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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늘린 이재용표 투자 계획…파격은 없었다

천사요정 2018. 8. 9. 09:32
삼성, 3년 180조원 투자·4만명 채용
이전에도 150조 투자…연 10조↑
채용 일부는 협력업체 직접 고용
실질적으로 전보다 5천명만 늘어
전문가 “기대한 만큼 파격 아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6일 오후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서 열린 간담회를 마친 뒤 악수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삼성그룹이 앞으로 3년 동안 설비·연구개발에 180조원을 투자하고 4만명을 신규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8일 내놨다. 과거 투자 실적과 비교하면 20%가량 증가한 규모다.

삼성은 이날 오후 180조원 투자, 4만명 채용, 협력사와 상생, 혁신역량 공유 등의 계획을 담은 7쪽 분량의 보도자료를 냈다.

애초 지난 6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한 소통간담회 때 공개될 예정이었으나, 김 부총리가 재벌을 방문해 투자를 독려하는 것을 두고 이른바 ‘구걸 논란’이 일면서 발표가 미뤄졌다.

삼성은 해마다 중·장기 투자·고용 계획 등을 세우고, 중간 점검을 통해 이를 조정한다. 이번 발표를 위해 삼성은 투자·고용 계획 등을 가다듬고 기획재정부와 몇주 전부터 조율해왔다.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은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180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는 삼성 계열사 60여곳의 시설투자비와 연구개발(R&D)비 등이 모두 포함된다. 이 가운데 130조원은 국내에 투자되고, 인공지능(AI)과 차세대 이동통신(5G) 장비, 바이오, 전장(자동차전기장비) 부품 등 4대 미래 성장사업에는 25조원이 투자된다.

3년 동안 180조원 투자는 최근 3년치 투자 실적과 비교해 20% 정도 늘어난 규모다. 삼성전자는 2015~17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각각 40.3조원, 40.2조원, 60.2조원 등 모두 140조7천억원을 투자했다. 다른 계열사까지 합치면 전체 투자액은 15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전 3년치와 비교하면 약 30조원, 연간 기준으로는 10조원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정부와 한 소통간담회에서 ‘가격을 높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해 논란이 된 바이오 사업에도 상당한 투자가 예상된다. 앞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3년 동안 1조4천억원가량을 투자했다.

삼성 관계자는 “4대 사업에 각각 얼마씩 투자할지는 향후 시장 상황 등에 따라 유동적”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부총리는 혁신성장회의에서 “8대 핵심 선도사업에 바이오 등 기타 선도사업을 더해 집중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은 3년 동안 약 4만명을 직접 채용한다. 삼성은 그동안 해마다 9천여명을 신규 채용해왔고, 향후 3년도 연간 8천여명씩 총 2만5천여명을 뽑을 계획이었다. 애초 계획보다 1만5천여명 정도 늘리기로 한 것인데, 이 가운데 8천여명은 지난 4월 직접 고용하기로 한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직원들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실제 추가로 채용하는 인원은 3년 동안 7천여명, 연간 기준 2천여명 수준이다.

삼성은 이밖에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외부로 확대하고, 산학협력 사업 규모도 기존 연간 400억원에서 1천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또 협력사 등과의 상생협력을 위해 협력사 지원펀드를 3차 협력사까지 확대하고, 펀드 규모도 기존 2조3천억원에서 3조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더불어 5년간 600억원을 투자해 삼성과 거래가 없는 중소기업도 포함한 총 2500곳의 스마트팩토리 전환을 지원하는 계획도 내놨다.

재계에서는 이번 삼성 발표에 대해 “재계 1위답다” “통 큰 투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삼성의 ‘3년 180조원 투자’는 앞서 투자 규모가 가장 컸던 에스케이(SK)그룹의 ‘3년 80조원’보다 100조원이나 많다.

그러나 기대에 견줘 아쉽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정부 쪽과 재계에서는 삼성이 연간 100조원 이상의 파격적인 투자안과 획기적인 상생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해왔다. 박주근 시이오(CEO)스코어 대표는 “삼성전자가 작년에 60조원을 투자해, 이번에는 연간 100조원 정도로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시장이나 정부가 기대한 만큼의 파격적인 투자책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재계 관계자도 “투자도 투자지만 새로운 상생 방안 등이 전혀 없다. 기존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이라며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별로 없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방준호 기자 haojun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56776.html?_fr=mt2#csidxfb43b54abff98a9931ee0c07128eca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