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주식공매기관외인

윤석열 정부의 공매도 혁신안.... 불길하다

천사요정 2023. 11. 27. 13:10

[진단] 제도개선→전면 공매도 현실화하면, 내년 하반기 대란 사태 직면할 수도

 

윤석열 정부의 공매도 혁신안.... 불길하다

[진단] 제도개선→전면 공매도 현실화하면, 내년 하반기 대란 사태 직면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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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그동안 '공매도 홍보대사'를 자처하던 금융당국이 사전 예고도 없이 공매도 금지 조치(11월 6일~2024년 상반기까지)를 단행했다.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하던 정부가 갑자기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고 소란을 피우는 격이다. 덕분에 외인 공매도는 매도 폭탄으로 화답하며 '굳히기'(공매도 장기투자)에 들어간 상태다. 급조해서 내놓은 공매도 제도개선안 역시 이전과 다를 바 없는 졸속 대책에 불과하다.

공매도 혁신안을 혁신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본질은 기울거나 평평한 운동장이 아니라, 공매도의 '시장지배력'을 억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관치(官治)가 그리는 큰 그림, '공매도 전면 허용 준비'다. 즉, '현행 제한적 공매도→제도개선→전면 공매도' 복귀를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미다.

만약 이게 현실화된다면, 내년 하반기 중 그간 경험하지 못한 공매도 대란 사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성장 함정에 빠진 한국증시는 공매도의 '단타 놀이터'로 전락한 게 현실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과 증권거래세 폐지, 장기보유 공제 등 증시 체질개선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제도개선 뒤에서 꿈틀거리는 '공매도 전면 허용'

하지만 복잡한 금융시스템에 기생하는 공매도는 이제 폐지하기조차 어려운 필요악(必要惡)과 같은 존재가 되었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소유하지 않은 집과 차를 파는 것도 사기이고, 없는 주식을 파는 공매도 역시 사기라고 비판한 바 있다. 역설적으로, 그만큼 공매도 폐지가 어렵다는 말이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단행하자, 세간의 이목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쏠리면서 본질인 '공매도의 확장 억제'는 주변 변수로 전락해 버렸다. 내국인 투자자가 걱정하는 것은 엉터리 제도개선을 추진한 이후에 전면 공매도 허용으로 회귀하는 역주행 정책이다. 앞서 언급했듯 관치카르텔이 그리는 밑그림이 '제한적' 공매도(KOSP200 + KOSDAQ 150)→제도개선(평평한 운동장)→'전면' 공매도(2024년 7월~)시나리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즉, 공매도 제도개선을 했다고 하면 '공매도 전면 허용'을 반대할 명분이 사라지는 것이다.

더욱이 차기 금융위원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공매도 전면 개방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대표적인 공매도 숭상주의자인 그는 지난 2022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선진자본시장으로 발돋움하려면 공매도를 전면 허용해야 한다"라며, 제한적 공매도를 납득할 수 없다고 피력한 바 있다. 

공매도 혁신안을 혁신해야 하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공매도를 금지할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한 게 사실이다. 선험적으로, 외인 공매도는 투기자본 성격이 강해 시장하락에 투자하기보다는 주로 인위적인 시세조종을 통해 시장가격을 파괴하는 행태를 보였다. 적정가격을 발견하는 순기능은커녕 적정가격이 망가지는 역기능 사례만 차고 넘친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 함정'에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공매도 혁신안이 본질에서 벗어난 부실 대책이라는 점이다. 본질은 공매도의 시장 지배력을 제어하는 데 있다. 자본력과 신용력이 취약한 1~2%의 개인투자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든 평평한 운동장에서 싸우든 달라지기 어려운 구조다.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엉터리 혁신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첫 번째 부실 대책은 뒷문 열어놓고 앞문만 잠근 공매도 금지 조치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제도개선을 먼저 시행한 후, 정책 효과성을 평가해 공매도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상환기간, 시장조성자 공매도 장사 등 제도에 깃든 친자본·친기업 편향부터 바로 잡아야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뒤에 남겨 둔 채 성급하게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마치 답을 먼저 쓰고 문제를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공매도대란 사태로 인해 외인들이 연일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매도 폭탄을 쏟아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이미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다.

두 번째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는 졸속 대책이라는 점이다. 공매도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기한이 없는 공매도 상환기간부터 개선했어야 한다. 이번 혁신안은 공매도 상환기간을 '3개월+연장'으로 고쳐 언뜻 보면 기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뒷문을 열어줘 이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외인 공매도는 여전히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티는 '기후제식' 공매도 장기투자를 즐길 수 있다.

개인의 공매도 현금 담보비율을 기관과 동일하게 105%로 낮추겠다는 것도 개악에 가깝다. 모든 주체들에게 담보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그 기준은 최소 14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어야 한다. 어차피 개인의 대주거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해 담보비율을 105%로 인하한다 해도 규제 편익이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은 담보비율이 내려간 만큼 공매도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 이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매도 사각지대에 있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장사를 근절하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해 다른 종목의 헤지거래에 전용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헤지거래 수익 0원'의 원칙을 높게 세우고, 사후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기관 공매도가 헤지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제로 결산의 원칙을 지켰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 호랑이 떠난 굴에 시장조성자가 아닌 시장조성자가 들어와 더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다.

