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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빨갱이'까지 등장, 김경진 판사님 어쩌시렵니까

천사요정 2018. 8. 25. 10:03

[게릴라칼럼] 고영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 무죄 판결의 문제점


"나는 김정은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다. 우리는 '케미'(chemistry)가 좋다. 그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케미'는 좋다."

23일(현지시간) 공개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우호적' 관계를 강조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굉장한 성공이었던 김정은과의 만남처럼, 나는 대단한 일들을 할 것"이라고 말해 향후 2차 북미정상회담의 전망을 밝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김정은 칭찬'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북미회담장에서 "무한한 영광이다", "오늘 의심 없이 좋은 관계를 맺을 것"이란 '우호적' 표현을 썼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공개된 영국 데일리메일과의 인터뷰에서도 "김정은 위원장과 매우 잘 지내고 있다", "김 위원장은 매우 똑똑하며 재미있고, 억세면서 훌륭한 협상가"라고 평가한 바 있다.

자유세계의 리더인 미국의 대통령이 공산주의 국가 북한의 지도자에게 보낸 이례적이고도 지극히 '우호적'인 표현이자 평가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짐작했다시피, '우호적'이란 단어를 지속적으로 쓴 데는 다 이유가 있다. 23일 "문재인은 공산주의자라"고 지칭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1심 재판부의 '우호적' 판단 덕분이다. 그렇다면, "트럼프 대통령도 공산주의자냐"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그 판단 말이다.

고영주 '무죄' 판결, 논박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큰사진보기 허위사실을 주장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8.23
 허위사실을 주장해 문재인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장이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법원 청사를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8.8.23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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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11단독 김경진 판사는 고 전 이사장의 명예훼손 혐의 등에 대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은 북한 정권과 내통하는 사람을 지칭하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북한 정권에 우호적이고 유화 정책을 펴는 사람을 뜻한다"라며 "주체사상을 추종하는 의미를 내포한다고 볼 수는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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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김 판사는 "고 전 이사장이 제출한 서면 자료나 진술을 보더라도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라면서 고의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고 전 이사장은 2013년 1월 애국시민사회진영 신년하례회에 참석, 18대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문재인은 공산주의자고 이 사람이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2015년 9월 고 전 이사장을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고 전 이사장과 문 대통령은 영화 <변호인>을 통해 유명해진 '부림 사건'의 당사자들이기도 하다.

'의견'이 분분하다. 같은 날 JTBC <뉴스현장> 김종혁 앵커는 "이런 주장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하는 공론의 장에서 논박을 거치는 방식으로 평가돼야 한다"며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법원의 판단과 이후 불거진 논란을 이렇게 정리했다.

"예상대로 거친 논쟁이 오가고 있습니다. '선거로 뽑힌 대통령이 공산주의자면 국민이 빨갱이냐'라면서 반발했던 문 대통령 지지자들은 '색깔론에 면죄부를 준 판결이다'라고 분개합니다. 문 대통령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을 쥐니, 닭이니 조롱하더니 자기들은 뭐든 말해도 되고 남들은 안 되느냐'라고 반박합니다.

이 논쟁, 참으로 씁쓸합니다. 대한민국은 법 앞에서는 누구나 평등하고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벌을 받는 사회로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라고 해서 '인격살인'을 당해도 좋은 것은 아닐 겁니다. 전직이든 현직이든 내가 지지하든 안 하든,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국민의 품격'. 이런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헌데, 씁쓸함에서 끝날 논쟁이 아닌 듯 보인다. 공론의 장 차원에서의 논박보다는 법원의 판단 자체에 대한 반론이 적지 않다. 또 그 무죄 판결이 미칠 영향이 만만치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나 '공산주의자'와 다를 바 없는 '빨갱이'란 표현과 낙인이 한국현대사에서 어떤 지위를 누렸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따진다면 더더욱.

