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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택 칼럼] ‘거짓과 배신의 100년’, 다시 언론개혁!

천사요정 2020. 2. 18. 00:53
1인시위 중인 조선투위·동아투위 원로들이 참회를 요구하지만 이들 지면엔 반성이 들어설 틈이 안 보인다. 명백한 ‘표 도둑질’인 위성정당도 ‘정당방위’로 옹호한다.

거짓말이 속수무책으로 용인되는 언론 지형이 섬뜩하다. 이들이 ‘주류 언론’으로 군림하는 한 한국 언론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지난해9월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 발족 회견 모습. 사진 미디어스
지난해9월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 발족 회견 모습. 사진 미디어스



봉준호 감독은 그 영화를 본 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했다.

<기생충>과 함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던 <부재의 기억>은 세월호 참사 현장 영상을 중심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다.

화면 속에서 구조대가 오기만 기다리는 학생들과, 구조보다 보고용 영상을 독촉해대는 청와대 관계자의 분위기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그래서 더 참담하다.


자막은 ‘대통령 박근혜는 오전 내내 침실에 있다가 오후 늦게야 나타났다’고 전한다.

헌법재판소 탄핵결정문에서 김이수·이진성 재판관은 ‘구조에 중요한 시기에 집무실에 나타나지 않은’ 대통령의 헌법상 성실의무 위반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대통령이 처음 보고받았을 때 세월호는 이미 90도 기울어 있었으니 희생자 수는 대통령의 대처와는 상관없다’며 황당한 논리로 최고책임자를 감싼 언론이 있었다.


세월호와 천안함의 유족 보상비를 비교하며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유족들을 돈의 노예로 모욕했다. 해경 책임을 줄이려는 청와대와 법무부에 발맞춰 ‘피로증’ 운운하며 진실을 덮으려 무던히도 애썼다.

6년이 돼가도록 참사 책임자들을 제대로 단죄하지 못한 데는 이들의 책임도 크다.


그랬던 언론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때는 태도를 180도 바꿨다.


사망자도 중증 환자도 없는데 대뜸 ‘방역참사’라며 정부를 공격하고 ‘유령도시’라며 공포를 조장했다.

귀국하는 우한 교민 수용장소가 바뀐 걸 두고 ‘시장이 여당이라…’ 운운하며 지역갈등을 부추겼다.

오죽하면 자사 독자권익보호위조차 ‘사실을 얘기하고 싶은 게 아니라 정치적 관점에서 보려고 했다’며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사안에서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지적했을까.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는 언론의 소명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일관성이라도 갖춰야 설득력을 갖는다.

보수언론들의 비뚤어진 행태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독재정권에 굴복·유착해 사세를 유지·확장하다 민주화로 언론자유가 보장되자 스스로 언론권력으로 군림하려 했다. 그러다 민주개혁 정권이 들어서 기득권이 흔들릴 때마다 거짓과 진실을 맘대로 뒤바꾸며 ‘공격 본능’을 드러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비난의 빈도와 강도는 더 세졌다.

일본의 수출규제 때는 먼저 보복한 아베를 편들며 우리 정부에 책임을 돌렸다.

‘문재인 정부가 부른 참사’ ‘삼류 정부’라고 조롱하다 ‘친일’ 비난을 자초했다.


결국 더 피해를 본 건 일본이었으니 ‘비판을 위한 비판’이란 말이 딱 맞다.

양극화 해소를 위한 분배정책을 ‘포퓰리즘’으로, 최소한의 노동권 보장을 ‘반기업’ 정책으로 매도하는 것도 이들의 프레임 조작이다.


동아투위·조선투위 등 57개 언론·시민단체가 꾸린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이 펴낸 <최악보도 100선>은 다음달 100주년을 맞는 이들의 과거사를 폭로한다.


제호 위에 일장기 올리고 일왕 부부 사진 대문짝만하게 실으며 충성 서약을 한 이래, 침략전쟁의 사지로 젊은이들을 내모는 등 민족을 ‘배신’했다.

해방 후엔 용공 조작과 편파왜곡의 ‘거짓’ 보도로 독재에 동조했다.

독재 치하에서 사세를 키워 언론시장에 기득권의 장벽을 쌓은 이들이 이제는 수구보수 정치권력·자본권력까지 끌어들여 그 ‘동맹’의 중심에 섰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이번엔 수구보수연합의 설계자이자 홍보맨으로 나섰다.


제1야당 대표의 험지 출마를 관철하고 보수통합을 밀어붙인다.


‘위성정당’ 논란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처음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제는 정당득표율에 따른 의석 배분으로 사표를 줄이는 등 지금보다는 나은 제도다.


자유한국당의 위성정당 꼼수는 남의 표를 빼앗는 명백한 ‘표 도둑질’이다.

모두가 눈 뜨고 도둑맞는 상황인데도 속수무책이다.

수구보수 언론은 선거법 쿠데타에 대한 ‘정당방위’란 궤변으로 도둑질을 옹호한다.

이런 거짓말이 용인되는 언론 지형이 섬뜩하다.


지난달 15일부터 매일 1인시위 중인 원로 언론인들이 참회를 요구하지만 ‘항일’ 미담 연재물이 넘쳐나는 조선·동아 지면엔 반성이 들어설 틈이 안 보인다. 시민행동은 곧 ‘최악보도 10선’씩을 뽑아 지역 전시회도 열 예정이다.


유튜브 확산과 ‘손석희 낙마’를 계기로 종편은 물론 언론 지형 자체가 더 보수로 기우는 분위기다. 이들이 ‘주류 언론’으로 군림하는 한 한국 언론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다시 언론개혁이 필요하다.


김이택 논설위원 riki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