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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랑말랑 경제학] 모노폴리 게임에도 있는 '기본소득제도'

천사요정 2022. 5. 25. 03:56

2017.06.08 

 

'모노폴리' '부루마불'은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 게임이 없던 시절 동네 친구들과 곧잘 하던 주사위게임(보드게임)이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약간의 상금만 걸리면 어린 시절 추억과 함께 현실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부동산 재벌이 되는 경험까지 할 수 있어 꽤 쏠쏠한 재미를 준다.

이처럼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아온 '모노폴리' 게임에는 특별한 출생의 비밀이 있다. 지금의 모노폴리는 보드게임 개발자였던 엘리자베스 매기가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이라는 책을 읽고 그의 사상에 매료돼 많은 이들에게 조지의 생각을 알리려는 의도에서 만든 '지주놀이'라는 게임이 변형된 것이다. 모노폴리를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게임을 끝까지 진행하면 가장 많은 땅을 차지한 한 사람만 살아남게 되고,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파산하게 된다. 즉 매기는 토지와 같은 한정된 자원에서 막대한 소득과 부가 집중되면 결국 토지를 선점한 소수의 지주들이 경제 내 대부분의 부를 독점하게 된다는 메커니즘을 게임을 통해 사람들이 체험하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매기가 만든 '지주놀이'와 '모노폴리'에는 또 다른 재미있는 장치가 숨어 있다. 바로 '월급'이라는 규칙이다. 게임에 참여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땅과 건물 소유 여부에 상관없이 전환점을 지날 때마다 동일한 월급을 받게 된다. '월급'이라는 장치가 없으면 땅이 적은 사람들은 임차료 지출을 감당할 수 없어 금방 파산해 게임이 싱겁게 끝나기 쉽다. 따라서 월급은 '모노폴리'에서 일정 수준 이상 게임을 지속시켜주는 장치로 참여자들의 흥미를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월급' 제도는 게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기능적인 목적뿐만 아니라 게임의 모티브였던 조지의 사상과도 깊은 관계가 있다. 조지는 일부 계층에 토지가 독점돼 나머지 사람들이 빈곤에 빠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지주들에게 토지세를 징수하고 이를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것이 게임에서 '월급'이라는 장치로 표현된 것이다.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이런 조지의 사상과 매기의 게임 속 장치는 현실에서 부활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급속히 진행되면서 조지가 우려했던 것과 비슷한 사회문제가 오늘날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차이가 있다면 조지가 살던 19세기에는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주된 원인이 토지였으나 오늘날에는 최첨단 기술이 사회문제의 원인이 될 것으로 예견된다.

조지가 죽고 30년이 지난 미국에서는 산업화의 결과물로 엄청난 양의 상품들이 생산됐지만 이를 소비할 수 있는 소득을 가진 사람들이 부족해 대공황이 발생했다. 따라서 최근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소득 불균형과 총수요 부족으로 인한 심각한 경기 침체를 예방하기 위해 기본소득제도를 그 해결 방안으로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스위스는 70%가 넘는 국민이 반대해 부결되긴 했지만 모든 국민에게 매월 300만원의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법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또 핀란드는 올해부터 2년간 매달 약 70만원의 기본소득을 무작위로 선정된 국민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제도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본소득제도는 해당 국가의 국민이면 모두에게 지급하는 가장 극단에 있는 '포괄적 복지제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기본소득제는 '고령연금'이나 '청년수당제도'와 같이 수급자의 나이에 제한을 두거나 기초생활수급제도와 같이 자산이나 소득에 관한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와 같은 기본소득제는 특이하게 다른 복지제도들과는 달리 서로 다른 이유에서 진보·보수 모든 진영에서 지지를 얻고 있다. 먼저 진보 진영에서는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소득 불균형이 완화될 뿐만 아니라 근로자들이 생계가 아닌 자기 만족과 행복을 위해 노동을 하게 된다는 것을 장점으로 들고 있다.

반면 보수 진영에서는 그간 선별적 복지제도를 운영하는 과정에 투입됐던 인력과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고,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어 기본소득제도 도입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스위스 국민이 기본소득제도에 반대했던 첫 번째 이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기본소득제도는 엄청난 재원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 인구를 4500만명으로 추산했을 때 1인당 100만원을 기본소득으로 지급한다면 연간 약 450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450조원이면 지난해 우리나라 예산을 모두 기본소득의 재원으로 쏟아부어도 감당할 수 없는 규모다. 따라서 이 같은 재원을 마련하려면 단순 계산으로도 지금보다는 약 2배의 세금을 각 기업과 개인들에게 거둬들여야 운영이 가능할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기본소득은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모두 갖고 있는 제도다. 첨단기술로 부와 소득이 특정 산업과 기술에 집중돼 소득 불균형 및 경기 침체가 우려되는 만큼 기본소득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진지하게 고려해봐야 할 사안이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이 일부 계층의 필요나 선거용 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결정에 앞서 많은 사람들이 고민하고 관련 지식을 공유해야 할 것이다.

[최병일 매경 경제경영연구소 선임연구원]

https://www.mk.co.kr/news/economy/view/2017/06/382302/

 

[말랑말랑 경제학] 모노폴리 게임에도 있는 `기본소득제도`

`모노폴리` `부루마불`은 지금처럼 휴대폰이나 컴퓨터 게임이 없던 시절 동네 친구들과 곧잘 하던 주사위게임(보드게임)이었다. 물론 성인이 된 지금도 약간의 상금만 걸리면 어린 시절 추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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