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차완용 기자]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의 비율)이 10년8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출이자 부담 등으로 전세를 찾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급매 대신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이 증가하면서 전세값이 더 크게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서는 앞으로 전세가율 하락에 따른 부동산 시장 조정으로 매매값 하락이 이어질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의 전세가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 [이미지출처=연합뉴스]
6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은 52.0%로 나타났다.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 52.9%보다 0.9%포인트(P) 하락했다. 1년 전 56.0%보다는 4.0%포인트 낮다. 2012년 5월(51.9%) 이후 약 가장 낮은 수치다.
실제 서울 주요 대단지 아파트 전세가율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의 전용면적 84㎡의 경우 지난 3일 17억6667만원 매매 거래됐지만, 전세 시세는 9억4000만원을 형성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대단지 SK북한산시티(3830가구) 전용 84㎡는 지난해 11월 6억9750만원에 매매 거래됐지만, 지난 3일 3억8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채결됐다.
대규모 입주를 앞둔 단지의 전세가율 하락세는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오는 3월 입주예정인 3375가구의 강남구 개포자이프레지던스 전용 84㎡는 지난달 입주권이 24억5000만원에 거래됐지만, 현재 전세는 9억원대에 매물을 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셋값 하락이 이어지면서 갱신요구권을 사용하는 세입자도 크게 줄어들었다. 부동산 중개업체 집토스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수도권 주택의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12월 갱신요구권을 사용한 갱신계약 건수는 6574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달보다 47% 감소한 수치다.
일각에서는 전세가율 하락이 집값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전세가율이 매매 수요에 영향을 미치는 지표로 꼽히기 때문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는 수요자 입장에서 전세가율이 너무 낮으면 초기 비용이 커져 매수 의사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 반대로 전세가율이 높으면 ‘갭 투자’가 활발해질 수 있다.
한문도 연세대 정경대학원 금융부동산학과 겸임교수는 “전셋값 하락은 항상 매매가 하락을 후행적으로 동반해 왔다”며 “전세가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는 현재의 부동산 시장은 아직 조정 시기에 진입하지 못한 상태로 앞으로 매매 가격 하락 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강남 등 과도한 입주 물량이 예정된 지역의 경우 전세가율 하락이 크게 발생한 만큼 큰 폭의 매매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차완용 기자 yongch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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