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자본·유동성 규제개혁안(바젤Ⅲ)'에 합의하자, 불확실성이 해소된 은행주가 14일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바젤위원회는 이번 합의를 통해 기본자기자본비율(TierI)을 4%에서 6%로, 보통주자본비율을 기존 2%에서 4.5%로 각각 상향 조정해 은행의 건전성 기준을 강화하기로 결정했다.
다시 풀어 읽는 경제기사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의 많은 은행들이 부실화되면서 세계 경제가 급속한 침체를 겪었습니다. 또한 이들 은행의 정상화를 위해 각국 정부는 엄청난 공적자금을 투입하였습니다. 이를 계기로 G20(주요 20개국) 정상들은 은행의 건전성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Basel Committee on Banking Supervision)에 대해 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1974년 독일의 헤르슈타트은행의 파산을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해지자 주요 10개국의 중앙은행 총재들이 국가별로 서로 다른 은행 감독 기준에 대한 국제적인 공조를 강화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입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에는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27개국 중앙은행 또는 금융 감독 당국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지난 1988년과 2004년 국제적인 은행 감독 기준인 바젤Ⅰ, 바젤Ⅱ를 발표한 이후 올해 9월에 이를 수정·보완한 바젤Ⅲ를 발표한 바 있습니다. 오늘은 이번에 발표된 바젤Ⅲ의 내용은 무엇이고, 도입시 우리나라 은행산업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적절한 신용 평가와 충분한 자본금 적립 필수
은행은 예금을 받아 이를 대출하는 과정에서의 예대금리차를 이용해 수익을 올리는 금융회사입니다. 즉, 예금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함으로써 이윤을 남기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출을 받은 개인이나 기업이 망하면 은행은 대출해준 돈을 떼이게 됩니다. 이로 인해 파산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에서도 경험했듯이 은행은 일반 제조업이나 다른 금융회사와 달리 경제의 구석구석에 자금을 제공하는 핏줄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은행이 망하면 경제 전체에 심각한 충격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느 나라든지 은행 감독 당국은 은행 경영이 항상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많은 건전성 규제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은행들이 대출금을 떼이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대출을 할 때 고객들이 원금과 이자를 갚을 능력이 충분히 있는지 고객의 신용을 잘 평가해야 합니다. 하지만 은행이 아무리 신용 평가를 잘한다 하더라도 대출해준 돈을 떼일 위험이 항상 있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에 대비해서 은행은 충분한 장사 밑천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은행의 장사 밑천의 근간이 되는 것이 바로 은행 자본금입니다. 이 때문에 감독 당국은 은행들이 대출금의 일정 부분을 설사 떼이더라도 미리 쌓아둔 자본금으로 이를 보전하도록 해서 망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제적 은행 감독 기준의 변천: 바젤I과 바젤Ⅱ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은행 감독 당국은 은행이 대출해준 자산의 부실화에 대비할 수 있는 자본금을 충분히 쌓도록 감독하고 있습니다. 자본금 적립과 관련해 처음으로 도입된 국제적인 규제 방안이 바로 1988년 7월에 제정된 바젤Ⅰ입니다.
이에 따르면 은행들은 대출자산의 신용 위험을 감안해 평가한 이른바 위험가중자산의 8% 이상을 자본금으로 쌓아야 합니다. 당시 바젤Ⅰ에는 10개 주요국이 참여해 1992년까지 8%의 최소자본금 규정을 준수하기로 합의하였으며, 우리나라는 1997년부터 이를 도입해 시행했습니다.
한편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2004년 6월 바젤Ⅰ의 취약점을 보완하여 새로운 형태의 감독 기준인 바젤Ⅱ를 제정했습니다. 바젤Ⅱ는 세 가지 요소(pillar)로 구성돼 있습니다. 우선 기존에 제시했던 8%의 최저자본금 규제는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둘째, 감독 당국이 최저자본금 규제를 점검하는 의무를 가지되 은행은 자체적으로 평가 모형을 구축하여 신용 위험을 평가할 수 있고, 감독 당국은 은행이 이를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감독하도록 했습니다. 셋째, 은행의 공시 의무를 강화하여 금융시장을 통한 시장 규율을 강화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많은 국가들은 2008년부터 바젤Ⅱ를 시행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발과 바젤Ⅲ의 도입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면서 리먼 브러더스를 비롯한 선진국의 세계적 금융회사들이 부실화되거나 도산했고 이로 인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마비되는 상황이 발생하였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여러 가지 점이 지적되고 있지만 그 중의 하나로서 기존의 바젤Ⅱ 은행 감독 기준에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점이 지적됐습니다.
이에 따라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기존의 감독 기준을 보완·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왔으며, 마침내 지난 9월 12일 새로운 은행 감독 기준인 바젤Ⅲ의 최종안을 발표하였습니다. 바젤Ⅲ는 11월 12일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승인을 거쳤으며 앞으로 각국에서 시행될 예정입니다. 바젤Ⅲ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이번 위기 과정에서 기존의 은행 자본금 규제가 질적, 양적으로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은행 자본금의 질을 높이고 최저자본금 기준을 대폭 상향 조정했습니다.
둘째, 바젤Ⅱ에는 없었던 유동성 규제를 새로 도입했습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보았듯이 일부 은행들은 자본금 규제를 충족하고도 자금이 일시에 빠져나가는 바람에 유동성 부족사태에 직면해 심각한 경영 위험에 빠졌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은행들이 일정 부분 이상의 자산을 국채 등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으로 보유하도록 한 것입니다.
셋째,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경험한 바와 같이 은행들이 과도한 차입으로 인해 쉽게 경영 위험에 처하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자본금에 비해 너무 많은 자산을 보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레버리지 규제를 새로이 도입하였습니다.
바젤Ⅲ 도입이 은행 경영에 미치는 영향
바젤Ⅲ 도입의 영향은 나라마다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행히 우리나라 은행들은 미국, 일본, 유럽의 은행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양질의 보통주 중심으로 자본이 구성돼 있고, 자본금 수준도 높은 상태여서 추가적으로 자본금을 쌓아야 하는 부담이 다른 나라 은행에 비해 작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반면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유동성 규제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국가에서 단기간 내에 충족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따라서 은행들은 유동성 비율을 준수하기 위해 가급적 유동성이 높은 자산으로 자산구조를 바꾸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쉽게 배우는 경제 tip… 위험가중자산
은행의 자산 중에서 가장 비중이 크고 중요한 부분은 기업과 개인에 대한 대출입니다. 그런데 대출을 받은 기업이나 개인의 신용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대출 건별로 떼일 가능성도 서로 다르기 마련입니다. 대출건별로 신용위험이 차이가 나는 것입니다. 같은 금액의 대출건이라도 신용위험이 높은 대출은 신용위험이 낮은 대출에 비해 은행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더 큰 위험을 갖는 셈입니다.
이렇게 개별 대출건마다 해당 신용위험이 높으면 더 큰 가중치를 부여해서 은행의 전체 자산을 평가한 것을 위험가중자산이라고 부릅니다. 은행의 최저자본금 규제는 해당 은행의 위험가중자산 대비 일정 퍼센트 이상으로 규정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