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자본감시센터 "경우회, 우병우 처가 일가 160억 원 지급 방조"… 경우회, 검·경 화이트리스트 수사에 '이상달 유착' 의혹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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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관들의 모임 재향경우회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확대되고 있다. 경우회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 일가의 ‘부당 재산 증식’을 방조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경우회와 우 전 수석 처가 일가가 공동 주주로 있는 ‘삼남개발’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불법 관제 집회’ 주도에 더해 추가 혐의가 밝혀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울중앙지검은 시민단체 투기자본감시센터(이하 센터)가 지난달 26일 구재태 경우회 회장(전 삼남개발 대표), 우 전 수석의 장모인 김장자 삼남개발 대표와 아내인 이민정 SD&J홀딩스 이사 등 13인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최근 첨단범죄수사2부(주임검사 최임열)에 배당했다.
고발 요지는 삼남개발이 우 전 수석 장인인 고 이상달씨에게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총 7년 간 배당금 142억 원을 차등 지급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이씨 사후인 2008년 배당금도 이씨 일가에 18억 원이 더 부당하게 지급됐다고 주장했다. 센터 측은 배임·횡령 혐의가 적용된 범죄수익금 160억 원을 이씨 일가로부터 환수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남개발은 경기도 화성시에 위치한 고급 골프장 기흥컨트리클럽을 운영하는 회사다. 1990년대 지분 변동을 제외하면 2000년 이래로 경우회와 이씨 혹은 이씨 일가가 각 50%씩 지분을 가지고 있다.
센터는 동일한 지분을 가지고 있음에도 2001년부터 2007년까지 이씨에게 연 평균 20억 원이 더 배당된 것이 위법하다고 주장한다. 차액이 30억 원으로 가장 컸던 2005년엔 경우회에 18억 원, 이씨에게 48억 원이 각각 배당됐다. 8억 원으로 차액이 가장 작았던 2001년엔 경우회에 12억 원, 이씨에게 20억 원이 돌아갔다. 이렇게 8년 간 경우회에 총 165억 원, 이씨에겐 325억 원이 배당됐다.
문제는 이에 대한 형법상 배임·횡령 혐의 적용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센터는 지난해 8월 동일한 사건을 고발해 검찰로부터 증거불충분으로 인한 무혐의 처분을 통보받았다. “경우회가 3년 마다 갱신하는 조건으로 매년 정액 배당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이씨와 경우회간 합의서 및 약정서가 근거였다.
센터는 상법 제464조를 근거로 “동류 주식에 대해 배당금 차등 지급을 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경우 형사소송이 아닌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할 쟁점이 된다. 경우회가 부당성을 주장하지 않는 한 약정에 근거한 배당을 문제 삼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상달 일가 자금줄 기흥골프장… “경영권 소유부터 불법”
센터는 경우회가 비상식적인 배당을 용인한 배경에 주목했다. 윤영대 센터 대표는 “이상달이 민간인 신분으로 기흥골프장 지배권을 얻게 된 것부터가 불법이었다”면서 “이상달과 경우회 간 유착관계는 오래 지적돼왔다. 배당금 차액을 비자금으로 조성해 각종 뇌물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삼남개발 대부분의 이윤은 기흥골프장 수익에서 나온다. 기흥골프장은 전두환 전 정부가 1986년 경우회에 건립 인허가를 내 준 곳이다. 1980년대 중반 골프장 수가 30여 곳에 불과했던 점, 골프장 건립 및 운영이 철저히 정부 통제하에서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기흥골프장은 정부가 경우회에 준 특혜였다.
삼남개발은 1989년에 등장한다. 이씨는 경우회가 자금부족 문제를 겪고 있던 1989년 경우회에 60억 원을 주고 기흥골프장을 건립·운영하는 삼남개발을 공동으로 설립했다. 이씨와 경우회는 당시 지분을 50%씩 나눠 가졌다.
당시 이씨가 경우회 자금줄로 등장한 배경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 형인 전기환씨와의 친분이 거론돼왔다. 전씨는 합천 태생의 경찰출신으로, 옥기진 전 치안감, 권복경 전 치안본부장 등 합천 출신 경찰과 친분이 있었다. 옥 전 치안감은 1993년 이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인사다. 이씨는 동향 출신임을 이용해 전씨 등과 인연을 맺었고 경찰 간부들의 스폰서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골프장 개장과 함께 경영권은 이씨에게 넘어갔다. 이씨는 지인의 명의신탁 주식을 이용해 기흥골프장 지분 3분의 2를 획득했다. 기흥골프장은 1991년 2차 회원권이 ‘50장’만 팔리면서 부도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이씨의 지인 남택범씨는 경우회에 20억 원을 내는 조건으로 삼남개발 지분 3분의 1을 획득했다.
