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보고서 낸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이 기사는 지난주 ‘부동산 불평등 해결 못 하면 대한민국 망한다’ 후속으로 작성됐다. 때마침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이 불거지면서 기사는 많은 주목을 받았다. 네이버·다음 포털에서 1400여개 넘는 댓글이 달렸다. 한국사회에서 ‘부동산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런데 해법은 있을까.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은 “해법은 있다”라고 말한다.
부동산 불평등이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사회병리라는 데 동의한다면 진단과 처방이 필수다. 그런데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그동안 진단이 불가능했다. 누구나 보고 듣고 경험해 알고 있지만, 불평등의 실체를 드러낼 근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달라졌다. 소득 불평등에 대한 피케티의 연구 이후 한국의 상위 소득 0.1%, 1%, 10%의 규모와 계선을 밝혀내려는 노력이 하나둘씩 성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거기에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과 결합해 통계청 코시스(KOSIS)에 정밀한 분위별·세대별 부동산 거래실태가 2019년부터 제공되기 시작했다. 지난 기사는 그렇게 해서 세상에 드러난 한국의 부동산 불평등 ‘실태’를 다뤘다.
이번 기사에서는 최근 ‘실태’분석과 함께 ‘해법’보고서를 완성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을 인터뷰했다. 남 소장이 제시한 해법은 기존의 종부세 등을 폐지하고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로 부동산 세제를 전면 개편하자는 것이다. 유력 대권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 정치권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인터뷰는 LH 직원들의 땅투기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3월 8일, 서울 남산에 있는 연구소에서 진행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강윤중 기자
- 현안이니 LH 이야기를 해보죠. 지난주에 기사를 쓰면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LH 직원들이 블라인드에 올린 글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노력해서 투자한 것으로 봐야 하는지, 아니면 내부정보를 이용한 것인지는 법정에서 다퉈봐야 한다’고 이야기하는데, 예상컨대 법정에서 다투면 정말로 우연히, 그 땅을 구입한 것으로 될 가능성이 많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편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서 부동산 재태크 이런 것들이 과세나 세제를 피해 자기들 이익 실현한 것이 정당·떳떳하다, 이렇게 돼 있잖아요. 그게 공무원 내지는 공기업 직원들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현실이 심각한 문제이지 않나요.
“1990년대까지는 그래도 ‘부동산 투기는 나쁜 거야’, 이런 인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사회문제가 되고 건강하지 않은 경제행위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2000년대 넘어와서는 그런 인식이 많이 퇴색한 것 같습니다. 그게 신자유주의의 영향이 크다고 보는데, 불로소득이라고 비판을 하면 ‘아니, 내가 왜 불로소득이라는 거야, 내가 노력했는데. 나 놀면서 번 거 아니야. 나도 생각하면서 리스크 떠안고 한 거야’ 식의 반발이 나오는 거죠. 신자유주의의 특징이 개인의 효용이 증가하면 좋은 것이라는 관점입니다. 개인의 관점에서 보면 불로소득이라고 보지 않을 수도 있죠. 사회적 관점에서 봐야 불로소득이라는 것이 드러나거든요. ‘당신의 행위가 부가가치를 늘렸고 대가를 가져왔냐’고 물어야 합니다. 부가가치 증진행위가 아니잖아요.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지대추구(rent-seeking)이고 비생산적 경제활동이라는 것이 보입니다. 사실 사회과학 방법이 대부분 개인에서 출발합니다. 그리고 이제 또 이런 것과 관련해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많은 연구소가 있지요. 사실 저희 같은 연구소는 아주 소수잖아요. 이익을 대변하는 주택산업 관련 연구소, 재벌도 부동산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어마어마한 대형연구소 말입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자유기업원 이런 데서 계속 논리를 만들어 설파하고 이러면서 퇴색한 것입니다. 투기가 뭐가 나쁜 것이냐, 투자와 구분이 가능하냐. 그런 식의 논리가 LH 직원들에게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LH 경기지역본부 직원 강 모씨가 구입한 경기 광명시 옥길동 토지에 묘목이 심어져 있다. / 권도현 기자
