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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밀어준 전세대출..집값 올린 주범됐다

천사요정 2020. 1. 12. 00:36

[MT리포트-전세대출의 배신]주담대 LTV 낮추자 늘어난 전세대출...주택가격 상승 '부메랑'

[편집자주] 은행 전세대출은 공공기관인 주금공이나 HUG(주택도시보증공사), 예금보험공사 자회사인 서울보증보험 등 3곳의 전세보증이 있어야 있어야 받을 수 있다.


전세대출이 최근 몇 년 사이 급증하면서 결과적으로 전세가격 뿐 아니라 주택가격 상승을 부추겼다는 지적은 그동안 거듭 나왔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규제에 집중한 사이 전세대출이 부동산 시장에 풀려 새로운 ‘돈줄’이 됐다는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017년 8·2 대책, 2018년 9·13 대책, 2019년 12·16 대책 순으로 대출규제를 강화해 왔다. LTV(주택담보인정비율)를 60%에서 40%로 낮추고, 다주택자 주담대를 막았다. 이어 시가 15억원짜리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아예 금지했다. 부동산 가격을 잡으려는 게 1차 목표였고 가계부채 증가속도 억제는 덤으로 따라 왔다.

“더 나올 대출 규제가 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강력했지만 정부가 ‘손 보는데’ 극도로 신중한 가계대출도 있었다. 바로 전세대출이다.


전세대출은 무주택 세입자에게 주거안정의 버팀목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세계 어디에도 없는 전세제도가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은 전세대출을 해 준 은행 덕분만은 아니다. 정부가 공적보증을 통해 신용대출에 해당하는 전세대출을 ‘대놓고’ 지원했기 때문이다. 자기 돈이 부족하더라도 대출받아 전세집을 구하는 게 자연스러워졌다.

이로 인해 전세대출이 최근 몇 년 새 급증했다.

전세대출 잔액은 2013년 30조원에서 2015년 46조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는 110조원을 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4년 새 139%가 늘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이 2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정부가 밀어준 전세대출..집값 올린 주범됐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대출 잔액이 늘어난 효과도 없지 않지만 인구 구조상 갑자기 전세수요가 늘 수 없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2017년부터 늘어난 전세대출은 전세금을 낀 ‘갭 투자’ 요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당국과 금융권에서 보는 이유다. 전세대출이 주택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부연하면 정부가 2017년 LTV 규제를 강화해 주담대로 고가 주택을 사는 게 어려워지자 전세대출이 새로운 유동성 공급원이 된 것이다. 예컨대 시가 10억원 아파트를 담보로 주담대를 받으면 종전에는 대출액이 최대 6억원이었으나 규제 강화 후엔 4억원으로 줄었다. 그런데 전세대출을 받으면 이론상 4억8000만원까지 가능하다. 평균 전세가율 60%에 전세보증금의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가정한 수치다. 추가로 신용대출까지 받는다면 레버리지(지렛대) 효과는 더 커진다. LTV를 강화하기 시작한 2017년 월평균 1조원씩 늘어난 전세대출은 2018년 2조2000억원, 2019년 2조5000원씩 불었다.

전세대출을 받으려면 보증서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서민 실수요자 지원 목적의 전세보증 문턱을 크게 높이지 않았다. 전세대출을 받기 쉬워질수록 집 주인은 전세가격을 올릴 유인이 커진다.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절반을 차지하다 보니 어렵지 않게 집값도 올릴 수 있다. 전세보증금을 승계한 주택 매매 비중은 서울지역은 50.1%고 특히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63.5%에 달한다.

정부도 심각하게 보고 있다. 12·16 부동산 대책에 ‘시가 9억원 이상 1주택자 전세대출을 즉시 회수’하기로 한 것은 부동산 가격을 부추긴 주범이 전세대출이라는 점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다. 특히 서울보증에 1주택자 주택가격 상한을 첫 적용한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전세대출은 서민의 주거안정 측면에서 그동안 큰 역할을 해 왔다”며 “일부 갭투자로 악용된 사례에 대해 최근 규제가 나온 만큼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이 단기 급증했지만 당장 부실화 위험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 반전하면 집을 내다 팔더라도 전세보증금을 못 돌려주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일부 지방에서는 주택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인 전세가율 하락세가 시작됐다. 지난해 말 기준 주택금융공사의 전세보증 건수는 62만9924건으로 이 중에서 서울을 제외한 비중이 32%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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