남씨는 검찰 수사가 진행된 1993년 “도장만 빌려줬을 뿐 자본금은 낸 적이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이씨의 차명주주라는 사실을 밝혔다. 당시 남씨가 경우회에 지급한 20억 원도 이씨 명의로 된 수탁어음이었다. 부도위기도 이씨가 경영권 획득을 위해 기획한 사건이라는 의혹이 짙다. 2차 회원권을 시가보다 높은 4천2백만 원에 책정한 과정에 이씨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가 착수된 1993년에 ‘기흥컨트리클럽 경영권 민간인 양도사건’으로 불린 사건이다.
이씨는 기흥골프장 건립 과정에서도 공사비를 횡령했다. 이씨는 하지도 않은 발파작업을 한 것처럼 속이는 등의 방법을 써 공사비를 160억 원 수준으로 과다책정했고 90억 원 정도를 횡령했다. 경우회 간부는 이씨로부터 뇌물을 받고 이씨의 지분 확보 등의 문제를 눈 감아줬다. 이씨는 1993년 이인섭 전 경찰청장에게 1천 여 만원을 준 뇌물공여죄 및 배임죄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받았다. 이 전 청장에겐 특정범죄가중처벌법(뇌물수수)이 적용돼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6천5백만 원이 선고됐다.
이씨의 기흥골프장 경영권은 2000년 후에도 유지됐다. 경우회와 이씨가 각각 지분 50%를 확보했으나 경우회가 1%를 우선주로 가지면서 이씨가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우선주는 의결권을 포기하는 대신 배당금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는 주식이다. 윤 대표는 “이것이 기흥골프장이 전두환 정부가 경우회에 준 특혜로 시작돼 이상달 일가가 경영권을 갖게 된 과정”이라고 말했다.
검·경 화이트리스트 수사 동시 진행… ‘자금 유착’ 의혹 규명에 귀추
검찰은 이번 고발과 관련해 경우회가 삼남개발 배당금 차등 지급을 용인하게 된 경위를 파악하는 데 수사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우회 전현직 간부들이 이씨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았다는 주장이 경우회 내부에서 제기됐다.
▲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어버이연합 등 불법자금지원 의혹규명 진상조사 TF 3차 회의’에서 백혜련 의원이 청와대와 어버인연합의 연결고리에 대한 자료를 들고 설명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유력 인물로는 구재태 전 경우회장이 꼽힌다. 피고발인에 포함된 구 전 회장은 치안정감이던 2001년 경찰 옷을 벗은 후 2006~2008년 삼남개발 사장을 지냈다. 사장 퇴직 후 2008년 19대 경우회장으로 선출돼 2017년까지 내리 3선을 역임했다.
구 전 회장은 현재 불법 관제 집회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중이다. 구 전 회장은 2014년 11월부터 2015년 3월까지 경우회 주최 집회에 동원된 어버이연합 회원에게 참가비 명목으로, 2015~2016년에는 ‘국회개혁 1천만명 서명운동’ 관련 비용으로 돈을 서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됐다.
이 사건은 서울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배당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도 경우회의 ‘화이트리스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와 특수3부는 지난 11일 경우회 사무실 및 자회사인 경안흥업, 구 전 회장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국가정보원으로부터 자금을 받고 관제 집회를 열거나 자체 자금으로 특정 보수 단체를 지원한 의혹과 관련된 수사다.
센터 또한 고발장에서 “경우회가 각종 집회와 광고, 극우단체 지원 등 친정부 정치활동에 지난 1년 동안 무려 14억 원을 투입했다”며 구 전 회장에게 배임혐의를 적용했다. 센터는 보도기사를 근거로 경우회가 지난해 두 차례 열린 ‘종북세력 척결 국민대회’ 행사비로 2억 3천만원을 쓴 것, 세 차례 열린 역사교과서 국정화 찬성 집회에 4천만원을 지출하고 신문광고·홍보물 제작에도 3억원 가량을 썼다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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