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 지급 계기 농업계·정당, 공론화 탄력
정부 “공익직불제 안착 집중” 농업계 “양립 방안 고민해야”
경기도 등 지방자치단체에 이어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결정하면서 농업계가 주장하는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논의가 탄력을 받고 있다. 농민기본소득은 농민의 기본권과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위해 농민들에게 월정액 형태로 주는 지원금이다.
농민기본소득전국운동본부는 3월25일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와 ‘농민기본소득 추진을 위한 정책협약식’을 갖고 4·15 총선에서 농민기본소득제 도입 문제를 공론화하기로 했다. 운동본부는 기본소득당을 비롯해 정의당·녹색당과도 같은 내용의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참여 정당들은 21대 국회에서 농민기본소득제 입법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송성일 민주당 농어민위원회 부위원장은 “연내 중앙당 차원에서 농민기본소득 법제화를 전면 추진하도록 비상한 각오로 노력하겠다”며 “지역 단위에서 활발히 의견을 내야 중앙당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농민기본소득은 현재 지자체 차원에서 시행하는 농민수당을 전국화한 개념이다. 다만 농가 단위로 월 5만~10만원을 주는 농민수당과 달리 정부가 농민 개인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한다는 차이가 있다. 농민수당은 그동안 보조사업 중심의 농정에서 소외됐던 고령농과 소농들이 직접 혜택을 받는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전국 최초로 농민수당을 도입한 전남 해남군은 전체 수령자 1만2857명 가운데 65세 이상이 58%, 영농규모 1㏊ 미만이 54%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본부는 농민기본소득제 도입으로 모든 농민에게 월 3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예산은 약 7조원으로, 기존 농업예산이 아닌 새로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차흥도 운동본부 운영위원장은 “농민기본소득은 농민들이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지키고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버팀목”이라고 설명했다.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농민기본소득제 법제화 과정에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부 전문가들은 재정 투입의 적실성에 의문을 보이고 있다. 김용하 순천향대학교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농촌 고령농은 기초연금과 농지연금 등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재원을 더 투입하더라도 농촌의 문화·복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에 주력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했다.
정부와의 입장 조율도 난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 시행에 들어가는 공익직불제를 통해 경작규모 0.5㏊ 이하 농가에게 연 120만원씩 소농직불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농업ㆍ농촌의 공익적 기능을 증진하고 농가소득을 지지하려는 공익직불제가 이미 농민기본소득제의 취지를 반영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어렵게 도입한 공익직불제를 안착시켜야 하는 상황인 만큼 농민기본소득제를 추가로 도입하는 문제는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호중 농어업정책포럼 상임이사는 “농민기본소득제와 공익직불제가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기본소득은 조건 없이 지급하는 반면 공익직불금은 준수의무가 부과돼 결이 다르다”며 “기본소득제를 폭넓게 논의하고 공감대를 확산시키면서 공익직불제와 양립시킬 방안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경진 기자 hongkj@nongmin.com
https://www.nongmin.com/news/NEWS/POL/ETC/321111/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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