동결을 약속한다면, 협상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일부에서는 동결에 부정적이지만, 동결은 최종목표가 아니라, 비핵화의 출발이다. 동결을 해야 비핵화의 길을 떠날 수 있다. 

미국에 대해서도 두 가지의 의사를 확인해야 한다. 첫째는 미국은 북한문제인지, 아니면 북핵문제 인지를 선택해야 한다. 미국이 북한체제의 붕괴를 목표로 한다면, 한국은 동의할 수 없다. 북핵문제는 당면한 현안이고, 북한문제는 시간을 기약하기 어렵다. 북한 붕괴론은 이미 실패한 정책이기도 하다. 북핵문제의 위기 수준을 고려하면 시간이 국제사회의 편도 아니고,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트럼프 정부는 이미 몇 차례 북한의 붕괴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당면한 현안인 북핵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모호하다. '전략적 인내' 정책이 실패했다고 하면서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기다리는 '인내'를 지속하고 있다. 제재를 강화하면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가정은 '전략적 인내'정책의 핵심이다. 제재의 효과는 분명 과거와 비교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정치군사적 압력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제재를 강화하면 할수록 억지의 필요성은 약화되는 것이 아니라 강화될 것이다. 제재를 북핵문제 해결의 수단이 아니라, 북한문제 해결의 수단으로 고려한다면 성공하기는 어렵다. 북핵문제의 해법을 고려할 때 제재는 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시간의 역전이 벌어진 상황에서 아직도 제재의 효과를 기다릴 만큼 시간의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둘째는 수동적 접근에서 능동적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미국 국민들은 북한의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 그렇다면 기다릴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내부적으로 북핵문제의 우선순위가 확실히 높아졌다. 북핵 역사 30년 동안 정책관심도로 보면 지금이 가장 높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이 북한 관련 사안이 중간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꼽았다. (1월 27일 카이저가족 재단 여론조사)   

▲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선수들이 28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 빙상장에서 A.B 팀으로 나눠 훈련 및 미니 게임을 진행했다. ⓒ대한체육회


다리를 잇는 협상의 기술 

평창에서 우리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불신의 계곡에서 신뢰의 다리를 놓는 일은 쉽지 않다. 북한과 미국은 현재 서로 상반되고 충돌하는 신호를 동시에 보내고 있다. 양측의 대화를 연결하려면, 상반된 신호 중에서 긍정적 신호를 분류해서 다듬고 의미를 부여해서 다른 쪽에 전달하고, 답변 과정의 상반된 신호 중에서 다시 긍정적인 것만 모아서 똑같이 의미를 부여하고 살을 붙여 다른 쪽으로 옮겨야 한다. 신뢰는 언제나 눈덩이처럼 뭉쳐지는 것이다.

어디서부터 시작할지는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들어봐야 한다. 들어보면 언제나 희미하지만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우선적으로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욕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했을 때의 효과를 우리는 목격한 적이 있다. 중간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 대통령은 외부에서의 '인정'이 필요하다. 북한도 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정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을 칭찬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트럼프 대통령의 인정욕구는 매우 중요하다. 트럼프 정부의 정책결정구조는 여전히 혼란스럽고, 다수가 대결지향적인 국제정치관을 갖고 있으며, 북핵문제의 본질에 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래서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이 중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발휘할 진정효과는 중간선거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보장이 없다. 평창이 1차 고비라면, 미국의 중간선거 이후는 또 다른 고비가 될 수 있다. 중간선거 이후 예상되는 트럼프 정부의 레임덕은 혼란을 의미한다. 그전에 우리는 북핵문제의 해결의 문을 찾아야 한다.  

평창이 중요하다. 평창에서 이루어질 외교가 평창 이후를 결정한다. 평창에서 북한과 미국의 다리를 놓기 위해서는 그 전에 우리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외교적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미국의 여론을 고려할 때, 언제나 정부뿐만 아니라 정부 밖의 여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의 주요 인사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미국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미국 내부적으로 북핵 해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여론이 높아질수록, 해법에 관한 고민도 깊어질 것이다. 미국 내부에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해법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북한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북한의 평창 참여 결정은 갑자기 이루어졌고, 앞으로의 전략적 방향 역시 분명하지 않다. 김정은 위원장의 생각은 아직 유동적이고, 내부적으로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이다. 접촉 국면에서 북한은 우리 측의 의지를 의심하고 묻고 또 묻고 확인하려 할 것이다. 물론 무엇보다 미국의 본심을 알고 싶어 할 것이다. 어느 정도 판단을 해야 고위급 대표단에 누구를 보낼지 결정할 것이다. 우리는 협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올 수 있도록,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평창이 만들어낼 감동의 크기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평창 이후를 생각하며, 평창을 보자 

평창에서 우리는 협상의 다리를 놓아야 한다. 다리를 놓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중심이 튼튼해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북핵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해법의 구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심이 있으면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시민들도 평창 이후를 생각하면서, 평창을 바라보았으면 한다. 위기 상황에서 평창이 열리고, 북한의 갑작스러운 평창 참가 결정으로 충분한 협의의 시간이 부족했다. 급하게 진행되는 상황에서 크고 작은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좀 더 넓고 긴 시각으로 평창을 바라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여전히 평창을 정파적 시각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호소한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위를 둘러보고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한번이라도 생각해봐라. 지금은 색깔론을 앞세워 정치적 이득이나 계산할 때가 아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그렇게 한가하지 않다. 이제 곧 손님들이 온다. 국내적으로 올림픽 휴전을 시작해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지구촌 사람들을 맞이했으면 좋겠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84518


▶ 필자 소개
김연철 인제대학교 통일학부 교수는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에서 활동했으며 2004년 7월부터 2006년 1월까지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역임했습니다. 저서로 <냉전의 추억>, <북한경제개혁연구>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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