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대한경제=이재현 기자]#외국 국적인 A씨는 한국인 아내와 함께 서울시 소재 단독주택을 거주 목적으로 7억6000만원에 매수하면서 개인사업자대출로 매수자금 일부를 조달했다.
정부가 부동산 투기가 의심되는 외국인 거래 1145건을 골라내 집중적으로 조사했더니 이 중 절반(567건)에서 위법의심행위가 적발됐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외국인의 부동산 거래에 대한 첫 기획조사 결과다.
외국인들은 집값이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한 2017년 무렵부터 국내에서 꾸준히 집을 사들였다.
거래가 전반적으로 침체한 상황에서도 전체 주택 매수 중 외국인 비율은 2021년 0.81%(8천186건)에서 올해 1∼9월 1.21%(6772건)로 늘었다.
그간 내국인은 각종 대출 규제로 내 집 마련이 힘든데, 외국인은 본국 은행에서 대출받아 규제를 피해가면서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서울에서 15억원 이상 주택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작년엔 한 중국인이 강남구 타워팰리스 펜트하우스를 89억원에 사들이며 전액 중국 현지은행 대출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외국인은 세대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다주택자 중과세를 피해 ‘부동산 쇼핑’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에 정부는 작년부터 올해 5월까지 이뤄진 외국인 주택거래 2만38건 중 투기가 의심되는 1145건을 선별해 조사를 벌였다.
조사에서 적발된 위법의심행위 중 해외에서 자금을 불법 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121건으로 가장 많았다. 1만 달러가 넘는 현금을 들여오면서 신고하지 않거나 환치기한 경우다.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방문 동거 비자(F1)로 들어와서 임대사업을 한 사례는 57건 적발됐다.
부모-자식, 법인-법인대표 등 특수관계인 사이 편법 증여 의심 사례는 30건 나왔다.
한국인이지만 외국인으로 돼 있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의 편법증여 의심 사례도 있었다. 서울 아파트를 25억원에 사들인 30대 외국인 C씨는 한국인 모친에게 비트코인을 14억5천만원에 팔아 매수 자금으로 활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비트코인이 오갔는지 자체가 불투명했다.
은행에서 기업 운전자금 용도로 대출받고선 그 돈으로 부동산을 사들인 사례도 5건 적발됐다.
위법의심행위를 국적별로 분석한 결과 중국인이 314건(55.4%)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인 104건(18.3%), 캐나다인 35건(6.2%) 순이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서 위법의심행위가 185건(32.6%)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171건(30.2%), 인천 65건(11.5%) 등이었다.
국토부는 이번에 적발한 외국인을 법무부·관세청·경찰청·국세청 등 관계기관에 통보해 수사와 과태료 처분 등이 이뤄지도록 할 예정이다. 또 외국인의 투기성 토지 거래와 함께 오피스텔 등 비주택 거래에서도 이상 동향이 감지되면 기획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공정한 거래 질서 확립과 내국인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부동산 현황을 파악하고, 투기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을 지속해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부동산거래신고법을 개정해 부동산 거래 신고 때 외국인등록 사실 증명서를 제출하고, 위탁관리인을 지정하도록 할 계획이다. 부동산 매수 이후 해외로 출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조사 공백을 막기 위해서다.
다주택자 취득세 중과를 위해 법무부·복지부가 보유한 외국인 세대구성 정보는 과세 당국과 공유한다.
외국인 투기가 의심되는 지역을 시·도지사가 ‘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해 거래를 제한할 수 있는 법 개정도 추진한다.
임대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비자 종류를 재외동포(F4), 영주(F5), 결혼이민(F6) 등으로 명확하게 하는 법 개정 역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외국인 주택 보유 통계를 신설해 투기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국가통계 승인을 위한 협의를 거쳐 내년 1분기 공표 예정이다.
이재현기자 ljh@
https://www.dnews.co.kr/uhtml/view.jsp?idxno=202210281211151510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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