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지난 12월 5일부터 오는 3월 13일까지 총 8회에 걸쳐 박인규 프레시안 이사장의 '전쟁국가 미국' 강연을 마련했습니다. 이 강연에서는 세계 2차 대전 이후 미국이 추구해온 군사주의 노선이 현재 세계의 혼란과 부의 양극화, 그리고 민주주의의 후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살펴봅니다.
<프레시안>은 격주로 진행되는 강연을 정리해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아래는 지난 12월 5일 진행된 1회 강연을 보강한 내용입니다. 1회 강연은 아래 내용을 포함해 총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강연 소개 바로 가기)
<프레시안>은 격주로 진행되는 강연을 정리해 독자 여러분들께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아래는 지난 12월 5일 진행된 1회 강연을 보강한 내용입니다. 1회 강연은 아래 내용을 포함해 총 네 차례에 걸쳐 연재됩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 강연 소개 바로 가기)
[전쟁국가 미국·1강-①] 미국의 군사주의와 동아시아
세계가 크게 변화하고 있다.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부상하고 있다. 물론 패권이 교체된 것은 아니다. 미국은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이며 경제 대국이다. 중국이 군사력을 강화한다고 하지만 기껏해야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등 자국 주변에 대한 미국의 군사 패권을 견제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은 전 세계 어느 곳이든지 30분 내에 군사력을 투사할 수 있는 막강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경제 규모 역시 아직은 미국이 중국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쇠퇴는 분명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에너지 자원의 보고 대중동지역을 미국의 통제권 아래 두겠다는 네오콘의 야망은 백일몽임이 판명됐다. 2001년 아프간 침공 이래 18년째 '긴 전쟁(Long War)'을 벌이면서 이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6천5백만 명의 전쟁 난민이(2차 대전 이후 최대)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유럽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 정치의 극우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을 '혼돈의 제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2016년 정치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2차 대전 후 미국 지배 엘리트가 추구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더 이상 미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음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식 체제와 가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25일 자 <뉴욕타임스>는 "미 국민의 89%는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74%는 미국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84%는 의회가 하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 아랍의 민주화를 외치며 궐기했던(아랍의 봄) 중동지역의 청년들은 더 이상 미국식 체제를 자신들의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2차 대전 이후 경제, 군사, 정치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끌었던 미국의 패권(Hegemony)은 몰락했다. 헤게모니란 피지배자들의 자발적 동의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2003년 이후 미국의 세계 지배는 '동의 없는 지배' 즉 '일방적 강제'일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 지배는 지속 가능성이 없거나 대단히 희박하다.
반면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나아가 구매력 기준 GDP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차머스 존슨은 2000년 발간한 저서 <역풍(Blowback)>을 통해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쇠퇴는 분명하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은 미국 군사력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에너지 자원의 보고 대중동지역을 미국의 통제권 아래 두겠다는 네오콘의 야망은 백일몽임이 판명됐다. 2001년 아프간 침공 이래 18년째 '긴 전쟁(Long War)'을 벌이면서 이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전쟁의 끝은 보이지 않는다. 이 지역에서 발생한 6천5백만 명의 전쟁 난민이(2차 대전 이후 최대) 유럽으로 몰려들면서 유럽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유럽 정치의 극우화에도 한몫을 하고 있다.
오늘의 미국을 '혼돈의 제국'이라 부르는 이유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력의 한계를 드러냈다. 2016년 정치 아웃사이더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은 2차 대전 후 미국 지배 엘리트가 추구해온 자유주의적 국제질서를 더 이상 미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음을 보여준 일대 사건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미국식 체제와 가치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2011년 10월 25일 자 <뉴욕타임스>는 "미 국민의 89%는 정부가 올바른 일을 할 것이라고 믿지 않고, 74%는 미국이 그릇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84%는 의회가 하는 일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본다"고 보도했다. 이 무렵 아랍의 민주화를 외치며 궐기했던(아랍의 봄) 중동지역의 청년들은 더 이상 미국식 체제를 자신들의 이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2차 대전 이후 경제, 군사, 정치에서의 압도적 우위를 바탕으로 세계를 이끌었던 미국의 패권(Hegemony)은 몰락했다. 헤게모니란 피지배자들의 자발적 동의에 바탕을 둔다는 점에서 2003년 이후 미국의 세계 지배는 '동의 없는 지배' 즉 '일방적 강제'일 뿐이다. 따라서 미국의 세계 지배는 지속 가능성이 없거나 대단히 희박하다.
