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은밝혀진다/윤석열안철수MB

윤석열 시대의 노동... 계속 사람이 죽어간다

천사요정 2022. 6. 10. 10:33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퇴행’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가장 우려가 큰 건 노동 분야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의 노동관이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낸 합의를 부정하고 과거 산업화 시대로 복귀하는 듯한 인상을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임기 초반,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과 노동정책을 가늠해볼 수 있는 두 가지 요소가 있습니다. 첫째는 중대재해처벌법의 개정문제고 둘째는 화물연대의 파업입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운명은?

우선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얘기해볼까요? 한국에서는 매년 800명 넘는 사람들이 일을 하다 죽습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 죽고, 무거운 것에 깔려서 죽고, 뜨거운 쇳물에 녹아서 죽고, 불타 죽고, 질식해 죽습니다. 이런 죽음을 막아보자고 만든 법이 올해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법이죠. 법 이름에는 ‘처벌’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지만 처벌 자체가 목적은 아닙니다. 일터에서 사람이 죽거나 다쳤을 때, 사업주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업주에게도 책임을 물어서 평소에 안전 관리를 잘 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겁니다. 일터에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의 유족들과 시민사회, 노동계가 열심히 싸운 결과 비록 불완전하지만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올해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중대재해는 늘었을까요, 줄었을까요. 1분기까지의 중대재해 처벌건수를 확인해보니 작년보다 오히려 1.3% 늘었습니다. 이 숫자를 두고 보수 언론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을 시행해봐도 실효성이 없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나 개정을 주장하곤 합니다. 
그러나 뉴스타파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이후 일어난 중대재해 사고를 하나 하나 확인해 분석해보니, 이 기간 동안 일어난 사고는 대부분 떨어짐, 끼임, 깔림, 폭발 등 이었습니다. 추락방지망이나 2인1조 안전감시자 배치, 노후시설 교체 등 간단한 조치만 있었어도 예방할 수 있었던 이른바 ‘후진적 안전 사고’입니다. 즉, 법 시행 이후 중대재해가 오히려 늘어났다는 표면적인 결과는, “중대재해 처벌법이 별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의 근거가 아니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의 변화가 없었다”라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가 되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경련 등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의 완화 또는 후퇴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이들을 만나 "기업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하겠다"고 공언까지 했죠. 새정부 국정과제에도 “노동안전 위해 안전보건 관계법 정비”라는 항목이 들어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기업이 원하는 사안 위주입니다. 
뉴스타파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지속적으로 취재해왔습니다. 그동안 여러 현장의 문제를 다뤄왔고, 오늘 <주간 뉴스타파>에서는 그 네 번째 순서로 노후 산업단지의 문제를 보도합니다. 한때 수출 위주 중공업의 ‘전초기지’ 노릇을 했던 산업단지는 이제 40년 가까이 지나면서 시설의 노후화가  심각한 수준입니다. 노후화된 시설 안에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는 안전 사고가 많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은 이윤이 줄어든다는 이유로 땜질식 처방을 하거나 아예 방치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엿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시험대는 사흘 전부터 시작된 민주노총 화물연대 본부의 무기한 총파업입니다. 
상징적인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화물연대 파업을 이틀 앞두고 주무부처 장관 중 하나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대책을 마련해 중재에 나서기는 커녕 스위스 제네바로 출국을 해버린 것이죠. ILO, 국제노동기구에서 4분짜리 연설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 장관이 제네바에 머무르는 동안 전국에서 화물 노동자 30여 명이 체포됐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을까요? 답은 역시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에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토해양부는 이번 파업을 파업이 아니라 ‘운송거부 사태’라고 규정했습니다.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기 때문에 화물연대는 노조가 아니고, 따라서 노동 3권의 하나인 파업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리입니다. 5년 전, 같은 화물연대의 집단행동 당시 국토해양부가 보도자료에서 ‘파업’이라고 규정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라진 태도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정식 장관이 파업 와중에 출국을 한 것도, 화물 노동자는 노동자가 아니므로 화물연대의 파업은 더 이상 노동 현안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일 겁니다. 
화물 노동자들은 법적으로는 노동자가 아니지만 사실상은 근로계약 관계에 놓여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입니다.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특수고용 노동자들을 노동법이 보호하는 영역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은 지난 2012년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공약에도 들어있었을만큼 우리 사회의 오랜 합의였습니다. 화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인하는 윤석열 정부의 선언은, 그래서 명백한 퇴행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노동관과 노동정책이 어디까지 퇴행할지, 그래서 노동자들의 눈물이 얼마나 더 흐르게 될지, 이제 막 임기가 한 달 지났을 뿐이지만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