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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 "종전선언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선언해도 되돌릴 수 있다며 미국 설득

천사요정 2018. 8. 31. 07:53

[경향신문]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29일(현지시간)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문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라고 말했다.

문 특보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애틀랜틱 카운슬과 국제교류재단(KF)이 공동 주최한 한·미 동맹 관련 비공개 세미나에 참석한 후 기자들가 만나 이같이 밝혔다. 북한이 요구하는 종전선언을 받아줄 경우 주한미군 철수 등 한·미 동맹에 균열을 야기할 수 있다는 워싱턴 조야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의도다.

문 특보는 ‘종전선언 4대 요소론’을 주창하며 종전선언이 주한미군과 한·미 동맹 해체 문제로 귀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전선언의 첫 번째 측면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째인 전쟁 상태를 ‘상징적인’ 차원에서 종식하자는 것이며, 둘째는 남북 및 북미 간 적대관계를 청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셋째는 법적 효력이 있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군사분계선(MDL)과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한 정전협정을 유지하고, 마지막으로 비핵화와 평화체계를 연계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미가 긴밀한 협의를 하면 해결책이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특보는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과의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은 상황에 따라 되돌릴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전쟁을 종식하기 위한 선언문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미군 철수를 요구할 수 있지만 미국뿐 아니라 한국도 그것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인간의 죽음을 제외하면 되돌릴 수 없는 것은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 첫번째 요소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9월 뉴욕 유엔총회에서 남북·미·중 4개국이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당초 6·12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남북·미 3개국 정상이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까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미는 현재 종전선언과 핵시설 리스트 제공 순서를 두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해 핵 시설 리스트는 제공하고 검증을 받는게 우선이란 입장이다. 보유 핵무기의 일정 부분을 먼저 폐기할 것도 요구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6·12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대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한·미 관계 수립이 우선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곧 한국전쟁 종전선언에 서명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은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지난 6월 1일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에도 같은 약속을 했다고 소식통들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평화협정이 논의됐느냐는 질문에 “오늘 우리가 서명한 것에는 많은 것들이 포함돼 있다”며 “서명 후 합의한 것들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정부는 그러나 정상회담 이후 종전선언에 서명하기 전에 북한이 먼저 핵무기 대부분을 폐기해야 한다고 요구하며 태도를 바꿨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북·미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왜 화가 났는지 이해가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선언 약속을 했는데 그 후 규칙을 바꾸고 조건부로 한다고 한 것을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고 간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조시 조긴은 지난 27일 “존 볼턴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 종전선언을 하는 데 반대했다”고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워싱턴|박영환 특파원 yhpark@kyunghyang.com

https://news.v.daum.net/v/2018083014140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