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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천·아산 주민들보다 못한 조선일보, 부끄러운 줄 알라

천사요정 2020. 2. 1. 19:30
“교민들을 못 받겠다는 농성에 참여하면서 한시도 마음이 편치 않았어요. 타국에서 공포에 떨다 돌아온 우리 국민을 어떻게 외면합니까 … 이번에도 시민의 힘이 사태를 해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우한 교민 격리수용 장소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정부는 오락가락하며 혼란을 키웠지만, 시민들은 성숙한 자제력으로 스스로 혼란을 잠재웠다.”

오늘(1일) 한국일보 1면에 실린 기사 <배척만 하기엔… 시민들 ‘우한 교민 포용’ 빛났다> 가운데 일부입니다. ‘우한 교민들 격리 수용’ 조치를 받아들인 진천·아산 주민들의 시민 정신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 <이미지 출처=한국일보 온라인판 캡처>


진천·아산 주민들의 ‘격리 수용’ 분노 … 누가 촉발시켰나

한국일보 외에도 일부 언론이 이 같은 내용의 기사를 지면에 배치했습니다. 그런데 이들 언론이 ‘제대로 말하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진천·아산 주민들의 반대와 분노를 촉발 시킨 건 다름 아닌 ‘언론’이었다는 점입니다.

저는 <한국당과 조선일보의 선 넘은 ‘코로나’ 정치공세>에서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습니다. 공공의료시설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실’에서 전염병 의심환자의 격리수용 문제는 필연적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언론이라면 오히려 ‘이런 문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했고,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이해하지만 그렇다면 ‘우한 교민들’을 어느 곳에,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 언론도 이 문제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그런 태도를 보였나요?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조선일보는 진천·아산 주민들의 분노를 부추기는 보도를 이어가면서 갈등과 논란을 확산시키는 데 상당한 역할을 했다고 봅니다.

대표적인 게 지난달 30일 조선일보 6면에 실린 <천안은 지역구 3곳 모두 여당… 한국당 “야당지역 골라 바꾼 것 아니냐”>라는 기사입니다.



▲ <이미지 출처=조선일보 온라인판 캡처>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정부가 여당 지역구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야당 지역으로 바꾼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문제의 발언을 그대로 중계보도했습니다.

총선을 고려해 현재 여당 지역구인 천안보다는 야당 지역구인 아산과 진천으로 바꾸었다는 얘기인데, 근거는 한국당 의원의 주장이 전부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병 문제에서도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야당을 비판해도 모자랄 판에 조선일보는 이들 의원들의 근거 없는 주장을 ‘대서특필’ 했습니다.

더구나 같은 날(1월30일) 사설 <‘격리 시설’ 與 지역서 野 지역으로 변경, 왜 일을 키우나>에서 “천안의 국회의원 세 명은 모두 여당 소속이다. 아산과 진천 시설은 야당 의원 지역구다. 아산과 진천 주민들 입장에서 이를 흔쾌히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까지 했습니다.

기성 언론이 주민들 갈등과 분노 확산시킬 때 해당 지역 주민들은 달랐다

조선일보가 이렇게 진천·아산 주민들의 분노를 확산시키는 데 주력할 때 해당 지역 일부 주민들은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습니다.

지난달 30일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고통과 절망 속에서 많이 힘드셨죠. 아산에서 편안히 쉬었다 가십시오”라고 적은 스케치북을 찍은 사진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이 같은 움직임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우한 교민 환영 운동’으로 확산이 됩니다. 아산·진천 주민들은 ‘#우한교민환영합니다’ ‘#we_are_asan’ ‘#아산시민은환영합니다’ 등 해시태그를 붙이며 우한 교민들에 대해 연대와 환영의 뜻을 나타냈습니다.




▲ <이미지 출처=페이스북>

조선일보는 아산·진천 주민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주목하지 않은 채 어제(1월31일)도 “야권에선 격리 시설 변경이 공교롭게도 여당 의원들 지역구인 천안에서 야당 의원 지역구인 아산·진천으로 변경된 점을 들어 ‘정부·여당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결정을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결국 어떻게 됐나요? 아산·진천 주민들은 ‘우한 교민들’을 수용하기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저는 반대 집회에 참여한 주민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 분들도 집회에 참여하면서도 마음이 불편했을 거라 믿습니다. 그런 ‘마음의 불편함’과 아산·진천 지역 주민들의 ‘환영 운동 분위기’가 겹치면서 결국 수용하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을 거라고 봅니다.

특히 진천 주민들은 교민들이 도착하기 전에 수용 반대 펼침막을 자진 철거하고 집회 장소 등을 정리했다고 합니다. 대신 “우한 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펼침막을 게시했습니다.

조선일보에 실린 아산·진천 주민들의 ‘환영 움직임’ 기사…어이가 없다

일각에선 정부 공식 발표 이전 “천안 지역” 최초 언급한 중앙일보가 더 문제라고 비판하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이 대목에선 생각이 다릅니다. 물론 보도하는 데 있어 좀 더 신중한 태도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천안 지역’이 언급된 것과 관련해선 ‘참고 자료’에 해당 지역을 언급한 정부 책임이 더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반대와 혼란이 불가피하다면 ‘해결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게 필요합니다. 이건 언론도 예외가 아닙니다. ‘우린 정부 비판만 하면 돼’라는 식의 자세는 언론의 무책임성만 노출할 뿐입니다.

누차 강조하지만 시민들은 점점 성숙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데 기성 언론은 여전히 ‘분노와 갈등’을 부추긴 다음 ‘그 이후는 나 몰라라’ 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저는 이 글에서 그 정도가 심했던 조선일보를 집중적으로 비판했지만 사실 상당수 기성 언론이 ‘이 같은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진천·아산 주민들의 분노와 갈등을 확산하는 데 가장 크게 일조했던 조선일보가 오늘(1일) 10면에서 <반대 현수막 떼고… ‘우한 교민도 우리 가족’ 응원 릴레이>라는 기사를 실었더군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진천·아산 주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 절반도 따라가지 못했던 조선일보는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사과부터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부끄러운 줄 알라는 얘기입니다.

민동기 미디어전문기자      


[출처: 고발뉴스닷컴]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9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