-기사가 나가고 인터넷카페나 블로그 같은 데 올라온 기사링크에 대한 반응을 읽어봤는데, 인상적인 것은 부동산투자카페 반응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투자정보 때문에 모인 분들이잖아요. 그런데 다 동의한다는 거예요. 이대로 부동산 문제를 방치하면 대한민국은 망한다는 것에. 댓글을 보니까 이 사람들은 남들에게 뒤처질까봐, 거기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부동산투자에 동참하는 것이지, 자기들도 땅투기나 대한민국 상위 10%가 70%의 땅을 가진 현실은 잘못되었다고 본다는 겁니다. 물론 기사에 나온 사람들(코멘터)의 주장은 대안없이 비판만 하는 사람들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정리하자면 부동산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에 심지어 부동산카페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도 동의하지만, 한국의 부동산 시장의 구조가 이러니까 나는 이 게임에 동참한다, 그런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안 하면 손해니까요. 인간의 양심에 이게(부동산 투기) 반한다는 것을 사람들이 기본적으로 아는 것 같아요. 사고팔아 돈을 수억씩 버는 것을 잘했다고 하기에는 좀 아닌 게 아닌가 그런 인식이 어느 정도 있었습니다. 불평등 실태를 드러내는 기사를 보고 불평등이 심하면 가지지 못한 사람들은 생활이 어렵고, 불평등이 심화되면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워지는 것은 누구나 예상할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양심이 무뎌지는 여러 이유와 무디게 만드는 그런 논리와 이런 사회의 흐름에 대해, 나도 여기에 동참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주위에 그런 사람들 예를 보면 화도 나고.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사실 얼마나 화가 나겠습니까. 수도권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는데 지방은 집값이 올라가지도 않고.”
-그런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이 해법이 없다는 거예요. 핀셋 규제를 하면 그것 때문에 거꾸로 정책의 의도하지 않는 결과가 나오지 않습니까.
“핀셋으로 하면 안 되죠.”
-이 정부에서 그걸 잡는 데 특히 무능한 모습을 보였다는 평가예요. 그러다 보니 정권에 대한 불만도 쌓여 있는 것 같고.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인데요. 기존의 용도별 분류를 통폐합해 토지를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긴 다음 그걸 재원으로 일정한 기준, 예컨대 15억 미만 1주택 이하로 보유한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토지를 가진 사람은 국토보유세를 내지만 다주택 보유자를 제외한 대부분은 기본소득으로 돌려받도록 설계해 조세저항을 줄인다는 복안이고요. 기존의 부동산 관련 세목을 크게 보면 보유세, 거래세, 이전세(양도세, 증여·상속세)입니다. 전체를 통폐합해 세목을 재구성하자는 건가요?
“아니요, 보유세만. 더 정확히는 종합부동산세를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로 바꾸자는 겁니다. 사실 보유세 강화가 가장 중요한 정책수단인데 그게 조세저항이 너무 심하고, 어느 정권에서도 이걸 하기가 어렵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한 것은 참여정부의 경험도 있고, 이명박 정부에서 후퇴하기도 했고, 실제 정권 지지층 일각에서는 보유세·종부세 때문에 정권을 내줬다고 하고, 또 진보정부라고 하더라도 정부의 관료들, 핵심 멤버 중에는 재산이 좀 있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과잉대표돼 이심전심으로 못하게 한 거죠. 그것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려면 완전히 틀을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거래세와 이전세는 그대로 있는데 세율은 조금 낮춰야 한다.
“네. 지금 우리나라는 취득세가 굉장히 높고, 보유세가 낮은 기형적인 형태입니다. 보유세를 올리려면 당연히 거래하는 데 부담을 줄여줘야 합니다. 그래야지 필요한 사람이 빨리 사고 불필요한 사람은 빨리 팔죠.”
