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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곡물값 폭등 이후 10년, 새로운 식량위기

천사요정 2020. 11. 18. 13:11

 

수확의 계절 가을, 풍요로운 민족대명절 추석. 그러나 '한가위만 같아라'는 벌써 옛말이 되었는지 모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가 인류에 새로운 식량위기를 예고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얼마나 준비되어 있나. 부쩍 잦아진 기상이변과 평균기온의 상승이 국내 농업생산과 작물 재배에 끼친 영향, 코로나19 이후 농촌 사회가 처한 현실을 살펴보고 식량안보 대비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알아본다.

 

 

곡물값 폭등 이후 10년, 새로운 식량위기

글. 송원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부소장

 

 

코로나 19와 기후위기가 우리에게 보내는 경고

2007/2008년의 세계 식량위기 이후 약 10여 년 만에 다시 식량위기가 국제사회와 우리나라의 중요한 의제로 등장하고 있다. 특히 감염병의 전파 가능성으로 국제적인 물류 체계가 마비되고 자국의 식량위기 등을 우려한 일부 국가들이 선제적인 수출금지 조치를 시행하면서 주요 국제기구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2007/2008년 식량위기 때 각국의 수출금지 조치로 곤욕을 치렀던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세계보건기구WHO와 함께 지난 3월 31일, 사무총장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공동성명의 골자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먹거리 공급에 미칠 영향 혹은 국제 무역 및 먹거리 보장(식량안보)에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이 필요하며 이 대응의 핵심은 자국민만을 위한 수출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❶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세 기구 사무총장의 공동성명에도 불구하고 3월 20일경 시작된 수출금지 조치는 4월 중순까지 계속 늘어나 총 22개의 국가에서 수출금지 조치가 발표되었다.

 

다른 한편으로 2020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는 심각한 이상기후도 안정적인 먹거리 생산 및 공급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많은 지역에서 평년보다 고온이 나타났고 대서양의 허리케인, 캐리비안 지역의 열대폭풍 등이 매우 자주 발생했다.❷ 우리나라에서도 봄철 이상기후로 인한 과수 냉해, 역대 최장 장마와 태풍으로 인한 집중호우와 강풍으로 인한 농작물 재해 등과 함께 병해충 발생까지 겹치며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와 기후위기가 2020년 한 해에 동시에 나타난 것은 한편으로는 우연이지만 세계화된 먹거리체계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들여다보면 언제든 반복될 수 있는 필연이다. 국내에도 번역된 『팬데믹의 현재적 기원』을 저술한 롭 월러스는 기후변화와 삼림 파괴, 그리고 산업적 농업, 특히 공장형 축산이 얽혀 코로나19와 같은 병원체 발생이 빈번해지고 있다고 주장한다.❸ 2020년 우리에게 함께 찾아온 코로나19 위기와 기후위기 모두 인간과 자연의 관계 맺기 방식에 대한 경고이며, 생태적인 방식의 생산과 지속가능한 소비/먹거리체계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식량위기에 대응하는 길을 제시하는 식량주권

2007/2008년의 세계 식량위기 당시에도 ‘값싼 먹거리의 시대는 끝났다’, ‘식량자급률 제고’, ‘식량주권❹ 실현’ 등의 다양한 논의들이 국내외에서 활발하게 벌어졌다. 하지만 그 이후 식량주권 운동, 먹거리 정의 운동 등 다양한 대안적 먹거리 운동 등 다양한 사회운동이 전개되고 이 운동들의 주장과 가치가 제도화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10년 전에는 소수의 거대한 농식품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국제적인 곡물시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주를 이뤘다면 이후 국가별, 지역별로 대안을 만드는 과정들이 구체적으로 진전되었다.