반면 중국은 2010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도약했다. 나아가 구매력 기준 GDP로는 이미 미국을 추월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학자 차머스 존슨은 2000년 발간한 저서 <역풍(Blowback)>을 통해 20세기 후반 세계에서 일어난 가장 중요한 변화는 동아시아의 경제적 부상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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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국가 미국·1강-②] 독립전쟁에서 남북전쟁까지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폴 케네디는 '미국은 태어날 때부터 제국이었다'고 말한다. 즉 "초기 정착민이 영국을 떠나 버지니아에 도착하고 서쪽으로 이주하던 시절부터 미국은 정복을 추구하는 제국이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건국 이후 미국이 안고 있는 근원적 모순을 지적한다. 미국인의 자유를 위해 아메리카 원주민과 흑인 노예 등 타자(他者)들을 정복해 온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이 살해됐다. 영국인이 처음 북미 대륙에 닿았을 지금의 미국 영토에는 약 1000만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1900년 그 숫자는 20만 명으로 줄어든다. 미국은 처음부터 전쟁과 살육으로 세워진 나라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라는 부분에서 크게 고민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는 당연히 흑인도 포함돼야 했지만 그랬다가는 미국 경제를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흑인 노예는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었다.
게다가 제퍼슨은 그 자신이 농장주로서 노예를 부렸으며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기까지 했다. 결국 흑인 노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백인들의 재산으로 규정됐다. 미국 독립선언문이 말하는 '사람'이란 결국 백인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19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경제발전은 흑인 노예의 희생에 의한 것이었다. 1800년대 초 미국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였다. 남북전쟁이 일어난 1860년대 백인 인구는 2700만, 흑인 노예는 400만 명 가량(약 13%) 됐다. 자유 신분의 흑인은 48만 8000명에 불과했다. 미국 북부에서 노예제도는 1804년 펜실베이니아주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영국은 1807년 폐지했다. 그러나 남부지역에서는 여전히 유지됐다.
노예제도는 1860년대 남북전쟁으로 폐지됐지만 흑인들의 실질적 참정권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60년대 민권운동에 의해 비로소 확보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의 자유, 미국의 노예제
미국이라는 나라가 세워지는 과정에서 수많은 원주민이 살해됐다. 영국인이 처음 북미 대륙에 닿았을 지금의 미국 영토에는 약 1000만 명의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1900년 그 숫자는 20만 명으로 줄어든다. 미국은 처음부터 전쟁과 살육으로 세워진 나라다.
미국 독립선언문은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것을 자명한 진리라고 생각한다. 즉,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 조물주는 몇 개의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하였으며, 그 권리 중에는 생명과 자유와 행복의 추구가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독립선언문을 작성한 토머스 제퍼슨은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났고"라는 부분에서 크게 고민했다고 한다. '모든 사람'에는 당연히 흑인도 포함돼야 했지만 그랬다가는 미국 경제를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흑인 노예는 미국 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었다.
게다가 제퍼슨은 그 자신이 농장주로서 노예를 부렸으며 흑인 노예와의 사이에 사생아를 낳기까지 했다. 결국 흑인 노예는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백인들의 재산으로 규정됐다. 미국 독립선언문이 말하는 '사람'이란 결국 백인만을 지칭하는 것이었다.
19세기 중반까지 미국의 경제발전은 흑인 노예의 희생에 의한 것이었다. 1800년대 초 미국의 흑인은 전체 인구의 20% 정도였다. 남북전쟁이 일어난 1860년대 백인 인구는 2700만, 흑인 노예는 400만 명 가량(약 13%) 됐다. 자유 신분의 흑인은 48만 8000명에 불과했다. 미국 북부에서 노예제도는 1804년 펜실베이니아주를 마지막으로 폐지됐다. 영국은 1807년 폐지했다. 그러나 남부지역에서는 여전히 유지됐다.
노예제도는 1860년대 남북전쟁으로 폐지됐지만 흑인들의 실질적 참정권은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1960년대 민권운동에 의해 비로소 확보됐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흑인들은 미국 사회에서 2등 시민으로 취급받고 있다.
미국의 자유, 미국의 노예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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