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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은행 수익 줄어들 듯"

천사요정 2017. 11. 22. 19:54

금융연구원 임형석 실장 전망…"가계대출 증가 둔화·기업대출 부실 확대 등 영향"




지난 8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 사진=뉴스1

지난 8월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 관련 금융권 간담회에 참석한 시중은행장들. / 사진=뉴스1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내고 있는 국내 은행들이 내년엔 수익 성장 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정책 추진으로 대출 시장 증가세가 낮아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시장금리가 상승 압박을 받으면서 취약 업종을 중심으로 은행 대손비용도 늘어날 전망이다. 

1일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2017년 금융동향과 2018년 전망 세미나'에서 임형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국내 은행의 내년 당기순이익은 올해 연간 추정치(12조9000억원)보다 감소한 8조4000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며 "이자이익은 올해(8.6%)보다 낮은 4.1%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 실장은 내년 은행권 수익 증가세 둔화 요인으로 △가계대출 실수요 증가세 둔화 △혁신기업 등 신규거래처 발굴 어려움으로 인한 기업대출 증가세 둔화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 확대 등 3가지를 들었다. 

그는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대출이 정부의 주택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억제 정책 추진으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은행 이자 수익 증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했다. 유사한 부동산 정책이 추진됐던 노무현 정부 아래서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바 있기 때문이다. 

임 실장은 내년 기업대출 증가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자영업자 등 개인사업자대출이 은행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기업대출 이자 자산 증가가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말 기준 은행권 예금취급기관 기업대출에서 개인사업자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5.4%였다. 중소기업대출만 보면 개인사업자 대출 비중은 44.7%로 높아진다. 

그는 "기업대출 상당 부분이 소매금융화(개인사업자 대출) 돼 있다. 혁신기업 등 신규 거래처를 은행이 발굴하지 못하면 기업대출은 큰 폭으로 늘어나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이에 따라 기업대출 이자 자산 증가율이 올해 추정치(3.4%)보다 낮은 2.1%가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가계부채 증가 둔화로 인한 은행 이자이익 증가세 둔화, 경기 악화로 인한 기업대출 부실화가 은행 수익 성장을 가로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뉴스1

내년부터 가계부채 증가 둔화로 인한 은행 이자이익 증가세 둔화, 경기 악화로 인한 기업대출 부실화가 은행 수익 성장을 가로막을 것으로 전망된다. / 사진=뉴스1

금리 상승 압박과 경기 둔화 지속으로 은행권 대손충당금 증가도 은행 수익 증가세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9)에 따라 손익변동성이 높아지고 대손충당금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내년 대손비용은 올해 연간 추정치 5조7000억원보다 늘어난 8조원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 실장은 "IFRS9에서 '중대한 신용위험 증가'로 인식되는 부도확률(PD) 계산기간이 만기까지 확대되면서 은행 충당금 적립이 증가할 것"이라며 "가계부채·기업대출 이자증가 둔화, 자금조달비용 증가로 순이자마진(이하 NIM)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다. 국내 은행 당기순익은 감소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은행권, 리스크 관리·고객 중심 경영·디지털금융 구축 강화해야 

은행권이 내년부터 수익 증가 둔화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리스크 관리 강화와 고객 맞춤형 서비스 구축, 디지털금융 구축 등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 실장은 "시장과 감독당국과의 소통에 기반한 IFRS9 관련 시스템을 만들어 예상손실모형을 구축해야 한다"며 "데이터 축적 미흡, 경영진의 주관적 개입 가능성에 따른 리스크 증가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내년부터 금리 상승, 경기 악화 지속으로 기업대출의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해 은행 BIS비율 관리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말 기준 국내 은행 평균 위험가중치는 기업(58%)이 가계(23.5%)보다 높았다. 그만큼 기업대출 관리가 어려워질 경우 은행 BIS비율은 정체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임 실장은 고객 이해에 기반한 채널전략 추진 필요성, 디지털금융 구출 노력을 지금보다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확보해 고객 경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고객 대응 능력을 높여야 한다"며 "특히 비대면거래에서 개방적 디지털 금융을 구축해 맞춤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