-보유세의 경우는 국세는 종부세, 농어촌 특별세가 있고 지방세는 재산세, 지방교육세 등 여러 가지 세가 있어요. 이런 세금들, 예를 들어 재산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 세원일 텐데 말하자면 세금을 거둬 다른 데 쓰는 겁니다. 그러면 이런 것은 어떻게 되나요.
“세수 순증분. 종부세가 지난 2019년에 3조원이 넘었어요.”
-2025년까지 늘어나는 것으로 되어 있죠.
“3조원이 조금 넘었는데 국토보유세로 전환하면, 예를 들어 30조원을 징수한다고 하면 세수 순증분은 27조원이 되는 거죠. 기존의 종부세를 걷어 지방교부세로 나눠주는 것은 빼야겠죠. 지방재산세도. 그런 차감의 방법으로 지방재정의 중요한 원천인 지방재산세는 건드리지 않고 다만 국세만 바꾸자는 겁니다.”
-국세만 바꿔 순증분만 기본소득세로 한다?
“네. 1/n로 걷되 기본소득으로 나누자는 겁니다.”
-이게 설계에 따르면 순증분의 대부분은 비례형으로 만들 때 86%가 순수혜 가구가 된다는 거죠? 그러니까 30조원 중에서 27조원의 대부분은 상위 14%가 내는 거네요.
“그렇죠. 거기서 내는 거죠.”
-조세저항이 없을까요.
“없진 않겠죠. 자세한 내용을 따지면 백분위로 해서 1분위부터 77분위까지가 순수혜 세대입니다. 땅이 없는 850만세대는 받기만 하는 것이고, 땅을 가진 사람도 국토보유세를 내지만 땅을 가진 규모에 따라 대부분의 사람은 기본소득 형태로 돌려받는 겁니다. 시뮬레이션이 가능했던 것이 관련 부동산 통계가 나오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해놓은 것을 보니 1억원 미만의 집을 가진 사람은 연 250만원이 순수혜액입니다. 이게 재원이 가능한가요.
“네. 최종보유세율을 1.5% 정도로 맞추면요. 토지 없는 세대까지 합치면 85.9%가 기본소득수혜대상입니다. 무주택자, 토지 없는 사람은 무조건 좋은 것이고, 대충 매매가 15억원을 기준으로 잡고 있습니다. 이 정도 기준이면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1주택자는 포섭이 돼요. 물론 2주택 이상 다주택자에게는 매우 불리한 거예요. 과거 보유세 강화 논의를 할 때 다주택자도 실거주는 봐줘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나왔는데 이것은 사실상 그걸 달성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대한민국 대부분이 1주택자입니다. 그러면 다주택자는 내는 것이 많으니까 당연히 또 가격조정을 받을 것이고, 당연히 다주택자를 할 이유가 없어지고 법인들의 땅투기 행위도 굉장히 더 줄어들게 될 겁니다.”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 도입의 조건이 기존의 용도별 토지를 다 철폐하는 것인데, 법인의 경우 어떻게 시뮬레이션됩니까. 기존의 대공장형 기업들, 특히 경쟁력을 상실하고 넓은 공장부지만 남은 섬유산업과 같은 한계기업들은 타격이 클 것 같은데요.