 

이렇게 반복되는 식량위기에 대응해 지속가능한 농업, 먹거리체계를 만들고 식량주권을 실현하려는 다양한 국내외 흐름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식량주권의 제도화를 통해 국가의 의무를 규정하고, 농민과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며 먹거리를 통해 과도하게 이윤을 추구하거나 사회에 비용을 전가하는 기업을 규제하려는 흐름이다. 에콰도르와 네팔, 볼리비아는 헌법에 식량주권의 개념을 포함시켰고,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은 관련 법률 제정을 통해 국가가 국민의 먹거리와 영양을 보장할 의무를 규정했다.❺

 

둘째, 세계화된 먹거리체계가 초래한 소농의 몰락, 먹거리 안전 위협, 농민과 시민의 권리 침해 등에 대응해 먹거리체계를 (재)지역화하려는 흐름이 꾸준히 진전되고 있다. 2007/2008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지역 단위의 먹거리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도시들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2020년의 코로나19 위기는 이와 같은 흐름을 폭발적으로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각국의 식량주권 제도화를 위한 노력 

코로나19 상황에서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과 민간의 협력을 통해 먹거리 위기를 극복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전개되었다. 인도 케랄라 지역에서는 취약계층에 대한 먹거리 전달을 위해 지역 여성네트워크가 무료로 운영하는 공동체 부엌을 활용했고, 프랑스 정부는 공동체지원농업과 농민시장을 통한 먹거리 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다양한 보건위생 지원을 시행했다. 캐나다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는 시민의 먹거리 보장을 위해 농민시장과 공동체 텃밭이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임을 선언했고, 세계의 많은 곳에서 무료급식 제공,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먹거리 공급(상업적 목적이 아닌 공공적 목적) 등 대안적 유통 경로의 확대 시도가 있었다.❻ 식량주권의 제도화와 먹거리체계의 지역화는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먹거리 공공조달 체계의 구축, 농민의 생산권과 시민의 먹거리 기본권 보장 등 중요한 의제를 통해 만난다.

 

이와 같은 다양한 대안적 시도들에 비추어 볼 때 우리나라의 준비는 아쉬운 지점이 많다. 2007/2008년 식량위기 이후 식량자급률 제고에 대한 각계각층의 요구에 이명박 정부는 2011년 식량자급률 달성 목표치를 상향하고 ‘곡물자주율’이라는 개념을 도입했지만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 오히려 그 후에도 곡물자급률은 계속 하락해 2018년 21.7%라는 역대 최악의 수치를 기록했다. 2017년 기준 채소류 86.6%, 과실류 74.1%, 육류 72.9% 등 주요 품목군별 자급률도 2010년 대비 적게는 3.5%에서 많게는 6.9%까지 떨어졌다. 중앙정부 차원의 식량자급률 제고 정책은 사실상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나서서 민간 운동으로 시작되었던 로컬푸드 운동과 지자체의 먹거리종합계획 수립 흐름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러한 흐름이 민과 관의 협력을 통해 국가와 지역 수준 모두에서 식량주권 실현과 먹거리체계 전환의 중요한 계기가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❶  QU Dongyu, Tedros Adhanom Ghebreyesus and Roberto Azevedo(2020) “Mitigating impacts of COVID-19 on food trade and markets”. Joint Statement by Directors-General of FAO, WHO and WTO.

❷  FAO(2020), “The dual threat of extreme weather and the COVID-19 crisis : Anticipating the impacts on food availability”.

➌  Wallace, R(2020), “How Global Agriculture Grew a Pandemic”. 

➍  국제 소농들의 조직인 농민의길La Via Campesina은 식량주권을 “생태적으로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건강하고 문화적으로 적합한 먹거리에 대한 민중의 권리이자 그들 스스로 농업 및 먹거리체계를 규정할 권리”라고 정의함 

➎  송원규·윤병선(2017), 식량주권의 제도화와 농민권리 선언에 관한 고찰, 『농촌사회』 27(2) : 7-43.

➏  iPES FOOD(2020), “COVID-19 and the crisis in food systems : Symptoms, causes, and potential solutions”

 

 

 

[특집] 식량전쟁

1. 곡물값 폭등 이후 10년, 새로운 식량위기 송원규

2. 기후변화가 농산물에 끼치는 영향 김명현

3. 코로나19와 싱크홀의 농촌 세계 정은정

4. 정부의 ‘농업패싱’ 이대로 괜찮은가? 김호

 

http://www.peoplepower21.org/Magazine/1735468

 

[특집] 곡물값 폭등 이후 10년, 새로운 식량위기 - 월간참여사회 - 참여연대

  수확의 계절 가을, 풍요로운 민족대명절 추석. 그러나 '한가위만 같아라'는 벌써 옛말이 되었는지 모른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가 인류에 새로운 식량위기를 예고하는 가운데, 우리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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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곡물값 폭등…"기아 팬데믹, 코로나보다 두렵다"

