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기무사령부 계엄령 문건 사건의 핵심 인사인 조현천 전 국군기무사령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던 날 청와대를 방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박주민 의원(민주)과 <한겨레> 취재 결과, 조 전 사령관이 2016년 12월9일 탄핵안 가결 직후 “문고리 권력 한 사람의 전화를 받고 청와대에 들어가 박 대통령을 관저에서 만났다”고 군 고위 관계자가 증언했다. 이 내용이 사실이라면 계엄령 문건의 최종 윗선이 박 전 대통령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다.
민군 합동수사단이 수사 중인 이 사건의 초점은 누구 지시로 조 전 사령관이 계엄령 문건 작업을 벌였는지다. 기무사령관의 청와대 방문은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조 전 사령관이 청와대를 다녀온 이후 계엄령 업무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후 계엄을 논의하기 위해 합동참모본부를 방문했고, 기무사 내에 ‘미래방첩업무 발전방안’이라는 거짓 이름을 단 티에프를 꾸렸다. 그 결과 6쪽짜리 ‘전시계엄 및 합수업무 수행방안’과 67쪽짜리 ‘대비계획 세부자료’가 나왔다. 청와대와의 교감 없이 일련의 작업이 진행됐다고 보긴 힘들다.
국회의 탄핵소추 당일 박 전 대통령과 조 전 사령관이 만났다면 그 자체로 매우 부적절한 일이다. 기무사령관이 탄핵소추로 직무정지돼 군 통수권을 잃은 대통령을 만날 이유는 없다. 설사 비상사태 계획을 논의하더라도, 대통령이 아니라 황교안 권한대행을 만났어야 한다. 조 전 사령관은 “계엄령 검토 문건은 내가 작성하라고 지시했다”며 윗선 개입을 부인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합수단은 조 전 사령관과 함께 한민구 전 국방부 장관, 장준규 전 육군참모총장 등을 내란 예비음모 혐의로 수사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조 전 사령관을 만났다면 그 역시 내란 예비음모의 주요 피의자가 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4일 국정농단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사법적 단죄는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이지만, 잘못된 과거를 묻을 수는 없다. 진실은 밝히고, 책임있는 이들은 단죄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조현천 전 사령관의 청와대 방문 의혹을 철저히 조사해, 계엄령 문건 사건의 윗선을 밝혀내길 바란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58771.html#csidx08dd34dbc4f8b229d0bcdb5497c5a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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