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 III : CoCo본드와 Bail-in의 도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보다 훨씬 거대하고 파장이 컸던 크레딧 이벤트였다.
바젤 II는 명백히 한계점을 노출했다. 이를 추가 보 완한 바젤 III의 등장은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2010년 바젤 II보다 손실흡수능력을 강화시킨 바젤 III를 발표하였다.
위험자산기준을 변경하여 위험자산비중을 축소하게 하며, 서브프라 임 모기지 사태의 원인이 된
과도한 가계대출을 줄이고 기업대출을 증가시키는 것이 주된 내용이었다.
여기에 자본의 질을 더 강화시켰다.
바젤 II에서는 BIS 자본비율 8% 외에도 기본자본비율(Tier 1) 4%, 보통주자본비율 2% 이상을 권 고수치로 제시했다.
바젤 III에서는 이를 좀더 강화해 BIS자본비율은 8%를 그대 로 두되
기본자본비율은 6%, 보통주자본비율은 4.5% 이상을 요구하였다.
추가적으로 주목해야 할 것은
조건부자본증권(CoCo본드 ; Contingent Convertible Bond)과 채권자손실분담(Bail-in) 규제 도입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거대 금융회사를 구하기 위해 천문학적 규모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는데
이 부담은 결국 납세자인 국민들의 몫이었다.
위기를 초래한 금융회사 임직원들 은 이미 평생 쓰고도 남을 거액의 보수를 챙긴 반면
그들보다 훨씬 가난한 국민 들이 주머니를 털어 사태를 수습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들고 일어나 글로벌 대형 금융회사가 밀집한 미국 뉴욕의 월스 트리트에서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는 시위를 벌이기도 하였다.
CoCo본드와 Bail-in은 이러한 불합리성을 개선하고 대마불사(大馬不死 ; TooBig-To-Fail) 인식에 따른
대형 은행과 자본시장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근절하려는 철학을 담고 있다.
CoCo본드는 미리 명시해둔 특정한 사건이 발생할 경우 완전히 상각되거나 자본 으로 전환된다는
조건 하에 발행되는 후순위성 채권이다.
이는 은행이 부실화될 경우 구제금융(Bail-out)에 나서는 정부뿐 아니라
CoCo본드 보유자도 손실을 분 담(Bail-in)해야 함을 뜻한다.
동시에 후순위성 채권 투자자에 대한 정부의 지원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의미한다.
Bail-in은 CoCo본드보다 더 강력한 손실흡수장치이다.
Bail-in은 정부의 지원, 즉 Bail-out이 시행되기 전에 해당 금융회사의 채권을 상각 또는 자본전환 할 것 을 강제한다
. Bail-in 제도가 시행된 국가에서는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회사
(SIFI ; Systemically Important Financial Institution)가 총손실흡수능력(TLAC ; Total Loss Absorbing Capacity)을
위기 발생 이전에 미리 보유해야 한다.
이는 CoCo본드보다 훨씬 넓은 개념으로 금융회사와 투자자에게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요구사항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CoCo본드와 Bail-in 규제가 이미 도입되어 시행 중이다.
반 면 한국은 CoCo본드만 도입되었고 Bail-in은 아직 금융당국의 검토 아래 있다.
2023년 3월 발생한 미국 Silicon Valley Bank(이하 ‘SVB’)의 뱅크런(Bank Run) 사태는
팬데믹 이후 급격한 예수금 증가와 높은 거액예금 비중, 그리고 금리 상 승기 잘못된 채권 Duration 전략이
결합되면서 발생한 사례이다. 미국 예금보 험공사(FDIC ; Federal Deposit Insurance Corporation)가
예금보장한도 25만 달 러에 상관없이 예금 전액지급을 보장하면서 사태가 일단락되었지만
유사한 뱅크 런 사태가 추가적으로 발생할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후 발생한 스위스 Credit Suisse 사태는 더 심각하다. Credit Suisse는 스위스 2위 규모 은행으로
SVB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규모와 지명도를 확보하고 있었 다. 누적된 투자손실로 신뢰도가 이미 많이 저하된 가운데,
연례보고서에서 회 계적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발표되었고, 1대주주인 사우디국립은행(SNB ; Saudi National Bank)이
추가로 자금지원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고객의 불 안감이 확산되며 뱅크런이 발생했다.
스위스 금융당국은 Credit Suisse를 스위 스 1위 규모 은행인 UBS에 피인수시키면서 사태를 수습하였다.
그런데 이 과 정에서 Credit Suisse의 CoCo본드는 전액 상각이 이루어진 반면 주식은 소각되 지 않고
정해진 비율에 따라 UBS 주식으로 교환되었다.
이는 위기 발생 시 ‘주 주 → CoCo본드 투자자 → 선순위채 투자자’ 순으로 손실을 부담하는
자본시장 의 상식이 깨진 것이어서 논란이 되고 있다.
SVB와 Credit Suisse의 뱅크런 사태는 원인은 다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은행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사태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오랫동 안 믿고 지켜온 자본시장의 약속이 깨지고 있다.
이러한 임기응변식 대응은 그 시점에서는 효과적일지 모르겠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자본시장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 것이다
은행은 금융업종 중 가장 안전성과 신뢰도가 높은 업종이다.
그런 은행에서 파 열음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새로운 금융위기가 시작되 었음을 의미한다.
원인분석과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급격히 하락 하고 있는 은행의 신뢰를 회복하고, 무너진 자본시장의 상식을 재정립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의 은행에서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뱅크런 사태는 바젤 III의 실효성 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진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서서히 바젤 IV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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