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한 SVB 주식·채권 1389억
CS·시그니처뱅크도 1400억대
작년에만 80조 규모 평가손실
허술한 연금운용 비판 쏟아져
지난해 80조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한 국민연금이 최근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 은행, 부실 리스크가 발생한 스위스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에 2800억원 가량을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크레디트스위스 채권은 지난해말 현재 1359억원 가량 보유중이며 최근 파산한 미국 뉴욕의 시그니처뱅크 주식은 35억원, 앞서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주식과 채권은 1389억원을 갖고 있다. 3개 금융기관에 묶인 국민연금 투자금은 지난해 말 기준 2783억원에 이른다. 국민의 노후를 책임질 연금 운용을 허술히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연금공단이 20일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크레디트스위스 채권을 위탁운용으로 1359억원(해외채권 자산군 내 0.21%) 투자 중이며, 직접 투자는 하지 않고 있다. 스위스 최대 금융기관인 UBS가 유동성 위기에 빠진 크레디트스위스를 인수하기로 해 위기는 넘겼지만, 스위스 금융당국(FINMA)이 170억달러 규모의 후순위 채권의 가치는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혀 손실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다만 공단 측은 "국민연금이 보유한 CS채권은 거의 대부분을 선순위로 보유하고 있으며, 아주 조금 후순위를 가지고 있으나 이것도 상각대상이 아닌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식은 지난해 말 기준 위탁운용으로 732억원 어치를 보유했으나 위탁투자 대부분의 지분을 이미 처분했다고 공단 측은 밝혔다. 지수를 추종하는 투자방식의 직접운용에서는 1억원 미만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공단은 "크레디트스위스 채권 가격이 일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지만, 높은 변동성에 직면해있고 투자심리가 상당히 위축돼 직접운용에서는 당분간 크레디트스위스 채권에 투자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또한 "위탁운용 개별종목에 대한 투자 판단은 위탁운용사의 고유권한이나,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해 해당 채권을 보유한 위탁운용사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시그니처뱅크 주식은 35억원(전액 위탁)을 보유 중이다. 시그니처은행의 주가는 작년말 115.22달러였지만 70달러까지 떨어진 뒤 거래정지됐다. 국민연금이 공시한 2021년 연말 기준 시그니처은행 주식 보유액은 한화로 62억원이었다. 당시 주가는 323달러선으로 최근 거래정지 시점보다 4배 이상 높다. 연금공단은 "현재 거래 정지 조치에 따라 매도 등 단기 대응은 어려운 상황"이라며 "거래가 재개될 경우 위탁운용사에 면밀한 모니터링과 대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파산한 실리콘밸리은행에는 주식(1218억원)과 채권(171억원) 등 1389억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SVB는 주가가 작년 말의 반토막 수준인 106.04달러까지 떨어진 뒤 거래 정지됐다. 연금공단은 보유 주식과 관련, "거래 정지 조치에 따라 단기 대응은 불가하며, 제3자 인수 및 미국 정부 대책 등에 따라 거래 재개될 경우 제3자 인수조건 등을 보며 매도 또는 보유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기금 운용수익률이 -8.22%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 적립금은 890조5000억원으로, 연간 수익률은 -8.22%, 평가손실금은 79조6000억원(잠정 집계)에 달했다.
지난해 투자운용 수익률 -8.22%는 1988년 국민연금 제도가 도입된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0.18%로 사상 첫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데 이어 2018년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약세 속에 수익률이 다시 마이너스(-0.92%)로 떨어진 바 있다. 지난해가 역대 세 번째 마이너스 수익률인데, 손실 폭은 가장 컸다.
이에 대해 기금운용본부는 "통상 위험자산인 주식과 안전자산인 채권이 반대로 움직이지만, 지난해에는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기현상을 보였다"며 "주식·채권이 동시에 대폭 하락한 것은 해외시장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이후, 국내에선 2001년 이후 처음"이라고 전했다.
국민연금 측은 "국민연금기금이 공시하는 수익률은 실현된 손실보다는 평가손실이 대부분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올들어 진정세를 보이며 주식·채권 등을 포함한 국민연금 전체 수익률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https://v.daum.net/v/20230320190027818?x_trk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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