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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대란이 현실화되면서 정부와 여당이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가운데 31일 오후 서울 시내 오피스텔 우편함에 관리비 고지서가 끼워져 있다
지난 설연휴 가족 모임의 화두는 겨울철 '난방비 폭탄'이었다. 연휴를 며칠 앞두고 12월 가스요금 고지서를 받아든 사람들은 예년에 비해 약 1.5배 인상된 청구 금액에 화들짝 놀랐다.
단열이 좋지 않은 주택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의 타격은 더욱 컸다. 올 겨울 '최강 한파'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있는 가운데, 통상 1분기에 소득 하위층의 연료비 지출이 커지는 점을 고려할 때 취약 계층의 부담은 남은 겨울 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가스 요금 인상 요인으로는 지난해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거론된다. 하지만 일찍부터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허리띠 졸라매기'를 통해 에너지 사용량을 줄인 유럽의 국가들은 러시아의 가스 공급 축소에도 비교적 순조롭게 글로벌 에너지난을 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에는 국제유가와 환율 인하로 천연가스 원료비가 내려감에 따라 한국에서도 1월부터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 요금이 인하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가정용 가스 요금의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예고된 난방비 대란
난방비 대란은 이미 지난해부터 수차례 예고됐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4차례에 걸쳐 서울시 기준 1MJ당 주택용 가스 요금을 14.22원에서 19.69원까지 총 5.47원 올려 38.5% 인상을 단행했다. 이때부터 서민들과 취약 계층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이렇다 할 별도의 추가 대책이 제시되진 않았다.
거기다 이번 겨울 '최강 한파'가 닥치면서 각 가정별 난방 수요가 증가한 것도 가스 요금 인상 부담 가중의 원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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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한 주차요원이 온열기에 손을 녹이고 있다
난방 방식에 따른 도시가스 요금과 열 요금은 지난 1년 동안 각각 38.4%, 37.8% 올랐지만, 올해 추워진 날씨 탓에 주택용 도시가스 사용량이 많아져 실질 인상 폭은 50%(1.5배) 이상을 기록한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용 도시가스 사용량은 8555만GJ(기가줄)로, 2021년 12월 사용량 7673만GJ 대비 11.5% 증가했다.
이에 대해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난해 12월 가스 사용량이 1년 전과 비교해 11∼12%가량 늘었다"며 "요금 인상 폭까지 고려하면 가스비 요금이 평균 1.5배 더 나왔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그러면서 "요금 부담이 어느 정도 늘어날 것으로 판단했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한파로 난방 수요가 늘었다"고 덧붙였다.
정부 임시 대책 내놨지만 '역부족' 지적에 당-정 추가 논의
산업부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취약계층을 위해 에너지바우처 지원금액을 상향하고, 취약계층에 대한 도시가스 요금할인 폭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강조했다.
이날 새롭게 발표된 계획에 따라 산업부는 국민기초생활 수급 가구 중 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족, 소년소녀가정 등 약 118만 가구에 대한 겨울철 에너지바우처 지원 금액을 15만2000원에서 30만4000원으로 2배 올린다.
산업부는 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장애인(1~3급), 국가·독립유공자, 생계·의료급여 등 기초생활 수급자 등 약 160만 가구에 대한 가스요금 할인액도 현재의 9000원∼3만6000원에서 1만8000원∼7만2000원으로 2배 확대한다.
하지만 이러한 추가 대책에도 지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만4000원의 에너지바우처는 지난해 10월 12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약 7개월 걸쳐 사용해야 하는 것이어서 월 평균으로 하면 약 4만7000원을 지원 받게 된다. 여기에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적용되는 가스요금 할인액을 최대로 7만2000원 적용하면 동절기 지원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월별로 최대 약 11만 9000원이다.
하지만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전기료, 도시가스 등 연료비로 월평균 10만288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지난해 가스도매요금이 약 40% 오르고 최근 연이은 한파로 난방 수요가 늘어난 점을 고려해 정부 추산대로 가스비 요금이 약 1.5배 오를 것이라 상정한다면, 난방비 지출이 큰 취약 계층일수록 지원금이 부족할 수 있는 것이다.
난방비 인상을 두고 '정부의 대책이 미흡하다'는 여론에 여당 국민의힘과 정부는 취약계층뿐 아니라 서민과 중산층에 대한 난방비 지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 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31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난방비 급등과 관련해 중산층 지원책도 강구해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며 "원래 내일모레(2월 2일) 당정 협의회가 준비돼 있었지만, 정부 측 준비가 조금 미흡한 것 같아 미루려 한다"고 말했다.
'가스공사 미수금 9조원...회수하려면 요금 3배로 올려야'
한국이 가정용 가스 요금 인상으로 '난방비 폭탄' 상황을 맞게 된 배경에는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도 있다.
지난해 말까지 쌓인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약 9조원에 달한다. 가스공사는 최근 국회에 올해 안에 이 미수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2분기부터 1MJ당 39원의 가스 요금 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서울시 기준 주택용 가스 소매요금 1MJ당 19.69원에서 39원을 인상하면 약 3배인 58.69원이 된다.
정부가 가스 요금 급등으로 인한 서민 충격 완화를 위해 1분기 가스 요금을 우선 동결하면서 가스공사는 한파 영향까지 더해 1분기약 5조원의 미수금이 더 쌓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와 가스공사는 현재도 천연가스 도입 원가보다 싸게 가스를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미수금 추가 누적을 막으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정부는가스 요금을 2분기에 인상할 지 여부를 3월 말께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결정할 예정이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가스공사의 미수금 누적 문제 해결을 위해 인상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특히 더 불어나기 시작했다. 지난 2021년 1조8000억원 수준이던 미수금이 지난해 1분기 4.5조원, 2분기 5조원을 웃돌다 지난해 말에는 약 9조원으로 증가한 것이다.
이와 함께 가스공사의 부채 비율도 2021년 453%에서 지난해 3분기 664%로 증가했다.
한편,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전임 문재인 정부에서 정무적 판단으로 주택용 가스 요금 인상을 억제해 온 것이 난방비 폭탄 상황을 불러왔다고 비판했다.
반면, 야권에서는 정부가 산업용 가스 요금은 내리면서 주택용 가스 요금을 올리는 것은 일관성이 없고 '서민에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시 기준 주택용 가스요금은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 1MJ당 14.22원으로 유지되다가 2022년 4월, 5월, 7월, 10월 네 차례 걸쳐 인상되며 현재 1MJ당 19.69원이 되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주택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1MJ당 18.3951원, 제조업체가 공장 가동을 위해 사용하는 산업용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1MJ당 33.255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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