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ww.investchosun.com/2020/11/09/3255042
2019년 사업보고서 비적정 의견 받은 기업들
사업성 좋아도 우발채무 있으면 적정 어려워
회생절차서 우발 여부 확인하면 형식 요건 충족
결국은 계속 기업으로서 가치 있느냐가 중요
올해 감사의견 거절 결정을 받은 기업들이 상장을 유지하기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우발채무 문제가 있는 경우 실질심사를 넘기 어렵기 때문에 법원의 힘을 빌어 채권·채무 관계를 확인하기 위함이다. 이를 2020년 감사보고서에 반영하려면 연내 회생절차를 마무리해야 하기 때문에 자문사들도 분주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3월 한국거래소는 12월 결산 상장법인 중 감사인으로부터 사업보고서 비적정 의견을 받은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5개사, 코스닥 31개사 등 36곳이라고 밝혔다. 최근 상장폐지가 확정된 코오롱티슈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과 관계 있던 더블유에프엠 등이 의견 거절을 받았다.
비적정 감사의견을 받은 상장사는 다음해에도 비적정 의견을 받으면 기업심사위원회를 거쳐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기업 입장에선 상장을 유지하려면 재감사를 받거나, 다음 연도 감사보고서에서 적정 의견을 받아야 한다.
아예 사업성이 망가지거나 계속기업으로서 가치가 없는 경우야 회생절차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면 되는데 우발 채무가 문제가 된 때는 사안이 다르다. 대주주와 경영진의 경제 범죄(횡령·배임), 혹은 인감 도용 등 문제가 있거나 회사도 모르는 빚이 있어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경우가 있다. 우발부채가 있다는 것은 입증하기 쉬워도 없다는 것은 입증하기 쉽지 않다.
회생법원에 들어가면 부채의 존재 여부를 명확히 할 수 있다. 권리가 있는 곳은 채권을 신고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실권된다. 우발부채가 있는지, 있다면 어느 정도인지 명확히 할 수 있다.
최근 한 코스닥 기업은 순자산만 500억원이 넘는 우량 회사인데 우발채무 문제로 회생절차 신청을 검토 중이다. 2018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직전까지 갔던 감마누는 회생절차를 거친 후 적정 의견을 받았고 올해 거래가 재개됐다. EMW도 올해 회생에 들어간 후 두 달이 채 되지 않아 회생절차를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시기적으로 기업이 회생절차를 활용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내년 사업보고서에서 적정을 받으려면 적어도 12월 전까지는 회생절차를 종결하고 사실 관계를 확정해야 한다. 회생절차의 이미지에 부담을 느끼는 기업들은 끝까지 다른 방도를 찾아보려 하겠지만 결국은 회생법원 문을 두드리지 않을 수 없다. 추석 이후 여러 기업들이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조정이 아니라 상장 유지를 위해 회생절차를 찾는 기업들이니 어려운 기업들과 달리 자문 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후하다. 코스닥 기업의 우회상장 수단(셀, Shell)으로서 가치는 80억~100억원으로 거론된다. 다소간의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상장을 유지할 욕구가 크다. 좀비기업이 늘며 회생절차 일감이 줄었던 법무법인과 회계법인들에 ‘상장유지 컨설팅’이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분위기다.
단 회생절차를 밟는다고 모두 상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발채무 확인은 ‘형식적' 의견거절 해소 사유일 뿐 회사의 실질 기업가치와는 다르다. 기존 경영진이 미덥지 못하거나, 앞으로 사업을 계속할 기반이 다져져 있지 않은 경우, 기업 사냥꾼이 기웃대는 경우엔 상장 실질 심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어렵다. 이 때문에 건실한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는 등 긍정적인 면을 부각하기 위해 노력하는 경우도 있다.
한 대형 법무법인 변호사는 “내년 사업보고서 적정 의견을 받기 위해 건실한 기업이면서도 회생절차를 고민하는 곳들이 꽤 된다”며 “형식적으로는 문제가 없어지더라도 회사가 실질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베스트조선 유료서비스 2020년 11월 05일 18:47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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