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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물가 대학살이 재현될 수 있다”

천사요정 2022. 6. 13.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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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물가 대학살이 재현될 수 있다”

1994년 물가 대학살이 재현될 수 있다 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X 위클리비즈 글로벌 인플레이션發 세계 경제 경착륙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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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 박사의 월스트리트 X 위클리비즈] 글로벌 인플레이션發 세계 경제 경착륙 논란

 

글로벌 GDP(국내총생산)의 4분의 1을 차지해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미국에서 경기를 둘러싼 논쟁이 최근 뜨겁다. 41년 만에 가장 높은 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교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등으로 경기 하강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남은 문제는 경착륙(hard landing)이냐, 연착륙(soft landing)이냐다.

김지섭 기자가 조선머니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 침체 우려가 고조되는 배경과 연착륙 가능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이견(異見)을 분석했다.

◇인플레와의 전쟁 벌이는 연준

경착륙 우려가 본격 제기된 것은 미국에서 3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이후다. 지난달 중순 발표된 3월 물가상승률은 8.5%(전년 대비)로 초(超)인플레이션이 지배하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1%대에 머물던 물가상승률이 9%대에 육박하자 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big step)’ 주장에 힘이 실렸다.

좀처럼 꺾이지 않는 물가를 잡기 위해 연준이 3회 이상의 빅 스텝을 밟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경착륙 우려는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금리를 너무 빠르게 올리면 경기는 침체에 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1980년과 1994년 사례가 대표적이다.

1994년의 경우 앨런 그린스펀 당시 연준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1년 새(1994년 2월~1995년 2월) 기준금리를 3%포인트 올렸다. 갑작스러운 금리 인상에 채권시장에서는 ‘인플레이션發 대학살(bloodbath)’이라 불리는 자산 가격 폭락(채권금리 폭등) 사태가 빚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봉쇄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 및 공급망 병목 현상이 언제 해결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갈수록 힘을 얻는 경착륙 주장

결국 경착륙을 예견하는 경제 구루(guru·권위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

벤 버냉키 전 연준 의장은 최근 “낙관적 시나리오를 가정해도 경제 침체 가능성이 높다”며 “내년이나 내후년쯤 스태그플레이션 상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하버드대 교수) 역시 “경기가 연착륙하거나 물가가 낮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향후 2년 내 경착륙할 확률이 3분의 2를 넘는다”고 했다.

주요 금융기관들도 잇따라 경착륙 경고음을 내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2년 내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이 35%”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고, 도이체방크는 “내년 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지는 것이 현재 기준 시나리오”라며 “경착륙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CNBC가 경제학자, 펀드매니저, 투자 전략가 등 30명의 시장 전문가에게 “연준의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를 일으킬 것으로 보느냐”고 묻자 57%가 “그렇다”고 답했다.

반면 펀더멘털(경제 기초 체력)이 과거와 비교해 훨씬 양호하기 때문에 연준의 금리 인상 스케줄을 충분히 견딜 수 있다는 반론도 있다. 기업 및 가계 부채가 많지 않아 금리가 올라도 신용 위기가 불거질 확률이 낮고, 팬데믹 기간 저축을 많이 해둬 소비 여력이 충분한 데다 완전 고용에 가까울 만큼 실업률도 낮다는 게 연착륙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5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를 기록하며 40년만의 최고치를 기록하자 연착륙론의 주장은 힘을 잃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전체 수출의 절반 가까이를 미·중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전망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4.8%)까지 오르자 한국은행은 4~5월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렸다. 한은이 2개월 연속 금리를 올린 것은 15년여 만에 처음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수출 경기 모멘텀(동력) 약화를 소비 경기 모멘텀 회복이 일부 상쇄시켜 주겠지만 하반기 국내 경기는 결국 대외 불확실성, 특히 중국 경기 사이클에 크게 좌우될 공산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