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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전 ‘성과’ 필요한 트럼프, 김정은과 워싱턴 회담?

천사요정 2018. 9. 11. 23:35
북-미 2차 회담 ‘3가지 변수’
장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워싱턴 유력
시점과 의제는 후속 협상에서 교착 국면
뚫어내는 진전 이뤄질지 여부에 달려
진전 있다면 11월 중간선거 전에도 가능할 듯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월12일 싱가포르에서 만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이 10일(현지시각) 북-미 2차 정상회담의 일정을 “조율 중”이라고 밝히면서, ‘장소’ ‘일시’ ‘의제’ 등 회담 성사를 위한 3대 조건이 어떻게 조정될지에 관심이 모인다.

이 가운데 가장 논란의 여지가 적은 것이 장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6·12 정상회담을 한 뒤 2차 회담을 미국 백악관에서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 6·12 공동성명에 서명한 뒤 ‘김정은 위원장을 백악관으로 초청하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분명히 그럴 것”(Absolutely, I will)이라고 답했다.

1차 회담 땐 70년간 대립해온 두 나라 정상이 얼굴을 마주하는 첫 회담이라는 역사적 중요성 탓에 평양과 판문점 등이 주요 후보지로 검토됐지만, 결국 양쪽 모두에 ‘중립 지역’인 싱가포르가 낙점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평양행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지만, 지나친 북-미 접근에 대한 미국 주류의 거부 반응을 생각할 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봐야 한다. 샌더스 대변인은 2차 회담 장소에 대한 질문엔 “더 구체적인 사실을 알게 되면 알려주겠다”고 말하는 데 그쳤다.


두번째 쟁점인 ‘일시’와 세번째 쟁점인 ‘의제’는 밀접히 맞물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2차 정상회담의 실현 가능성을 꾸준히 언급해왔지만 시기에 대해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보자”며 구체적 답변을 피해왔다. 그러나 하반기 미국의 정치 일정을 생각해보면 중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 승리를 위해 지난 2년 동안 이뤄놓은 주요 업적을 과시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이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대북 외교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여러 유세와 기자회견 자리에서 자신과 김 위원장 사이에 신뢰가 형성돼 있고, 북한이 한국전쟁 때 숨진 미군 유해를 반환했으며, 북한이 올해 들어 핵·미사일 도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주요 치적으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2차 회담에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의 항구적이고 공고한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등 1차 회담의 약속과 선언을 구체화하는 성과를 내놓아야 한다. 결국 2차 회담의 성사 여부와 성패를 결정할 핵심 변수는 ‘의제’라고 할 수밖에 없다.

샌더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2차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하는 직접적인 이유로 김 위원장이 보내온 “대단히 따뜻하고, 대단히 긍정적인” 친서를 꼽았다. 그는 “친서의 주요 목적이 (트럼프) 대통령과 또 다른 만남(2차 정상회담)을 요청하고, 그 일정을 잡으려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김 위원장이 이밖에 △대화 계속에 대한 약속 △1차 정상회담 때 만든 진전을 위한 노력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약속을 확인했다고 공개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북-미 협상은 ‘북한 내 핵시설 신고’와 ‘종전선언’의 교환 순서와 방식을 둘러싸고 지루한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북한은 북-미의 신뢰 확보를 위해 종전선언을 우선시하는 데 견줘, 미국은 비핵화 조처의 첫발이자 가장 중요한 단계가 되는 핵시설 신고가 먼저라고 맞서고 있다.

결국, 앞으로 남은 주요 외교 일정인 18~20일 3차 남북 정상회담과 9월 말 뉴욕 한-미 정상회담, 이와 병행해서 진행될 북-미 후속 협의에서 현재 교착 국면을 뚫을 수 있는 ‘명확한 진전’이 이뤄질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10월께 2차 정상회담에 임할 가능성도 있다. 1차 회담 때 ‘회담 취소’ 소동 등을 거쳐 싱가포르가 회담 장소로 최종 낙점된 것은 5월25일이었다. 당시 북-미 실무팀은 19일 만에 실무 준비를 마치고 6월12일 회담을 성사시켰다.

그러나 교착 국면이 지속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 위험 부담을 져가며 회담을 서두를 이유가 없게 된다. 이 경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대북 외교 성과와 대화 의지를 강조해가며 중간선거를 넘긴 뒤, 좀 더 시간을 두고 회담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861579.html#csidx96f4a05322133949c1f393f35cf2d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