세 번째 문제는 정부가 너무나도 당연한 불법 공매도 척결에 매달리는 사이, 정작 중요한 합법 공매도의 시장교란 행위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물론, 불법 공매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겠지만, 외인 공매도 피해는 대부분 합법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정책적 지향점을 합법 공매도의 확장 억제에 두어야 하며, 그 방법은 합법 공매도의 인위적인 시세조종이나 시장교란 행위를 철저하게 걸러내는 것이다.

공매도 다음에는 '대주주 주식양도세'가 기다리고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시 금융위원회를 마치고 공매도 제도와 관련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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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윤석열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에 이어 부자 감세 카드인 대주주 주식양도세 문제를 다시 꺼내 들었다. 즉,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에서 50억 원 또는 그 이상으로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부자 감세 논란에도, 당시 윤석열 후보의 대선 공약인 '주식양도세 폐지'에 부합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증권과세 공약을 복기해 보자. 엄밀히 따지면, 윤석열 후보는 '증권거래세 폐지'를 밝혔다가, 갑자기 이를 없던 일로 하고 대신 '주식양도세 폐지'를 들고나왔다. 표의 득실에 따라 조변석개하는 증권과세 공약에 논리와 맥락이 있을 리 만무하다. 반면, 당시 이재명 후보는 일관되게 서민 감세를 강조하며 '증권거래세 폐지'를 주장한 바 있다.

주식양도세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라는 조세 정의에 부합하는 증권과세다. 문제는 대주주 기준을 현행 10억 원 기준을 50억 원, 100억 원으로 높이면 과세 대상이 상위 0.01%로 좁혀지게 된다. 2021년 기준 과세 대상자는 총 7045명으로 1384만 명의 개인투자자 중에서 0.05%만이 이에 해당하며, 이들이 낸 주식양도세는 2.9조 원 정도다. 즉, 법인세 인하 등으로 60조 원에 가까운 역대급 세수펑크를 기록하고도 상위 0.05%를 위한 부자 감세를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다. 국정 운영에 깃든 친자본 편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계좌 잔고가 10억 원 미만인 개인투자자는 주식양도세와 아무 관련이 없으며, 그냥 이전처럼 0.2%의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개인투자자가 코스피지수에 10년간 장기투자 할 경우, 누적 수익률이 약 25% 정도인데, 같은 기간 미국의 다우지수에 투자했다면 100%가 넘는 수익을 올렸을 것이다. 대신 3%짜리 은행예금에 투자했다면 35% 정도의 이자이익을 거뒀을 것이다. 은행예금보다도 못한 주식시장에서 개인들이 단타에 매달리는 것도 어찌 보면 현명한 판단이다. 공매도 혁신도 중요하지만, 개인투자자가 좋은 주식을 오래 들고만 있어도 돈이 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중 하나가 증권거래세를 폐지해 고질적인 이중과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증권거래세 폐지'는 가장 중요한 증시 체질개선 과제다. 증권거래세는 손실이 나도 주식을 팔기만 하면 0.2%의 세금을 떼가는 일종의 통행세다. 소득이 없는 곳에 세금을 매긴다는 점에서 조세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정부가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매년 10조 원씩 거둬들이는 세수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는 2020년 12.4조 원, 2021년 15.6조 원, 2022년 9.4조 원 등으로 그 규모가 작지 않다. 정부는 거래세에 포함된 농어촌특별세(0.15%)를 빼면 사실상 폐지된 거나 다름없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세수의 원천인 개인투자자는 이게 농특세든 거래세든 내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은 마찬가지다. 또한, 정부의 반론 명분인 농특세 문제는 증권거래세는 폐지하고 대신 농특세 사업계정에 주식양도세를 포함하면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한편, 대주주 매도폭탄을 막기 위해 양도세의 대주주 기준을 50억 원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 문제는 대주주 기준을 완화할 게 아니라 '주식 장기보유 특별공제'를 도입해 해결하는 것이 맞다. 오래 들고 있어야 돈이 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면, 연말에 고액투자자가 세금 회피 목적으로 보유물량을 처분하는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다. 일례로, 2년 미만 20%, 5년 미만 10%, 5년 이상 0% 등으로 보유 기간에 따라 양도세율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따라서, 둘 중 하나를 버려 이중과세 병폐를 해결해야 한다면, 당연히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는 것이 맞다. 증권거래세가 폐지되면, 주식 계좌가 10억 원 미만인 모든 개인투자자는 비과세 환경하에서 주식투자가 가능해진다.

끝으로, 이번 공매도 사태를 공매도의 역기능을 걸러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단타 놀이터로 변질된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증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물론, 이중과세 체제 혁신, 장기투자 공제 도입 등 밀린 숙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제도개선 뒤에 숨어 꿈틀거리는 '공매도 전면 허용'부터 막아내야 할 것이다.

 

글쓴이는 국민대 특임교수(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