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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김학의 무죄'를 만들었다

천사요정 2019. 11. 23. 01:01

검찰, 2013·2015년 김학의 전 차관에 무혐의·불기소... 2019년엔 반쪽 기소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결국 정의는 실현되지 못했다. 정의를 실현해야 할 검찰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지난 6년의 시간 탓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22일 오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관련 기사 : '성관계 제공' 인정했지만... 무죄 김학의 '미소'). 재판부는 김 전 차관이 여러 사람으로부터 돈이나 성관계를 가질 수 있는 기회 등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김 전 차관은 2006년~2008년 건설업자 윤중천씨로부터  3100만 원 상당의 현금, 수표, 그림, 코트 등을 받았다. 13회에 걸쳐 성접대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한 2000~2009년 사업가 최아무개씨부터도 4785만 원의 돈·상품권, 2000~2007년 저축은행 회장 김아무개씨로부터 9500만 원의 돈을 받은 사실이 인정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뇌물인지 판단조차 하지 않았다.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뇌물수수)의 공소시효는 10년이다. 

김 전 차관은 윤씨, 최씨, 김씨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았다. 공소시효는 지나지 않았지만, 재판부는 직무관련성이나 대가성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뇌물로 보지 않았다. 결국 증거부족과 공소시효 완성에 걸리지 않은 부분은 없었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이유다.

김 전 차관의 혐의 상당 부분이 공소시효라는 벽에 가로막힌 것을 감안하면, 검찰이 2013년 성접대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부터 적극적으로 수사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이 '무죄를 만들었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2013년] 검찰, 김학의 전 차관 무혐의 처분 

박근혜 대통령은 2013년 3월 13일 새 정부 출범 후 첫 차관 인사를 단행했다. 황교안 법무부장관과 호흡을 맞출 차관으로 엘리트 검사인 김학의 당시 대전고등검찰청장을 선택했다. 이틀 뒤 김학의 차관이 취임했다.

영광은 일주일도 못 갔다. 경찰이 김학의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김 차관으로 보이는 사람의 성관계 모습이 담긴 이른바 '별장 동영상'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김 차관은 취임 엿새만인 21일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며 사표를 냈다.

이후 본격적인 경찰 수사가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이 김 전 장관에 대한 체포영장을 검찰에 신청했지만 검찰이 이를 반려해 논란이 일었다. 경찰은 그해 7월 김 전 차관을 특수강간 혐의에 대한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보냈지만, 그해 11월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검찰은 피해 여성들의 진술이 번복되는 등 일관성이 없고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진술 외에는 다른 증거가 없는 점 등을 그 이유로 제시했다.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이 터져 나왔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3억원대 뇌물 혐의, 성접대 혐의와 관련해 1심 무죄를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되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2015년] 검찰, 김 전 차관 불기소 처분 

2014년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다시 수사할 기회를 얻었다. 그해 7월 스스로를 '별장 동영상' 속 피해여성이라고 주장한 이아무개씨가 김 전 차관과 윤중천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듬해 검찰은 김 전 차관에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9년] 검찰, 김 전 차관 반쪽 기소 

검찰이 김 전 차관 사건을 덮었다는 의혹은 계속 남았다. 2017년 정권이 바뀐 뒤 김 전 차관 사건은 법무부 소속 검찰과거사위원회 조사대상이 됐다. 2019년 김학의 전 차관이 변장을 하고 해외로 출국하려다 제지 당하는 일이 발생해, 여론은 험악해졌다.

김 전 차관은 인천국제공항에서 3월 23일 0시 20분 태국 방콕으로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구입했다. 그가 비행기에 탑승하기 직전, 출입국 당국이 그의 출국 시도를 법무부에 보고해 긴급 출국 금지가 내려졌다. 김 전 차관이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공항으로 빠져나가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며칠 뒤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재수사를 권고했고, 그 직후 문무일 검찰 총장은 대규모 수사단을 출범시켰다. 5월 검찰 수사단은 뇌물혐의로 김 전 차관 구속영장 발부를 법원에 청구했고, 법원은 "주요 범죄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이나 도망염려 등과 같은 구속 사유 역시 인정된다"면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검찰 수사단은 6월 김 전 차관을 성접대를 포함한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차관은 성접대 의혹을 받은 지 6년여 만에 법정에 서게 됐다.

하지만 '반쪽 기소'라는 비판도 일었다. 성폭력 혐의가 빠진 탓이다. 수사단은 '별장 동영상' 속 남성이 김 전 차관임을 확인했다. 다만 김 전 차관과 피해자의 성관계 배경에 윤중천씨 강요가 있었다는 사실을 김 전 차관이 몰랐다는 이유 등을 들어 성폭력 혐의는 빠졌다.

검찰 수사단은 또한 검찰의 부실수사 의혹(직무유기)은 공소시효 완성으로 수사를 할 수 없었다고 했고, '박근혜 청와대'의 수사 외압 의혹도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김 전 차관은 일부 혐의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게 됐지만, 22일 그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곧 김 전 차관은 서울 동부구치소를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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