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의 한계 30년 뒤의 평가’ 에서 제시된 미래 예측 그래프. 1972년 발간됐던 ‘성장의 한계’ 이후 결과를 추적해 2008년 나온 보고서다.

1968년 결성된 로마클럽(Club of Rome)은 전세계의 석학들과 기업가, 정치인 등 지도자들이 모여 인류, 자원, 환경 등 지구의 미래를 연구하는 비영리 연구 기관이다. 로마클럽은 1970년 6월부터 2년 동안 첫사업으로 ‘인류의 위기에 관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12개의 세계 모형(오염수준ㆍ인구성장ㆍ자원이용 등)을 바탕으로 100년 후의 미래를 예측했다. 연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2020년은 인류문명에 변화가 일어나는 정점이며, 2040~2050년쯤에는 인류가 멸망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에 핵심 역할을 한 것은 각종 데이터와 이론을 통합하기 위해 구축한 컴퓨터 모델 ‘월드3’이었다. 당시 로마클럽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의 연구진에게 해당 프로젝트를 의뢰했는데 컴퓨터 시스템 분야의 최고 권위자였던 제이 포레스터 교수가 컴퓨터 모형‘월드1’을 개발해 모델 기반을 닦고, 연구진 리더 데니스 메도우즈 교수가 ‘월드3’으로 결과를 도출해냈다.



연구팀은 당시 “현재와 같은 추세로 세계인구와 산업화, 오염, 식량생산, 자원 약탈이 지속된다면 지구는 앞으로 100년 안에 한계에 도달할 것이다. 아마 그때가 되면 인구와 산업 생산력이 가장 먼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급락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1972년 발간된 책이 바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다.


이 보고서에 대해 당시 뉴욕타임스는 “임의적 자료 조작에 따른 컴퓨터의 임의적 추측”이라고 지적하는 등 학계ㆍ언론계는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급속한 지구온난화 등으로 기상이변이 속출하는 최근 상황은, 결과적으로 당시 비판이 옳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2014년 ‘월드3’프로그램에 업데이트된 변수를 넣어 결과를 다시 계산한 호주 멜버른대 연구자인 그레엄 터너는 “결과 예측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며 “인류는 종말의 끝에 서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지난 8일 지구온난화에 따른 재난을 막기 위해 ‘지구평균온도 상승제한 노력을 위한 보고서’를 채택한 가운데 21세기 중반 지구가 종말될 것으로 예측한 이 보고서가 다시 주목 받고 있다.


지난 8월 호주 ABC방송은 1970년대 수행했던‘월드 모델’연구 영상을 공개했다.

환경전문매체인 머더네이처네트워크(MNN)은 “호주 ABC방송이 최근 1973년 방송된 이 프로그램의 예측결과를 다시 소개하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면서 “안타깝게도 50년 가까이 지났지만 이 프로그램의 예측이 지금도 들어맞는다”고 보도했다.


1973년 방송의 해설자는 “2020년쯤이면 지구의 상태가 매우 심각해진다. 만약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삶의 질은 ‘제로(Zero)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이 해설자는 이어 “오염이 심각해지면 많은 사람들이 사망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1900년보다 인구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2040~2050년쯤이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문명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시부터 문명파괴를 피하기 위한 전 인류적 노력이 필요했다는 사실을 환기시키고 있는 것이다.


전근휘 인턴기자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810121627769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