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법률/해외는

[WEEKLY BIZ] 1년만에 99% 폭락했다, 디지털 모나리자의 통곡

천사요정 2022. 5. 1. 01:21

거품 터진 NFT 시총 4분의 1토막
옥석 가리기 시작, 진짜만 살아남아

 

“이것은 디지털 세계의 모나리자입니다.”

지난해 3월 블록체인 기업 브리지 오라클의 시나 에스타비 CEO(최고경영자)가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세계 첫 트위터 게시글 NFT(대체 불가능 토큰)를 291만달러(약 37억원)에 사들이며 한 말이다. 당시 그는 “디지털 자산의 형태로 기록된 인류의 역사”라며 “인류 역사상 최초의 트윗이 50년 후에 가격이 얼마나 될지 누가 알겠는가”라고 했다. 1년이 흐른 지난 5일 그는 이 NFT를 다시 경매에 내놨는데, 현재 최고 입찰가는 10.3이더리움(약 3만달러·3800만원)에 불과하다. 자칭 ‘디지털 모나리자’의 가치가 오르긴커녕 99% 가까이 폭락한 것이다.

'디지털 모나리자' 37억원에서 3800만원으로 폭락 - NFT 거래소 오픈시에서 경매 중인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세계 첫 트윗 NFT. 지난해 3월 291만달러(약 37억원)에 판매됐으나 현재 최고 입찰 가격은 약 3만달러(약 3800만원)에 불과하다. /오픈시

이 사건은 지난해 폭발적으로 성장한 NFT의 허상과 거품 붕괴를 상징하는 사례로 큰 화제가 됐다. 경제 분야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 뉴욕대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잭 도시 트윗 NFT 경매 현황을 언급하며 “NFT 버블이 터지기 시작했다. 고금리가 되면서 사람들이 (NFT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NFT 시장이 ‘건전한 조정’을 거치는 중이며 향후 전망이 여전히 밝다고 주장한다. NFT의 미래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을까.

◇“애당초 말 안 돼... 버블 붕괴 시작”

NFT는 가상화폐에 쓰이는 블록체인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데이터에 위·변조가 불가능한 표지를 붙여주는 기술이다. 그림·영상·음악 등 디지털 콘텐츠의 소유권 증서로 활용되면서 지난해 마치 희귀 서적 초판을 사들이듯 디지털 수집품 붐을 일으켰다.

지난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NFT 시장은 올해 들어 급락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가상자산 시장조사기관 체이널리시스 등에 따르면, 지난해 410억달러(약 51조원)까지 커졌던 NFT 시가총액은 현재 100억달러 수준으로 4분의 1토막 났다. 올 1월까지만 해도 50억달러대를 유지하던 세계 최대 NFT 거래소 오픈시(OpenSea)의 총 거래액은 4월 현재 24억달러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거래 이용자 수도 94만8000명에서 63만5000명으로 줄었다.

NFT 시장이 침체에 빠진 가장 큰 원인으로 금리 인상이 꼽힌다. 지난해까지는 전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와 양적 완화가 다양한 자산 버블을 일으키면서 NFT에도 돈이 몰렸다. 그러나 올 들어 높아진 인플레이션 압력과 함께 기준금리 인상이 본격화되면서 NFT 시장에 몰렸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다.

유행에 편승해 천편일률적으로 찍어낸 저급 콘텐츠도 거품 붕괴를 앞당기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령, 픽셀몬이란 NFT 프로젝트는 사전 판매로 7000만달러를 조달했지만, 지난 2월 일부 작품이 공개된 뒤 조악하고 부실한 콘텐츠 품질 때문에 “사기 프로젝트”라는 악평을 들으며 가격이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많은 아티스트나 투자자들은 과장된 NFT 프로젝트에 질려 버렸다”고 했다.

