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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농단' 영장 90% 기각 검, 수사 장기전 태세 돌입

천사요정 2018. 9. 3. 01:44

[경향신문]

ㆍ법원행정처 관련 발부 전무
ㆍ검찰 “몇번이든 계속 청구”
ㆍ내년까지 수사 진행하기로

사법농단 의혹 수사를 두고 검찰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이 법원에서 잇따라 기각되면서 검찰 수사가 장기화하고 있다. 법원이 사실상 ‘수사 방해’를 한다는 비판이 이어진다. 우호적 여론을 등에 업은 검찰은 해를 넘기더라도 진상을 규명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이 사법농단 수사와 관련해 법원에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장소 기준)의 기각률은 이날 기준 90%(208건 중 185건 기각)에 육박한다. 의혹 진원지 법원행정처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은 50여건이 모두 기각됐다. 법원은 지난달 30일에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소송에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로 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전 대법관), 이모 전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 고용노동부 등에 대해 청구된 압수수색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법원은 “문건과 정보가 인멸될 가능성이 없다” “임의제출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댔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증거물 확보를 위해 이뤄지는 압수수색은 통상 영장발부율이 90%에 이른다.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때는 압수수색영장이 기각된 사례가 거의 없다. 검찰 관계자는 “사법농단 같은 사건은 더 심혈을 기울여 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고려하면 법원 판단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통상 청구 당일 결정되는 발부·기각 여부도 이번에는 하루 이틀 뒤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형사소송법이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는 수준이면 압수수색영장을 발부토록 하는데도 법원이 무죄를 예단해 기각한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검찰은 “철저히 진상을 밝히는 게 사법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라며 시한 없이 수사를 벌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법원이 몇 번 영장을 기각하든 계속 청구할 것”이라며 “국민을 이기는 사법부는 없다”고 했다. 검찰은 연말 수사를 마친다는 목표지만 필요하다면 내년까지도 진행하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영장 기각으로 기간이 길어질 뿐 진실규명에는 지장이 없다. 돌아갈 방법이 많이 있다”고 했다. 다른 검찰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 때도 ‘지겹다’는 여론이 있었지만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을 밝히면서 수사가 급진전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선에서 끝낼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재판을 두고 대법원과 청와대가 거래한 의혹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개입을 밝혀냈다. 사법농단 의혹에 관여한 판사 등 소환조사에서 ‘윗선’ 개입을 규명할 진술과 자진제출한 증거를 확보했다. 검찰은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에 개입한 혐의로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다시 소환할 방침이다.


정대연·유희곤 기자 hoan@kyunghyang.com


https://news.v.daum.net/v/20180902214731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