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규제에 가계대출 증가세 둔화됐지만
'약한 고리' 있어…지방 집값 하락하는 경우
주담대 끌어 쓴 가계 '비상'…연체 급증할듯
"추가 대출로 상환하기도 힘들어…문제될수도"
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정부의 전방위적인 ‘가계대출 조이기’가 향후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른바 ‘대출규제 패러독스’다. 15년 만에 최저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가 한풀 꺾였다는 분석이지만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히려 강력한 가계대출 규제가 ‘약한 고리’인 지방에서부터 금융시장 불안요소로 부상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계대출 안정됐지만…지방 집값 내리면 문제될 수도
가계대출 ‘폭탄’이 터질 수 있는 시나리오의 출발은 지방 집값 하락세가 심상치 않다는 점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매달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평가를 진행한다. 주택 가격이 떨어질수록 집을 팔아 대출을 갚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대출자의 연체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주택가격이 주담대를 받았던 당시 가격의 70% 밑으로 떨어지면 은행의 손실 위험이 급증한다. 이때 은행은 대출을 받은 가계에 추가 상환을 요구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주택가격이 기존의 80% 수준만 돼도 추가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대출을 받은 가계가 은행에 상환할 여유 자금이 충분치 않을 때다. 이 경우 추가 대출을 받는 게 불가피한데, 정부가 이미 가계대출 규제를 촘촘히 짜놓아 신규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이는 결국 대출 원리금 연체로 이어지게 된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가계대출 연체로 이어지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권 가계대출 연체율 등을 참고하면 아직 여유가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하면 가계 연체율이 급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경남은행 10년만에 최고연체율…시그널일까 ‘주목’
물론 당장 심각한 문제가 되는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은행권의 주담대 연체율은 0.22%에 불과했다.
그러나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1분기 은행권 주담대 연체율은 지난 2016년 3분기(0.24%)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비은행권의 주담대 연체율도 지난 1분기 1.13%를 기록하며 2015년 3분기(1.34%) 이후 가장 높았다.
특히 경기 침체 직격탄을 맞은 지방 가계대출이 가장 약한 고리로 평가된다. 지방 부동산 시장은 이미 하락세가 뚜렷하다. 특히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은 부산, 울산 등 경남 지역이 가장 걱정스러운 지역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93.9(2017년 11월=100)으로 1년 전보다 4.2%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울산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85.9를 기록하며 전년 동월 대비 9.4% 급락했다. 부산과 울산 등 광역시를 제외한 경남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지수(87.5)는 1년 만에 7.9% 내렸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이 1.4% 상승하고 수도권과 전국 집값이 각각 0.1%, 2.0% 하락한 데 그친 것과 비교하면 이들 지역의 집값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실제 지방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스멀스멀 올라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가장 최근 지표인 지난 3월말 경남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58%로, 글로벌 금융위기에 신음하던 2009년 9월말(0.61%) 이후 거의 1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지난 3월 말 부산은행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0.48%로 2013년 3월(0.58%) 이후 최고치였다.
경남은행(0.58%)과 부산은행(0.48%)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국민은행(0.28%), 신한은행(0.27%) 등 대형 시중은행 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지방은행인 광주은행(0.31%), 대구은행(0.28%), 전북은행(0.33%), 제주은행(0.29%) 등과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율이 안정됐다고는 하지만 소득 증가율은 그보다 더 낮은 상태”라며 “소득이 낮은데 집값까지 하락한다면 가계대출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향후 집값이 떨어져 담보 가치가 낮아지는 경우 추가 대출을 통해 갚아야 하는데, 이런 상황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수 있다”면서 “당장은 아니지만, 향후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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