◇“비트코인보다 덜 떨어져... 옥석 가리기 중”

하지만 NFT 시장이 붕괴하는 것이 아니라 옥석 가리기를 통해 시장이 정착되는 과도기라는 반론도 있다. 가상자산 분석 기관 댑레이더의 모데스타 마소이트 이사는 “시장이 급격한 성장 이후 통합(consolidating)되고 있다”며 “이런 기간이 있을 것으로 다들 예상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내재 가치가 떨어지거나 주가 조작하듯이 가격이 부풀려진 NFT, 남의 콘텐츠를 멋대로 도용해 만든 NFT 같은 악성 NFT들이 조정기를 통해 걸러지면서 시장 건전성이 회복될 거란 의미다.

실제로 이미 가치를 인정받은 NFT 작품들은 시장 급락세에도 선방 중이다. 예컨대, 인기 NFT 컬렉션인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작품들은 전고점이던 지난 2월 기준 평균 판매 가격이 약 30만달러 수준이었는데 이달 들어선 35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넘어섰다. 댑레이더 분석에 따르면, 작년 11월 이후 2월까지 상위 100개 NFT 컬렉션의 가격 하락률은 15%에 그쳤다. 같은 기간 가상화폐 대장주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가격이 반 토막 난 것에 비하면 양호한 편이다.

이 와중에 오른 NFT - 인기 NFT 컬렉션 '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 클럽(Bored Ape Yacht Club)' 작품들. NFT 시장 침체에도 가격이 더 올라 이달 들어 평균 가격이 35만달러(약 4억4000만원)를 넘어섰다. /BAYC

옹호론자들이 믿는 구석은 희소성과 내재 가치다. 가상화폐와 달리 NFT는 디지털 콘텐츠를 기초 자산으로 발행된다. 이 때문에 코인 1개당 가격이 모두 같은 가상화폐와 달리 가격이 제각각이고, 소유권이 설정된 만큼 희소성을 갖는다.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속속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에도 희망을 걸고 있다. 작년 10월 사명을 메타로 변경한 페이스북은 NFT를 이용해 온라인 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계획을 발표했고, 유튜브 역시 지난 1월 자사 서비스에 NFT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가 차세대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떠오르면 NFT가 가상 세계의 자산 기준으로 활용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

트위터, 비자, HSBC, 네이버(라인), 카카오(그라운드X) 등도 NFT 서비스 계획이나 도입을 발표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 역시 지난 2월 NFT 기반 인기 메타버스 플랫폼인 디센트럴랜드에 가상화폐와 NFT로 거래할 수 있는 가상 지점을 개설하며 은행업계 최초로 메타버스에 진출했다. JP모건은 “NFT가 장래 디지털 자산 유니버스의 규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며 자산이 디지털화될수록 NFT 시장 역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881억원, 가장 비싼 NFT - 지난해 3월 경매에서 6934만달러(약 881억원)에 낙찰된 디지털 아트 NFT(대체 불가능 토큰)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 지금까지 판매된 NFT 중 최고가로, 미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마이크 윈켈만이 5000일간 매일 하나씩 만든 작품들을 합쳐 만들었다. /크리스티 온라인

하지만 NFT 옹호론자들도 현재 거래되는 것들 중 상당수는 거품이 꼈다는 데 동의한다. 작년 3월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4만6250달러(약 881억원)에 낙찰돼 지금까지 가장 비싸게 거래된 NFT 기록을 가지고 있는 디지털 아트 ‘매일: 첫 5000일(Everydays: The First 5000 Days)’을 만든 그래픽 디자이너 마이크 윈켈만은 “(낙찰가에) 솔직히 거품이 꼈다고 생각한다”며 “인터넷도 초기에는 거품이었고 결국 터졌지만 인터넷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했다.

https://www.chosun.com/economy/mint/2022/04/28/6UN3GHJWLFGT5DVJGES4YA5Q2E/

 

[WEEKLY BIZ] 1년만에 99% 폭락했다, 디지털 모나리자의 통곡

WEEKLY BIZ 1년만에 99% 폭락했다, 디지털 모나리자의 통곡 거품 터진 NFT 시총 4분의 1토막 옥석 가리기 시작, 진짜만 살아남아

www.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