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행간] 오보 언론사 검찰출입 제한한다는 법무부
법무부는 30일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이란 훈령을 제정해 12월부터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훈령에 따르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오보를 낸 언론사는 검찰청 출입이 제한됩니다. 또 전문공보관을 제외한 검사나 수사관은 맡고 있는 형사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른바 검찰의 피의사실 유출을 막기 위한 방책입니다. <오보한 언론사는 검찰출입 제한한다는 법무부> 이 뉴스의 행간을 살펴보겠습니다.
1. 오보는 누가 정하나
오보란 무엇일까. 개념적으로 사실관계가 틀린 보도를 말하는데요. 이걸 어떻게 정의할지, 그리고 누가 판단할지의 문제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991년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벌어집니다.
3당합당으로 민자당이 만들어지면서 재야세력이 크게 반발했고 1991년 5월 김기설 당시 전국민족민주연합 사회부장이 서강대에서 분신자살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단체 총무부장 강기훈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써줬다는, 즉 분신자살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혐의를 받게 됐습니다.
자살방조죄로 기소된 강씨는 1992년 7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형을 받게 됩니다.
학생운동권은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감옥에 다녀온 강씨는 국과수가 필적을 허위로 감정했다고 주장했고 2009년 재심을 청구했으며 2012년 대법원이 재심을 결정했습니다.
2014년 고법에서 강기훈씨는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5년 대법이 검찰의 상고를 기각한 뒤 무죄가 최종확정됐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1991년 이후 대법 재심까지 24년이 걸렸습니다. 당시 이 사건을 담당한 사람은 김기춘 검사였고, 후에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 됩니다. 이 경우 2015년 이전까지 24년동안 언론이 강기훈씨를 무죄라고 보도하면 오보였습니다.
다른 예를 들겠습니다.
최순실게이트가 터지기 직전 박근혜 정권때 소위 정윤회 문건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고 당시 문건을 작성했던 박관천 경정은 “최고 실제는 최순실”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이 문건에 대해 많은 언론이 보도를 했는데 당시 수사했던 검찰은 이 문건과 관련해서는 다 오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1년여 만에 대부분 사실로 밝혀졌고 박근혜 탄핵으로 이어졌습니다.
조국 사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관련해 오보도 있었지만 사실보도도 많았습니다.
지난 8월 법무부 인사가 참여한 청문회준비단은 정경심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 총괄대표가 조국 전 장관의 5촌조카 조범동이라는 언론보도에 대해 "실제로 회사 경영에 참여했던 것은 아니다"며 오보라는 식으로 주장을 했지만 결국 사실로 밝혀졌고, 조범동씨는 구속되어 현재 수감중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법무부 훈령은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낳을 수 있습니다.
현 정부는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강기훈 사건이나 최순실게이트 같은 건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사회시스템은 그런 선의에만 기댈 수는 없습니다.
앞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을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현재 시스템으로는 법무부나 검찰이 오보라고 하면 오보로 규정되는 겁니다. 만
약 이게 오보가 아닌 것으로 밝혀진다면, 오보라 규정한 법무부나, 검찰의 책임있는 관계자도 합당한 징계, 예를 들면 직위해제, 정직, 감봉으로 책임을 져야 무리한 오보 적용을 막을 수 있습니다.
2. 피의사실 유출과 보도의 차이
법무부 훈령의 제목은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입니다.
공개금지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는데요.
여기서 공개의 주체는 수사기관입니다.
따라서 수사기관, 즉 피의사실을 유출한 검찰에 대한 징계가 주가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법무부는 유출이 아닌 보도한 언론에 대한 징계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국민들뿐 아니라 소위 전문가들도 혼용해서 쓰고 있는 개념이 바로 피의사실 공표인데요.
이는 유출과 보도 두가지로 나뉩니다.
둘은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피의사실 유출의 주체는 수사기관, 피의사실 보도의 주체는 보통 언론입니다.
그러면 어떤 것이 더 문제일까요.
2019년 3월 22일 밤에 한겨레는 성접대를 받은 것으로 의심받았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검찰수사를 피하기 위해 한밤중 태국으로 출국하려다가 법무부로부터 긴급출국금지를 당했다는 보도를 냅니다.
전형적인 피의사실 공표입니다.
한겨레는 법무부나 검찰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보도를 했을 겁니다.
민주당에서는 이와 관련해 성명까지 낸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를 보도한 한겨레를 징계하는 것이 마땅한지, 아니면 김학의 출국금지사실을 확인해 준 법무부 관계자를 징계해야 할까요.
둘다 징계하는 것은 맞지 않지만 굳이 해야한다면 사실을 확인해 준 법무부 관계자를 징계해야 합니다.
개인적 기준으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유명한 피의사실 유출은 1987년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입니다.
당시 대검 공안 4과정이었던 이홍규 검사가 중앙일보 법조팀 신성호 기자에게
“경찰 이러다 큰 일 나겠어. 그 친구 대학생이라지? 서울대생이라며”라고
슬쩍 흘려서 박종철 사건이 언론에 보도가 됐고, 결국 87년 민주화항쟁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피의사실을 유출한 이 검사 혹은 이를 보도한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징계해야 마땅한 건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피의사실 공표 문제는 언론을 징계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3. 정부주도 언론개혁의 신호탄
정치권의 분위기를 보면, 정부여당은 검찰개혁과 더불어 언론개혁을 문재인 정부의 사회적 아젠다로 삼겠다는 신호가 보입니다.
참여정부가 떠오를 수밖에 없는데요.
2007년 참여정부는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을 발표했고, 이후 언론과 상당기간 갈등관계에 있었습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재인 현 대통령입니다.
취재지원선진화방안은 그 방향성은 분명 맞았지만, 정부가 언론을 적폐로 규정하고 기자실 통폐합을 밀어붙이면서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당시 선진화방안은 기자실을 개방형 브리핑룸으로 바꾸는 것과 더불어 기자들과 공무원들이 만나는 것을 제한하고, 공보관실로 창구를 단일화하는 것을 골자로 했습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기자실에 죽치고 앉아서 담합을 한다”고 말해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언론도 문제가 있고, 개혁이 필요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언론은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입니다.
언론의 역사 자체가 표현의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와 궤를 같이합니다.
한 나라의 인권 수준은 언론의 자유 수준과 거의 일치합니다.
즉 언론이라는 시스템은 자유를 제도화한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은 상당한 공익성을 요구받지만, 대부분의 언론은 시장원리에 따라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런 모순과 긴장이 언론개혁이라는 것을 상당히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언론개혁은 분명 필요한데, 그 접근 방식엔 물음표가 붙습니다.
최근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최근 국감에서 1면에 오보에 대한 정정보도를 내는 것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방통위 업무도 아닐뿐더러, 이런 식으로 언론개혁이 달성될지 의문입니다.
과도하게 상업화되어 시장원리에 좌우되는 언론을 어떻게 공공의 영역으로 끌어올릴지가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http://www.newstof.com/news/articleView.html?idxno=2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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