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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왜 상속세를 없앴을까?

천사요정 2020. 1. 28. 04:35

[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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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가 20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면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사진부 기자 photo@


스웨덴은 강력한 조세제도와 이를 통한 보편적 복지제도를 실시하는 모범적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또 OECD 국가들 중에서도 소득과 부의 분배가 비교적 평등하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런 스웨덴에서 2004년 의회의 만장일치로 상속세와 증여세를 없앴다는 것은 다소 의외로 여겨질 수 있는데, 그 과정과 이유를 살펴 보면 수긍이 간다.

상속세를 폐지하기 전 스웨덴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70%에 이르렀다.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3~0.5%에 불과하였지만 상속을 통하여 부의 세습과 집중에 따른 폐해를 막아야 한다는 이념에 기초하여 고율에 의한 상속세 제도가 시행되었다. 고율에 의한 상속세 부과를 통하여 부의 세습과 집중의 완화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거둔 것은 분명하지만 부정적 효과 역시 피할 수 없었다. 대표적인 것이 애스트라의 상속 사례이다.

1984년 스웨덴의 제약회사인 애스트라 설립자의 부인이 사망함에 따라 자녀들이 재산을 상속하게 되었는데, 상속재산의 대부분은 회사 주식이었다. 상속인들은 최고세율 70%에 따라 산정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하여 상속한 회사 주식을 매각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회사의 다른 주주들은 상속인들의 주식 대량 매도에 따라 주가가 하락할 것을 우려하여 그 전에 자신의 주식을 매각하려 하였고, 그 과정에서 주가가 폭락하였다. 결국 상속인들이 상속한 회사 주식의 매각대금이 상속세액에도 미치지 못하여 상속인들이 아무 것도 상속받지 못하는 결과가 초래되고 말았다. 

이러한 사태는 스웨덴의 다른 기업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세계적인 가구회사인 ‘IKEA’, 우유팩을 발명하여 유명한 ‘Tetra Pak‘의 설립자 등 많은 스웨덴 기업가들이 애스트라와 같은 사태를 겪지 않기 위하여 스웨덴을 떠난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고율에 의한 상속세 부과는 스웨덴 중산층에도 부담을 안겼다. 스웨덴 중산층은 주택을 보유한 상태에서 연금으로 노년을 보내는 경우가 많은데, 사망으로 주택이 상속되는 경우 상속인들이 고율에 의한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서는 대부분 주택을 처분해야만 했던 것이다.  

많은 기업 또는 기업가들이 스웨덴을 떠나고 중산층에게도 과도한 부담을 지운다는 문제 제기가 지속되었고, 2004년 드디어 의회의 만장일치로 상속세가 폐지되었다. 상속세 폐지 이후 스웨덴을 떠났던 기업과 기업가들이 스웨덴으로 복귀하였다.  

이러한 스웨덴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제도는 상속세를 폐지하기 전의 스웨덴과 유사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OECD 35개 회원국 중 11개국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는다는 점을 차치하고라도, 우리나라의 상속세율은 상속세를 부과하는 회원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번째로 높다. 

최대주주 주식에 대한 할증까지 더해지면 최고세율은 실질적으로 65%에 이르기 때문에 사실상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속세 폐지 전의 스웨덴의 상속세율에 근접한다. 우리나라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1% 남짓에 불과하고, 전체 상속 건 중 상속세가 부과되는 비중도 2% 남짓에 불과하다. 독일, 일본 등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장수하는 기업이 희소한데, 고율에 의한 상속세의 부담이 주요한 원인 중 하나라고 평가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사정에 상속세를 폐지하는 세계적인 추세까지 고려할 때, 우리나라도 스웨덴처럼 상속세를 폐지하거나 적어도 세율을 낮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상속세 폐지가 간단하게 결정될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상속세의 폐지 또는 완화를 반대하는 주장 역시 만만치 않다. 부의 영원한 세습과 지나친 집중 방지는 우리 헌법에서 채택한 기본 가치이고, 상속세는 이 가치를 실현하는 적합한 제도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해외의 한 연구소가 2016년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10억 달러 이상을 가진 부자들 중 상속 부자 비중은 74.1%로 28.9%인 미국보다 많이 높다. 즉, 우리나라는 부의 세습과 집중이 매우 높은 수준인 셈이다. ‘금수저’라는 말이 유행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로 인한 일반 국민들의 건전한 근로의식의 저하, 경제활동의 위축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상속세의 폐지, 완화냐 아니면 유지, 강화냐의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논쟁이 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대통령에 따라 상속세 폐지와 부활이 반복되고 있고, 스웨덴의 경우에도 현재 상속세를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과 논의가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율에 의한 상속세 제도를 유지하면서도 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가업승계 제도 등을 도입, 시행하고 있다. 상속세 폐지와 유지 사이에서 더 나은 방안이나 묘안이 있을지, 국민들 대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점은 어디일지 고민해 볼 일이다.  

박정수 변호사
박정수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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