빨갱이 잡는 확신범과 무지한 판사

"처음부터 고영주 이사장한테 면죄부를 주기 위해서 일종의 어떤 프레임을 만들어 놓은 것 같은데요. 김경진 판사가 공산주의에 대해서 일단 연구한 흔적이 없어 보이고요. 더욱 중요한 것은 고영주라는 사람이 평생을 공안 검사로, 대검 공안기획관을 지낸 사람으로서 처벌을 위한 공산주의의 형식 논리에 대해서 가장 전문가에 해당하는 사람입니다.

그 사람이 공산주의자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은 그냥 흔하게 얘기하는 시장통에서 나올 수 있는 그런 얘기들이 아니고 아주 치밀하고 계획적이고 이것이 가져올 어떤 정치, 사회경제적인 효과까지도 고려한 발언이거든요. 그 부분에 대한 판사의 이해나 어떻게 이것이 일반 국민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고뇌한 흔적이 없어서 좀 창피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판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24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 이렇게 평했다. 앞서 박 의원은 판결이 나던 23일에도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공산주의자와 적화에 대한 김 판사의 무지몽매는 과연 이 사람이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적인 관심이나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라며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가지면 공산주의라는 대목에서 '이승복이 왜 죽었는지 아느냐'는 질문이 생각난다"며 날을 세우기도 했다.

김 판사가 과연 공산주의자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무죄 판결을 내렸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고영주 전 이사장이 어떤 의도로 문 대통령을 공산주의자라 낙인찍었는지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우선 고 전 이사장이 2015년 10월 6일 국회 방송통신위원회 종합감사 자리에서 한 발언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내가 공안업무를 전문으로 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민족민주주의가 이적이념인 걸 밝혀냈고, 한총련(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이 이적단체라는 걸 밝혀냈고, 전교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가 표방하는 참교육이 이적이념인 걸 밝혀냈고, 통진당(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임을 밝혀냈다. 다른 사람들이 아무도 모를 때 내가 그런 일을 해온 걸 참고해 달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은 과거 공산주의 활동을 하다가 전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변형된 공산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봤다."


고 전 이사장의 믿음이 '확신범'에 가까워 보이지 않는가. 이 자리에서 고 전 이사장은 또 "사법부, 검찰, 공무원, 새누리당 내에 '김일성 장학생'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가능성이 있다"며 "있을 수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며 확신을 내비쳤다.

이 뿐만이 아니다.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16년 11월, 방문진 정기 이사회 자리에서 그는 "집회 때 깃발 보니까 민주노총, 전교조에서 동원한 사람들이지 시민은 몇 명 없었다"며 촛불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비난을 자초했다.

무엇보다, 2014년 9월 대법원이 피해자 5명에 무죄를 확정한 부림사건에 대해서 "민주화 운동이 아닌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부림사건이 공산주의 운동이었고, 문재인 대통령이 사건 당시 변호사였기 때문에, 문 대통령 역시 공산주의자라는 논리다. 이게 다 과거지사냐고? 전혀 그렇지 않다. 

불과 한 달 전, 고영주가  말한 "문재인이 공산주의자인 이유"

"그때 저는 없는 얘기를 지어낸 게 아니라 1982년도에 부산지검 공안부 검사로 있을 때 실제로 겪었던 경험담을 얘기한 겁니다. 당시 한 피의자는 저에게 '지금은 우리가 검사님에게서 조사를 받고 있지만, 곧 공산주의 사회가 될 겁니다. 그러면 우리가 검사님을 심판하게 될 겁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했습니다. '부림사건'이 민주화 운동이 아니고 공산주의 운동이었다는 것을 저에게 일깨워준 것이죠."

불과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7일, <뉴데일리>와 인터뷰 한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을 공산주의 운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를 위와 같이 밝혔다. '부림사건' 피해자들이 33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은데 대해서는 그 판결의 의의를 인정하지 않는 듯 했다.

