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하야 운동을 주도하는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회장은 청와대 앞 농성장과 광화문 광장뿐 아니라 전국을 돌아다니며 '구국기도회'를 열고 있습니다. 전국 방방곡곡 그가 매일같이 돌아다니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전광훈 헌금 운용 방안…"황교안 장로가 힌트 줬다"
전 목사의 설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입니다. 최근 황 대표가 단식에 돌입했을 때 가장 먼저 찾은 곳이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청와대 천막 농성장이었습니다. 또, 황 대표가 과거 변호사 시절 전 목사의 변호를 맡은 사실이 KBS 보도로 드러나며 둘의 인연이 새롭게 조명받기도 했습니다.
전 목사는 설교에서 황 대표의 단식 도중 만난 일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전 목사는 "황교안 대표를 도우려고 기도도 열심히 하는데 (황 대표가) 단식을 하니 당연히 한국교회 대표자로서 가야 된다"며 단식을 하는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다 보니 시간이 40분이나 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목사는 집회 때마다 걷는 헌금 운용에 대해서도 황 대표가 예전에 알려준 방법이라고 말했습니다. 전 목사는 "황교안 장로님이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변호사 할 때 가르쳐줬다"며 "애국운동하려면 돈 쓰는 것 조심해야 하니까 안전하게 운영하기 위해서는 '내가 내는 헌금은 전광훈 목사에게 위임하고, 그 결과에 대해 묻지 않는다'는 공증을 해놓으라고 힌트를 줬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전 목사는 자신이 대표목사로 있는 사랑제일교회 정관에 이를 바로 적용했습니다. 현재 청와대 앞 천막 농성장에 항상 놓여있는 헌금함에도 '전광훈 목사에게 모든 결정을 위임한다'는 글이 적혀있습니다.
전 목사는 황 대표에 대한 지지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자유한국당의 당직 개편에 대해 "황교안 장로가 결단을 내려 칼을 뽑았다"며 "다들 황교안 죽이려고 난리인데, 그런 당에서 황교안 장로 죽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돈이 靑 앞 텐트로 몰려들고 있다"…관리는 '사랑제일교회'가
전 목사가 설교에서 강조하는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헌금'입니다. 전 목사는 "자유 우파에서 돈을 마련하는 단체가 하나도 없다"며 "유일하게 우리가 광화문에서 헌금하는 것"이라고 자부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이어 "경찰들이 헌금하는 걸 불법이라고 계좌추적하는데, 정부 바뀌면 용서하지 않겠다"고 토로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겁먹지 말고 돈을 많이 보내주길 바란다"며 "만 원, 2만 원 지원금이 제게는 큰 힘이 되고, 반드시 대한민국을 세운다"고 호소했습니다.
현재 전 목사는 시민단체로부터 기부금품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된 상탭니다. 광화문 집회 등에서 예배 형식을 차용했을 뿐, 내용적으로 보면 분명 정치집회고, 이렇듯 종교행사가 아니라면 허가 없이 돈을 걷는 게 불법이라는 취지입니다. 그 증거로 집회 때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헌금을 내라고 한 발언 등을 꼬집습니다.
또, 전 목사 스스로 광화문 집회에 대해 '자유우파'라고 지칭하며, 애국운동이라고 말하는 이 활동을 종교 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됩니다. 개신교 시민단체인 평화나무 권지연 뉴스진실성검증센터장은 "지금 전광훈 목사가 하는 모든 행동은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정치활동"이라며 "자유한국당과 끈을 함께하면서 연대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건 종교활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하지만 전 목사는 이러한 지적에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입니다. 전 목사는 "전 세계의 돈이 청와대 앞 텐트로 몰려들고 있다"며 "전 세계에서 돈이 퍼부어지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전 목사 측은 '헌금' 운용의 불법성에 대해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취재진에게 밝혔습니다.
한기총 이은재 대변인은 "집회와 예배는 구분되어야 하는데 예배는 헌금을 하도록 돼 있다"며 "헌금은 공명정대하고 투명하게 사용된다. 집회를 계획하는 모든 분야에 쓰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청와대 집회 등에서 걷는 헌금 관리는 전 목사가 대표로 있는 사랑제일교회라고도 답했습니다. "연말에 결산 보고가 있는데 어떻게 집행이 됐는지 사랑제일교회가 한기총에 보고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당과 시민단체들은 전 목사에 대해 내란선동, 기부금품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집시법 위반, 공동폭행 교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종로경찰서는 이중 집시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 전 목사에게 출석을 4차례에 걸쳐 요구했지만, 전 목사는 모두 거부한 상태입니다.
전광훈 "우파연대 총선 200석 못 가지면 대한민국 해체"
정리해 보면, 전광훈 목사의 설교는 내년 4.15 총선으로 귀결됩니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자유우파연대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 목사는 "내년 4월 15일 자유우파정당이 3분의 2, 즉 300석 중에 200석을 가지면 대한민국이 산다"며 "자유한국당 중심으로 한 우파정당이 100석을 하면 국가해체, 대한민국은 그날로부터 장례식"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전 목사는 설교 때마다 마치 정치평론가인 듯, 지역별 표심까지 하나하나 분석합니다. 전 목사는 "대구·경북 25석은 100% 우리 것이고, 부산 18석도 우리 쪽으로 다 돌아왔다"며 "울산은 6석 중에 2석은 힘들 것 같은데 1석은 우리가 잘 공작하면 찾아올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진단합니다.
그러면서 "경남과 창원에서 2석은 포기해야 되고, 강원도와 충청도는 60%가 우리 것"이라며 "문제는 수도권인데 122석 중 22석은 도저히 불가능한 지역이고, 나머지 100석 중 우리에게 돌아온 게 60석, 모든 운명은 이 나머지 40석에 따라 대한민국이 해체될 수도 있다"고 말합니다.
이런 발언에 대해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종교를 포함한 조직 내에서 선거운동을 해선 안 된다고 나와 있습니다.
전광훈 목사는 이미 2012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법원에서 벌금 400만 원을 선고받은 적 있습니다. KBS 자문변호사도 이에 대해 "종교적, 직업적 업무 수행을 하면서 조직 내에서 직무성 행위를 이용해서 그 구성원에게 선거운동을 한 경우에는 공직선거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전 목사의 '구국기도회' 활동에 대해 한기총 대변인 이은재 목사는 "지금 시국이 비상이라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활동하고 있는 것"이라며 "전 목사는 우파 전체에 있어 지도자로서의 역할, 우파가 총동원해서 4.15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치에 관심 없다"는 전광훈 목사, '킹메이커' 되려 하나?
지금도 전광훈 목사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예배 형식을 빌린 집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온갖 막말을 쏟아내며 하야를 촉구하고, 내년 4월 15일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자유우파연대가 승리해야 한다고 목회자와 시민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습니다.
취재진은 전 목사의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 질의했습니다. 이에 대해 한기총 이은재 대변인은 "전 목사는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다"면서도 '결국 킹메이커의 역할을 하겠다는 것 아닌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당연히 우파에서도 그런 움직임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라고 답했습니다.
겉으로는 '예배'와 '헌금'을 내세우고 있지만, 공공연히 '애국운동'을 자칭하는 전 목사의 정치 행보는 최소한 내년 4월 15일 총선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세중 기자 (center@kbs.co.kr)
박찬 기자 (coldpark@kbs.co.kr)
양민철 기자 (manofsteel@kbs.co.kr)
https://news.v.daum.net/v/20191209070314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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