식량위기 온다 (上) 코로나發 공급망 붕괴

지구촌 이상기후로 생산 악화
봉쇄 여파로 물류작업도 차질

밀·콩·옥수수값 최고치 경신 
유엔곡물지수도 2년만에 '최고'
"곡물값 상승세, 오래 이어질 듯"

사진=EPA

국제 선물시장에서 밀·콩·옥수수 등 주요 곡물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최근 기후가 급변해 작황이 타격을 받은 데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운송 등 공급 차질이 커진 탓이다. 데이비드 비즐리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사무총장은 지난 14일 “세계가 코로나19만큼 심각한 ‘기아 팬데믹(대유행)’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콩 근월물인 내년 1월 인도분 선물은 부셸(27.2㎏)당 11.5475달러에 거래돼 2016년 7월 후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옥수수 12월물은 4.19달러 선, 밀 12월물은 부셸당 6.00달러 선에 손바뀜됐다. 콩, 밀, 옥수수는 지난 6개월간 가격 상승폭이 38.5%, 31.0%, 20.0%에 달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집계하는 유엔곡물가격지수도 2년여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상기후에 곡물 생산 타격

국제곡물위원회(IGC)는 지난 2개월간 올해 세계 총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총 400만t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국, 유럽연합(EU) 등에서 옥수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봤다. 이는 최근 기후 온난화 여파로 각국에서 예상치 못했던 산불, 가뭄, 폭우, 태풍 등이 일어난 탓이다. EU지구관측프로그램 연구기관 코페르니쿠스에 따르면 올해 1, 5, 9월은 각각 당월 사상 최고로 높은 기온을 기록했다. 러시아 중동 남미 호주 등에서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났다.
세계 식량 수입·수출 1위인 미국은 지난 9월 전국의 약 43%가 가뭄을 겪었다. 해안 지역에선 미국 본토 상륙 기준 100년여 만에 가장 많은 열대폭풍이 발생해 골머리를 앓았다. 중서부와 북부 평원 일대엔 평년보다 약 한 달 이른 서리가 내렸다. 식량 수입 2위국인 중국에선 쌀 생산의 70%를 차지하는 양쯔강 유역에 약 두 달간 기록적 폭우가 이어져 일대 농경지가 초토화됐다. 프레자 뱀보그 코페르니쿠스 선임 과학자는 “기온이 높아질수록 폭염과 집중호우 등 극단적인 기상 현상 발생 빈도가 커진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수확·물류작업 차질도

코로나19로 인한 세계 곡물시장 타격도 크다. 국가·지역 간 이동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수확철을 앞둔 지역도 이전처럼 외부에서 계절 노동자들을 대거 들이기 힘들어졌다. 유럽과 미국에선 코로나 3차 확산세가 커지면서 지역마다 재봉쇄 움직임이 일고 있다.

 

물류도 큰 문제다. 방역 조치로 무역항에서 처리하는 항만 물동 속도가 느려졌고, 운송비는 올랐다. 세계 대두 수출 1위국인 브라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한때 항구가 운영 차질을 빚어 병목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물류비 인상에 따라 판로가 깨진 사례도 있다. 지난 4~5월 벨기에 감자 농가 일부는 마진이 안 난다는 이유로 창고에 쌓인 감자 판매를 포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식량 물류망이 망가진 탓에 세계 한쪽에선 식량이 썩어갈 때 다른 쪽은 굶주리기 쉬운 상황이 됐다”고 지적했다.

 

곡류값 상승세는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사태가 단기간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다. 트레이시 엘런 JP모간 상품전략가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최근 농산물 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들이 전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며 “상승장이 훨씬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0111798871

 

세계 곡물값 폭등…"기아 팬데믹, 코로나보다 두렵다"

세계 곡물값 폭등…"기아 팬데믹, 코로나보다 두렵다", 식량위기 온다 (上) 코로나發 공급망 붕괴 지구촌 이상기후로 생산 악화 봉쇄 여파로 물류작업도 차질 밀·콩·옥수수값 최고치 경신 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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