“도산할 기업은 도산해야 할 때 하는 것이 맞습니다. 토지에는 양면이 있어요. 이 제도를 도입했을 때 지금 토지를 과다하게 보유하고 있는 법인에는 매우 불리합니다. 토지를 과소하게 소유하거나 없는 법인에는 굉장히 유리하고요. 그러면 신규기업은 진입하기 쉬워지고 시장이 역동적으로 굴러가게 됩니다. 사실 연구하면서 곤란했던 것이 수도권에 있는 회사가 개발업체인지 진짜 제조업체인지 알 길이 없어요. 땅값이 올라가니까 그걸로 사는 회사도 있습니다. 단적으로 버스회사가 차고지를 시외에 사놨는데 시내에 편입돼 확 올라가는 경우겠죠. 버스 서비스를 잘해 돈 버는 것이 아니라 땅값이 올라서 돈버는 관행이 차츰차츰 사라지는 거죠. 소위 말해 지대추구행위가 차단되는 건데, 우리나라의 법인들을 보면 토지 소유가 계속 증가하고 개인은 파는 형국이에요. 법인 토지 소유가 불평등이 훨씬 심한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보면 땅을 구입하는 데 비용이 한국이 평균 10배가 듭니다. 우리나라 땅값이 OECD 나라보다 평균 2~3배 높은 걸 감안해도 너무 높아요. 그러니 이건 투기적 행위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기본소득도 똑같이 들을 이야기인데, ‘그게 공산당 논리 아니냐, 땅 안 가지고 있다고 돈 준다는 건데, 그러면 개나 소나 다 땅 안 가지려 그러지’ 쉽게 그런 이야기가 나올 겁니다.
“엄밀히 말하면 1공화국 때 단행한 농지개혁은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는 경자유전 원칙에 입각한 것이었고, 그 농지개혁은 성공적이었어요. 우리가 토지공개념이라는 말을 해왔지만 1960년대 후반부터 산업화와 공업화·도시화가 진행하면서 토지공개념을 실질적으로 준비 못 했고, 박정희 정부는 오히려 토지투기를 부추겨 독재권력을 유지하는 데 썼습니다. 노태우 정부 때 토지공개념을 했는데 모든 토지에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택지소유상한제, 개발이익 환수제, 토지초과 이득세와 같은 준조세 방식이었죠. 그것도 개발지역에서 일어나는 것만 환수하는. 그러니까 일반 보편적으로 환수하는 것이 세제인데 세제적 접근은 노무현 정부가 조금 해보다가 이명박 정부 때 그냥 꼬꾸라졌어요.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소극적으로 임했고. 이것은 실질적인 토지공개념을 모든 토지에 적용하는 것이고, 실현가능성이 높은 게 적극적인 지지층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내가 내는 것이 많냐, 받는 것이 많냐 이런 것은 바로 확인가능한 앱을 만들어 하면 정책 효능감도 바로 체감할 수 있죠. 정부가 민첩하게 움직이면 저는 충분히 설득 가능하다고 봅니다.”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강윤중 기자
-이 정책이 실현가능하게 하려면 우선 필요한 것이 대선공약으로 만드는 것이고.
“네. 국가적 어젠더로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몇번 거론하기는 했습니다. 직접 만나 정책제안을 했었나요.
“아니요. 직접 만나진 않았어요. 저희는 경기연구원과 공동연구를 통해 정책을 완성했습니다. 저희는 기본소득형 국토보유세만 디자인한 건데 이 지사의 주장도 계속 진화할 겁니다. 지금은 기본소득 재원 마련의 측면만 강조되고 있는데, 저는 부동산 문제 해결의 관점이 좀더 많이 투영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제개편은 집권 초기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왜냐면 부동산을 잡아야 하잖아요. 사람들에게 ‘5년 동안 빼도 박도 못 하겠네. 어쩔 수 없이 이 길로 가야겠네’라는 메시지를 줘야 합니다. 사실 문재인 정부 처음 집권했을 때 시장도 ‘문재인 정부가 참여정부처럼 하겠지’ 하고 관망하다가 8·2대책이 나오니까 ‘어, 안 하는 모양이네’ 한 거 아닙니까.”
-최종적으로 완성된 시점은 언제입니까. 처음 들었을 때는 지난해 11월 정도면 완성되는 것으로 들었는데요.
“올해 1월 말입니다. 발표하고 난 다음 경기연구원과 함께 수정하고 보완한 것이 있었습니다. 법제화한 것은 다른 팀이 또 있었고요. 조율하는 시간도 필요했습니다. 완성된 보고서는 경기연구원이나 우리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원문보기:
http://biz.khan.co.kr/khan_art_view.html?artid=202103131338001&code=920202&nv=stand&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row1_thumb_2&C=#csidx75eeb558d3ec561974debfe1e1307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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