고 전 이사장은 "당시 '부림사건'을 '용공조작'이라고 한다면 1980년대 후반, 운동권 학생들이 급격히 좌경화에 빠진 점과, 오늘날 종북세력이 자리잡게 된 배경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며 "'부림사건' 같은 의식화 교육을 바탕으로 공산주의자들이 생겨났고 현재까지 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인터뷰에서 고 전 이사장은 부림사건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공산주의에 경도된 것으로 여기게 된 정황 증거들도 거론했다. 고 전 이사장은 "▲ 문 대통령이 오래 전부터 국가보안법 폐지를 주장해왔고 ▲ 한미연합사 해체를 전제로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추진해온 점 ▲ 미북평화협정 체결 등 사실상 주한 미군 철수 유도 활동을 한 점 ▲ 2012년 당시 연방제 통일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점"을 그 증거로 제시했다.

꽤나 나이브하지 않은가.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 있는 국가보안법의 논리, 민주화운동과 학생운동을 무조건적으로 '빨갱이'로 낙인찍던, 아직까지 '종북'이라 몰아 세우는 '공안'의 논리 그대로가 아닌가. 고영주 전 이사장이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했던 근거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림사건을 변호하면서 최초로 인권을 알고, 사회를 알고, 정치를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재심사건의 변호사였습니다. 자신들이 변호한 사건으로 사건 기록을 다 봤을텐데, 부림사건 관련자들의 생각을 몰랐겠습니까. 노무현 정권 당시 청와대 부산 인맥 상당수가 부림사건 관련자들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우리나라가 적화(赤化)되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등장한 '경제 빨갱이', '평화 빨갱이'란 표현

고 전 이사장에 대한 무죄 판결은, 의견이 분분할 수 있다. 법해석에 따라 의견도 갈릴 수 있다. 그러나 박범계 의원의 말마따나, "(무죄 판결이) 일반 국민들에게 어떻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고뇌한 흔적이 없어 보이는 것"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확신범에 가까운 고 전 이사장의 발언들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는지도 묻고 싶다.

특히 "악의적으로 모함하거나 인격적으로 모멸감을 주려는 의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대목에서는 김 판사가 평소 공산주의나 종북, 빨갱이와 같은 표현과 그로 인한 '낙인찍기'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고 전 이사장을 향한 '무죄' 판결로 인해 그러한 낙인찍기와 비난이, 조작이, 선동이 더 거세진다면 어쩔 텐가. 그런 반응은 벌써 등장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기 전까지만 해도, 저 역시 전쟁을 겪어보지 않은 세대이자 자유민주주의, 자유시장경제가 당연히 주어진 것으로 여겼던 여느 젊은 세대와 마찬가지로, '빨갱이' 라는 말을 누군가 사용하면 공감이 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시대착오적인 극소수자들의 생각일 거라 느꼈습니다.

그런데 지금, 문재인정부가 그동안 꼭꼭 숨겨왔던 좌파 속내를 마음껏 펼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아, 이런 게 빨갱이 같은 사고방식이고, 이런 빨갱이 같은 일들이 요즘 시대에도 가능했었구나'라는 탄식이 저절로 나옵니다."


고 전 이사장이 무죄 판결을 받았던 23일 오후, 6.13 총선에서 전 자유한국당 보궐선거 후보로 나섰다 낙선한 강연재 변호사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 중 일부다. 이 글에서 강 변호사는 문재인 정부의 통일, 경제 정책 등을 비판하며 '평화 빨갱이', '경제 빨갱이'란 원색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고 전 이사장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김 판사가 똑똑히 봐둬야 할 문장이요, 표현들이다. 고 전 이사장의 고의성(보다는 평소 신념에 가까워 보이기에)은 차치하더라도, 그 판결의 사회적 영향은 분명 더 숙고해야 하지 않았을까. 23일 검찰은 즉시 항소 의사를 밝혔다. 향후 사법부가 부디 현명하게 판단하기를. '사법농단' 사태로 인해 극에 달한 국민들의 불신에 기름을 붓지 않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http://star.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2466173&CMPT_CD=RPO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